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나 폭발물 등을 냄새로 찾아내는 탐지견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구별할 수 있게 훈련하면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하는 것과 맞먹는 정확도로 감염자를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아누 칸텔 교수팀은 최근 의학저널 ‘BMJ 글로벌 헬스'(BMJ Global Health)에서 탐지견 4마리를 코로나19 확진자의 검체로 냄새 훈련을 시킨 뒤 확진자와 비감염자의 검체를 무작위로 제시하는 삼중맹검(triple blind) 방식으로 실험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개를 이용해 전염병 감염자를 찾아내는 이 방법이 향후 팬데믹 발생 시 초기에 다른 검사법이 없을 때 감염 확산을 통제하는 데는 물론 현재의 코로나19 억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개는 후각이 현재 사용되는 어떤 기술보다 뛰어나 냄새 물질의 농도가 ppm(100만분의 1)이나 ppb(10억분의 1)보다 훨씬 희박한 ppt(1조분의 1) 수준일 때도 감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개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감염된 사람의 체내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탐지견 4마리를 코로나19 확진자의 피부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해 훈련한 다음, 확진자 114명과 비감염자 306명에서 채취한 PCR 검사용 검체를 다양한 환경에서 무작위로 제시하면서 감염자를 찾아내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모든 검체에 대한 개의 코로나19 감염 진단 정확도가 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의 검체를 감염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민감도(sensitivity)는 92%였고, 비감염자의 검체를 비감염으로 진단하는 특이도(specificity)는 91%였다.
탐지견 사이에 진단 정확도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93%, 가장 낮은 경우는 88%였고, 특이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95%, 가장 낮은 경우는 90%였다.
무증상 확진자의 검체 28개로 한 실험에서도 탐지견은 1개의 검체를 비감염으로 오진하고 검체 2개의 냄새를 맡지 못했을 뿐 25개(89.3%)를 정확히 감염으로 판별해 증상 유무가 탐지견의 코로나19 감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2020년 9월∼2021년 4월 탐지견들을 헬싱키반타 국제공항에서 도착 승객 303명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감지하게 하고, 이들의 검체를 채취해 시행한 PCR 검사 결과와 비교하는 실험을 통해 두 방법의 결과 일치도가 98%(296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항공 승객의 유병률이 0.5% 이하로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할 때 탐지견들이 감염자를 감염으로 진단하는 민감도는 97%, 비감염자를 비감염으로 진단하는 특이도는 99%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 결과를 유병률이 40%인 경우에 적용하면 진짜 감염자를 감염으로 진단하는 비율(진양성 비율)은 88%, 비감염자를 비감염으로 진단하는 비율(진음성 비율)은 94.5%, 유병률이 1%인 경우에 적용하면 진양성 비율은 10%, 진음성 비율은 100%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진음성 비율이 높다는 것은 탐지견이 코로나19 검사에서 PCR 검사가 필요 없는 사람을 정확히 구별해낼 수 있다는 의미라며 병원처럼 유병률이 높은 곳과 공항처럼 유병률이 낮은 곳에서 모두 탐지견을 코로나19 감시에 활용하면 시간과 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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