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도 화상 환자 중 양방 치료 중에 피부이식수술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 침과 한약연고로 치료한 증례 시리즈가 미국화상학회 학술지 ‘ ‘화상 치료·연구(Journal of Burn Care &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증례보고는 수술 없이 침과 한약 연고를 이용해 깊은 국소 화상을 치료한 첫 증례 시리즈(case series)로서 중증 상처에 한의학적 치료가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피부 이식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의 깊은 화상을 입은 환자들을 수술 없이 한약재 연고와 침 치료로 크게 개선시킨 사례 보고로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해외 유수 학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자연재생한의원 조성준·전상호 원장과 원광대 임정태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2015~2019년 각각 발과 발목, 정강이, 손, 손목에 전기 및 열 화상을 입은 4명을 대상으로 하루 두 번의 자침과 세 번의 연고 드레싱을 시행해 치료한 증례이다.
3도 화상은 표피와 진피, 피하 지방층까지 피부 조직 및 신경이 모두 손상돼 일반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상태로 의학계에서는 3도 화상의 표준 치료로 조기 절제 및 피부 이식을 권고하지만 해당 부위 구축(피부가 쪼그라듦), 흉터, 변색 등이 불가피하다. 이런 한계점 때문에 이번 연구의 참가자 4명은 수술 대신 치료를 택했다.
연고는 항균, 항염증, 항산화, 진통, 항알레르기 등의 효능이 있는 한약재(황기 백지 당귀 자초 금잔화 황련 등) 추출물로 구성됐다. 침 치료는 피부 재생을 촉진시킨다는 실험연구들이 보고돼 있다. 조성준 원장은 “침 자극이 상처 부위에 면역 물질을 가도록 하고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화상 흉터 측정에 가장 많이 쓰이는 척도(mVSS)를 평가 지표로 삼았다. 점수는 0~15점으로 높을수록 화상 정도가 심하다. 치료 결과 4명의 mVSS는 치료 전 평균 6.75점에서 치료 후 평균 4점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한 예로 A씨(36·여)는 2015년 1월 발목과 뒤꿈치 부위에 3도 열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약 7개월간 연고 및 침 치료를 받았다. 또한 mVSS(modified Vancouver Scar Scale)를 통하여 치료결과에 대하여 치료전후 사진과 설문지를 이용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전후에 화상 한의치료에 대한 두려움, 경험, 인식 변화 등에 대한 환자의 관점을 환자의 언어를 통해 제시하였다.
그 결과 mVSS가 치료 전 7점에서 치료 후 4점으로 호전됐고 화상 상처는 육안으로도 초기에 비해 뚜렷하게 아물어 보였다. 환자들은 처음에는 화상 한의치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치료를 하면서 확신이 생기고 주위 화상환자들에게 한의치료를 추천하겠다는 의향을 비치기도 하였다. 4명의 환자 모두 치료 후 이상 반응은 없었고 추적 관찰에서 악화나 재수술도 없었다.
임정태 교수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중증도를 높여가며 치료 사례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원장은 “17년째 화상, 피부괴사, 욕창 등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자연재생한의원의 치료방법과 성과에 대해 학계에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지금까지 치료해 온 6,000건이 넘는 환자들의 사례를 모아 학계에 알리고, 한의학적 상처 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한 임정태 연구교수(원광대학교)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중증도를 높여가며 치료 사례를 보고할 예정“이라며 ”본 연구는 첫 연구였기 때문에 비교적 화상 범위가 좁은 환자 데이터를 모아서 보고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후속 연구로 전체 피부 표면적이 더 많이 침범되고 중증도가 높은 화상환자의 치료 증례 데이터로 논문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동안 화상 한의치료에 대해 의료계의 불신이 심했다. 그렇지만 이 논문을 계기로 화상 한의치료에 대한 열린 마음의 학술적 교류를 통해 화상 치료 환자에게 더 많은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 연구에 참여한 강병수 원장은 “한 의료기관의 17년간의 화상 한의치료 증례 데이터에 접근할 흔치 않은 기회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증례 보고까지 할 수 있게 되어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전문의로써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화상의 한의치료라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았는데 생각 외로 미국화상학회 공식 학술지에서 리뷰어들이 흥미를 가지고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해 줬던 것이 기억이 난다. 국내보다는 오히려 국외에서 화상 한의치료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본 연구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한의 화상치료를 접하고 화상 환자들의 의료 선택권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연재생한의원은 앞으로도 화상 외에 욕창, 피부괴사 등의 상처 치료에 대한 학술 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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