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리거나 비오기 전이면 무릎이나 특정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예 비가 오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는 말까지 있는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2020년, 통증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PAIN지에서 날씨와 만성통증의 상관성에 대한 임상연구들을 분석한 리뷰 논문이 발표됐다.
분석에 포함된 43개의 연구 중 41개의 연구에서 기압과 통증에 대한 상관성을 살펴봤는데 21개의 연구에서는 기압의 변화가 통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으나 나머지 20개 연구에서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 교수는 “해당 연구결과는 비가 오기 전 기압이 낮다고 반드시 평소 느끼는 통증이나 병원 방문 횟수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비오는 날 삭신이 쑤신다는 말은 단순히 속설에 불과한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아마도 병의 경과나 사람에 따라서 날씨가 통증에 다르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날이 흐려지거나 비가 오기 전에는 평소보다 외부의 기압은 낮아지고 습도는 높아진다.
평소에는 관절 사이의 공간인 관절강 내부의 압력과 외부 기압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지만 날이 흐려져 외부 기압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관절강 내부의 압력이 높아진다.
이때 관절이 부풀어 오르면서 관절강을 싸고 있는 활액막 주변의 신경이 자극된다. 여기에 높은 습도는 관절 주위 힘줄, 인대, 근육들을 압박하여 신경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이 뻣뻣해진다.
이미 염증과 부종으로 관절이 민감해져 있는 환자들이 비오는 날 기압 변화에 더욱 통증을 크게 느끼고 관절이 뻣뻣해지기 쉽다.
두 번째로는 귀 안에 있는 기압을 감지하는 센서에 그 원인이 있다.
기압이 내려가면 기압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그 신호가 뇌의 시상하부에 전달되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항진된 교감신경은 신경말단에서 혈액 내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여 관절 주위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승훈 교수는 “이러한 원리에 의한 통증은 건강한 사람보다는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적용된다”며 “평소에 통증이 오래되면 신경이 전달되는 경로에 교감신경에 반응하는 수용체들이 새롭게 만들어져 외부 기압의 변화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개월 이상 통증이 낫지 않고 계속되면 우울감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울은 불면과 불안과 더불어 만성 통증의 대표적인 3대 동반증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우울감이 커지면 통증을 더 크게 느낀다.
비가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상대적으로 외부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되고 운동량이 줄어들며 컨디션이 저하되면서 기분이 우울해 진다. 따라서 평소에 우울감이 큰 환자들이 비오는 날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상태와 사람에 따라 날씨가 통증에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 치료를 달리 해오고 있다.
같은 통증 환자더라도 평소에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며 혈액 순환이 떨어지는 한증(寒證)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날씨 중에서 기온과 관련이 많아 추운 날씨나 겨울철에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 따뜻한 성질의 약이나 보온이 관절 통증을 줄여준다.
이승훈 교수는 “평소에 몸이나 관절이 잘 붓고 식후 배가 더부룩하고 피곤이 더 심해지는 습증(濕證)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날씨 중에서 기압이나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 습한 날이나 장마철에 컨디션이 저하되고 관절의 통증이나 뻣뻣함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만성 통증 환자 중에서도 습증으로 분류되는 환자들이 장마철의 낮은 기압이나 높은 습도에 좀 더 큰 영향을 받을수 있기 때문에 장마철이라면 더욱 습도 조절에 유의하고 관절에 부담이 적은 걷기나 맨손 운동 등을 꾸준히 하여 통증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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