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연구진이 약인성 간손상의 발병 기전을 밝혀낸 ‘활성화된 CD8+T 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간 내 침투와 약물 유도 간 손상의 연관성’ 논문이 발표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논문은 약인성 간 손상을 정의하며 그 원인 중 하나로 한약을 별도로 명기함으로써, 마치 한약이 약인성 간손상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했다.
한약인성 간손상 비율이 불과 1% 이내로 보고된 전향적 연구결과가 해당 논문의 잘못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약인성 간손상 문헌에 대한 고찰을 해보면 대부분의 연구에서 한약인성 간손상은 약인성 간손상보다 매우 적게 발생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약인성 간손상으로 보고된 한약재를 리뷰한 결과 단일약재 사용에 의한 경우가 많았는데, 한의사는 단일약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어 개인의 임의복용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어, 같은 연구팀은 2019년에 국내외 약인성 간손상과 관련된 한약 리뷰 결과를 발표했는데, 31개 연구에서 7,500건의 약인성, 한약인성 간손상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60.7%가 양약인성이었고 25%가 한약인성이었다. 또 사망 및 간이식 326례의 원인을 살펴보면 양약이 74.9%, 한약 19.6%, 기타 5.5%로 조사됐다.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질환센터에서도 14일 이상 입원해 한약과 양약을 병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차트를 리뷰했으며 그 결과 0.56%에서 간 손상을 보였다.
자생한방병원 역시 2005년에서 2013년 사이 혈액검사 결과가 있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실시한 결과, 입원 시 정상이었던 사람 중 0.6%만이 퇴원 시 간 수치가 상승했다.
정상 간기능 환자에게서 약인성 간손상 발생 위험은 매우 낮고 한약 복용 전에 간 기능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드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7년 한국한의학연구원 주도로 실시된 국가단위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 결과에서도 한약으로 인한 약인성 간손상 발생률은 0.6%로 조사됐으며 약물 투약 종료 후 최종적으로는 모두 자연적으로 회복됐다.
이 같은 결과는 해외 연구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독일에서는 1994년부터 2015년까지 입원 중 선행 간질환이 없는 한약을 복용한 2만14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단 26명(0.12%)에서만 ALT가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1979년부터 1999년까지 약 20년 간 한약을 처방한 환자의 차트를 리뷰한 결과 약 1% 정도에서 약인성 간손상이 확인됐다.
특히, 일반적으로 B형 간염, C형 간염, 간암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한약을 복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를 뒤엎는 연구결과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대만에서 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대한 국가단위 자료 분석연구 결과를 내놨는데, 이 연구에서는 B형 간염 치료제인 라미부딘을 복용하는 사람 중 한약 복용자와 비복용자를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추적한 결과 한약복용군의 사망률이 더 낮았고 복용 기간이 길수록 사망 위험도도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9년에는 B형 간염 환자를 추적한 결과를 내놨는데, 한약 복용군에서 간염이 악화되거나 간경화가 발생할 확률이 0.2배 더 낮았으며 C형 간염 환자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간암환자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한약 복용군의 사망률이 비복용군 대비 0.6배나 낮았다.
이러한 수많은 연구결과들은 국내 양의계가 자주 인용하는 일부 약인성 간손상 연구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다하게 추정된 측면이 있고 오히려 한약 복용이 고위험군에서 조차 임상적 경과를 호전시키기 때문에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을 복용하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한 한약은 효과와 안전성 차원에서 검증됐다 할 것이다./ (자료=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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