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깊은 나무가 더욱 오랫동안 잘 살기 마련이다. 미국 한의역사, 그 중에서도 한국계 한의역사는 아쉽게도 잘 기록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4주년을 기념해 ‘원로 한의사를 찾아서’란 기획을 통해 선배들의 인생과 노하우, 나아가 미국에서의 한국계 한의역사를 기록하고자 한다. 원로한의사 추천: [email protected] <편집자주>
맹자는 사람에게 4가지 사단(인간의 본성∙덕)이 있다고 했는데 ‘측은지심(惻隱之心)’은 그 중 첫 번째이다. 측은지심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서도 “약을 잘 처방하면 약의(삼등 의사), 음식을 잘 조절하면 식의(이등 의사), 마음을 잘 다스리면 심의(일등 의사)”라 했다.
그만큼 환자를 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의사가 있다. 바로 남산당 한의원 김용훈 원장이다. 1965년 한국에서 한약업계에 입문한 김 원장은 1984년 한방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같은 해 이 프로그램을 전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임상을 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컴퓨터 프로그램 내용은.
“『동의보감』, 『광제비급』, 『제중신편』, 『방약합편』 등 11개 주요 한방서적의 진료내용을 분류해 입력시켜 504방의 처방과 가감방까지 더해 878가지 증세를 프로그램화 시켰다. 많은 한약처방을 한 눈에 찾아볼 수 있었던 것으로 유용했다”
-한의사 면허는 언제 취득했나.
“1985년 로얄한의대(현 동국대LA)를 졸업하고 면허시험을 봤다. 이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한의법률이 없어서 다른 나라에서 유효한 관련 면허만 있어도 한의사 면허증을 줬지만 85년 4월부터 처음 시험이 시작돼 이론과 실기시험을 봤다. 당시만 해도 보드가 고액을 받고 면허를 내주는 등 돈 관련 문제로 시끄러운 시기였다. 다행히 이 관행들이 바로잡히고 1990년12월부터는 지금과 같은 형식의 한의사면허시험이 시작됐다”
-임상 중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의아했던 질환이 바로 ‘알레르기’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간의 연구를 통해 찾아낸 원인은 바로 ‘냉장고’였다. 냉장고가 대중화되면서 저체온화되어 폐의 통제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알레르기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몇 년 간의 연구끝에 1988년 알레르기를 개선하는 약을 만들어 1년에 백만불 넘는 돈을 벌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다음으로 개발한 것은 비만개선약 ‘배빼’이다. 현대사회에서의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주의해야 한다. 1991년 이 약을 개발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임상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일단 요통이면 요통, 허리병이면 허리병, 한 증상만이라도 자신 있게 치료했으면 한다. 또한 환자의 증상을 낫기 위해서는 침은 물론 약이나 뜸 등 한의치료를 병행할 수 있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환자에게는 침 하나만, 약 하나만이 아닌 통합적인 치료를 받아야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하고 싶은 처방이 있다면.
“급하게 쓸 수 있는 약은 회생탕이다. 곽향과 진피를 20g씩 넣어 30분~1시간만 끓이면 된다. 힘이 없거나 무력한 사람들에게 생기를 주는 처방이다. 또한 복진을 했을 때 배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우엔 먼저 쑥찜팩을 해보는 게 좋다. 실제 임상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한 여러 사례가 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 임상경력만 55년이 넘었고 그 동안 진료한 환자 수가 어림잡아 20만 명쯤 될 것 같다. 이렇게 많은 환자를 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 생각해왔다.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환자를 보면 오히려 돈을 벌 수 없다. 의사는 돈만 버는 직업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 그러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또한 기본으로 돌아가 고전에 충실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방약합편』 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환자들의 각 증상별 원인에 맞게 진단해 처방할 수 있다. 아무쪼록 한의업계가 더 발전하고 성장했으면 한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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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원장이 소개하는 한국에서의 한의사 제도 설립 과정
1950년 임시국회에서 약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자에 대한 약업법이 제정됐다. 시험을 통해 한약업, 약업 자격을 준 것으로 한약은 한약업사, 양약은 약업사가 개설케했다. 1968년부터 약학대 졸업자 시험자격을 두어 약사가 약국을 운영케 했고 1971년 한약, 침술, 뜸을 통합해 한의사로 부르기로 했고 한의대 졸업자가 응시해 한의사가 됐다. 한약업사는 1982년 폐지됐다.
*미국 한의학 역사
한의학이 미국에 소개된 것은 약 150여년 전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건설을 위하여 투입된 중국노동자들을 통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을 위주로 침술 및 한약처방이 펴지기 시작했다.
1971년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 이후 한의학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알려졌고 1973년 네바다주에서 주 정부 산하에 한의학 검정위원회가 미국 최초로 설립됐으며 1976년엔 미국에서 2번째로 캘리포니아주와 하와이주에서 관련 법규가 마련됐다. 이후 각 주별로 한의사 법규가 마련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