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1837<1838?>∼1900)가 정립한 사상(四象)의학에 임상론을 더해 현대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주(金洲) 서울 중구 수생당한의원장이 최근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6세(만).
1936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릴 때 문중 주치의 ‘성운(成雲) 할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레 한의학을 접했다. ‘성운(成雲)’은 이제마의 제자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인은 경복고, 경희대를 졸업하고 한의원을 개원한 뒤 사상의학의 약물에 대한 설명체계를 정립할 필요를 강하게 느꼈다.
1965년부터 자기 몸에 약물 반응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고인의 회상에 따르면 1969년 시험투약을 하던 중 전신 피부에 진물이 흐르는 증상이 생겼다.
약물 투여로 몸이 상한 것. 1977년까지 해수욕과 온천을 하면서 몸을 추스르다 임상을 재개한 끝에 1997년에 내놓은 책이 ‘사상의약성리임상론(四象醫藥性理臨床論)’이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의 편제에 맞춰서 임상경험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고인의 제자인 김경민 김경민체질한의원장은 “이제마 선생은 책에 70여가지 처방을 적긴 했지만 어려워서 그걸 보고 어떻게 약을 처방할지 알기 어려웠다.
고인은 태음인인지, 소음인지 사상(四象)별, 장부(장기) 성리별로 약을 얼마나 더하고 빼서 써야 할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다”며 “체질 통찰법을 통하여 체질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장부(장기) 성리(性理)에 따라 어떻게 처방을 선택하고, 약재를 가감할지 소상히 밝히셨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암 3기로 투병할 때 고인의 처방으로 완치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책 덕분에 국내 한의학계 일각에선 “이제마 선생이 사상의학을 세운 시조라면, 김주 선생은 그 뜻을 이해하여 동의수세보원에 밝혀놓지 않은 부분까지 명확히 풀이하고 내용을 풍성하게 한 중시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책을 낸 뒤로는 자신의 임상 경험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20년간 고인에게 사상의학을 배웠다는 김 원장은 “작년 가을까지도 중구 수생당한의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셨다”고 말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