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2월12일)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올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이다.
정월대보름에는 예로부터 한 해의 풍년과 건강, 안녕을 기원하며 먹는 음식들이 있다.
대표 음식으로 쌀, 조, 수수, 팥,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든 ‘오곡밥’이 있다. 옛 선조들은 평소 잘 먹지 못했던 곡식들을 모아 밥을 지어 먹으면서 한 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했다.
오곡밥과 함께 ‘진채’라는 묵은 나물을 먹는다. 고사리, 버섯, 시래기, 도라지, 곤드레, 취나물, 가지 등 제철에 수확해 말려 둔 묵은 나물 9가지를 볶아 먹으면 그 해 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찐 찹쌀에 대추, 밤, 은행 등을 꿀, 간장과 섞어 버무려 만든 ‘약식’도 있다. 좋은 재료들로만 만들어 ‘약이 되는 음식’이란 의미를 가진 약식은 각종 견과류가 들어있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 준다.
특히 이날 다양한 전통 풍습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그중 ‘부럼깨기’와 ‘약밥 만들기’ 등은 정월대보름의 대표적 음식 풍습으로 꼽힌다.
특히 부럼깨기는 호두, 잣, 땅콩 등 딱딱한 껍질을 깰 때 나는 소리 등으로 귀신이 놀라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조선 시대 기록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부럼을 깨 먹으면 일 년 내내 무병하다’고 기술돼 있다.
부럼은 딱딱한 껍질 속 열매를 칭하는 말로 대표적인 부럼에는 호두가 있다.
한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호두는 신장 기능을 강화하고 두뇌 활동을 촉진하며 허약한 기운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도 비타민E와 오메가3 등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돕고 뇌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호두는 콩팥의 기능을 강화해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주는 효과가 있으며 관절통과 요통 등에 호전 효과를 보이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잣은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불리며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견과류로 여겨져 왔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오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기술돼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 노화 억제, 신진대사 촉진 등에 도움을 준다.
특히 잣에는 다른 견과류에는 없는 ‘피놀렌산’이라는 불포화지방산이 들어가 있는데 해당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은 물론 혈당 조절에 효과적이다.
땅콩 역시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풍부하다.
땅콩은 예로부터 ‘낙화생(落花生)’이라고도 불렸으며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피로 회복과 호흡기·소화기 건강을 보호하는 데 유익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실제 비타민 B군과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포함돼 두뇌와 신경세포 활성화를 높여주는 견과류로도 꼽힌다.
다만 땅콩은 장기간 실온에 둘 경우 ‘아플라톡신’이라는 발암 물질이 형성될 수 있어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부럼 견과류들은 정월대보름의 또 다른 전통 음식 ‘약밥’에도 사용된다.
옛날엔 꿀이 들어간 음식에는 ‘약(藥)’자를 사용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찹쌀밥에 잣, 대추, 꿀 등이 사용된다.
찹쌀은 성질이 따듯해 위장을 보호하고 기력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약밥에 올라가는 대추도 성질이 따듯하며, 소화 기능과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대추는 오장을 보호하고 속을 편안하게 하는 약재로 기록돼 있다.
아울러 약밥에 사용되는 꿀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 및 피로 회복을 돕는다.
이 밖에도 아침 식사 전에는 데우지 않은 찬 청주를 마신다. 선조들은 ‘귀밝이술’이라고 알려진 이 술을 마시면 그 해 귓병이 생기지 않고 귀가 밝아져 기쁜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믿었다.
대전자생한방병원 김창연 원장은 “정월대보름의 전통 음식 풍습들에는 건강을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며 “다만 견과류와 약밥은 칼로리가 높은 편이므로 과다 섭취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특히 딱딱한 견과류를 씹을 때 턱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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