모기에 유독 잘 물린다면 피부에 달고 사는 미생물을 탓해야 할 것 같다.
모기가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날아든다는 점은 부분적으로 규명됐지만 피부에서 수많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카복실산이 ‘주범’이라는 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록펠러대학 신경과학 연구진은 최근 3년여에 걸친 실험 끝에 피부에 사는 유익균이 피지를 먹어치우면서 생산하는 카복실산이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규명한 결과를 생물학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셀지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록펠러대학 신경생리학자 레슬리 보스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자원자 64명의 팔에 나일론 스타킹을 착용하게 해 체취를 모은 뒤 이를 5㎝ 크기로 잘라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대상으로 1대1 유인 대결을 펼쳤다.
수십마리의 모기를 가둬 둔 곳에 두 사람의 체취가 각각 담긴 나일론 스타킹 조각을 양옆에 두고 어느 쪽에 더 많은 모기가 몰리는지 순환대결 방식으로 실험을 한 것이다.
이집트숲모기 암컷은 번식에 필요한 양분을 얻기 위해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데, 이 과정에서 뎅기열이나 황열병,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겨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이 실험에서 한 참가자 시료는 모든 대결에서 승리하는 압도적 결과를 얻었는데 분석 결과, 카복실산이 가장 많이 패한 참가자의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피부의 피지를 통해 카복실산을 만드는데, 피부에 서식하는 수백만 마리의 유익균이 피지를 먹어 치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카복실산을 형성해 치즈나 발 냄새와 비슷한 향을 만들어 모기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실험에 이용된 나일론 스타킹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모기는 인간의 체취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해 향수로도 덮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은 같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3년여에 걸쳐 진행됐는데, 먹은 음식이나 사용한 샴푸와 관계없이 늘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나일론 스타킹 시료에 모기들이 몰렸다고 한다.
보스홀 박사는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지금 모기에 잘 물린다면 3년 뒤에도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의 최고과학책임자이기도 한 그는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 구성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면서 “실험에서 나타난 모기 유인의 편차 중 일부는 박테리아 형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부에서 나는 냄새나 잠재적으로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를 조작할 수 있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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