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통증과 염증이 동반된 근골격계 질환에 쓰이는 ‘소염제통약침’이 만성 염증에 관여하는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은 최근 원내 침구과 백용현·박연철 교수팀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의학연구소 이윤성 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용환 교수와 함께 제브라피쉬와 면역세포 실험을 통해 소염제통약침이 염증 부위의 호중구와 대식세포 축적을 줄이고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와 조립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염제통약침은 작약과 감초, 현호색을 1:1:1로 배합한 약침제제다. 작약과 감초는 항염 작용과 함께 통증 및 근골격계 질환에 활용돼 왔으며, 현호색 역시 진통·항염 작용으로 잘 알려진 본초다. 특히 작약과 감초의 배합은 근육의 경련과 통증 등에 사용하는 작약감초탕의 기본 구성으로, 여기에 통증 치료에 활용되는 현호색을 더한 것이 소염제통약침의 특징이다.
각 약재의 주요 성분이 염증 반응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세 약재를 배합한 소염제통약침이 어떤 면역 경로를 통해 작용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소염제통약침이 NLRP3 인플라마좀에 미치는 영향과 구체적인 항염 기전을 분석했다.
염증 부위 면역세포 축적 줄여
NLRP3 인플라마좀은 감염이나 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 복합체다. 활성화되면 IL-1β와 IL-18 같은 염증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인체가 손상에 대응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강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키면서 만성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NLRP3 인플라마좀은 통풍을 비롯해 동맥경화, 제2형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 염증·대사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쉬에 염증을 유발한 모델과 꼬리에 상처를 낸 모델을 이용해 소염제통약침의 항염 작용을 살펴봤다.
그 결과 염증 부위에 모이는 호중구가 감소하고 대식세포와 관련된 지표도 줄었다. 염증 반응과 관련된 NLRP3 유전자 발현 역시 감소했다.
면역세포 실험에서도 소염제통약침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대표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β의 분비가 감소했다. 반면 다른 종류의 인플라마좀에는 뚜렷한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소염제통약침이 NLRP3 인플라마좀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확인됐다.
염증 시작보다 ‘복합체 형성’ 단계 억제
연구팀이 작용 과정을 분석한 결과, 소염제통약침은 염증 반응이 시작되는 초기 신호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신 NLRP3 인플라마좀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해 염증 복합체를 만드는 과정을 억제했다. 즉 염증 반응 전체를 처음부터 차단하기보다 만성 염증을 증폭시키는 인플라마좀의 활성화 과정에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통증과 염증을 동반한 근골격계 질환에 사용돼 온 소염제통약침의 항염 작용을 현대 면역학적 기전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약감초탕에 진통 본초 현호색 더한 구성
소염제통약침을 구성하는 작약과 감초의 배합은 한의 임상에서 익숙한 작약감초탕과도 연결된다. 작약감초탕은 『상한론』에 수록된 처방으로 근육의 경련과 통증을 비롯한 근골격계 증상에 활용돼 왔다.
연구논문에서도 소염제통약침의 본초 구성이 작약과 감초를 배합한 작약감초탕 및 통증 치료에 사용돼 온 고전 처방들과 개념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작약과 감초의 배합에 진통·항염 작용으로 알려진 현호색을 함께 사용했다는 점에서 임상 한의사들이 소염제통약침의 처방 구성을 이해하는 데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한의사의 약침·주사요법 허용 범위가 주별로 다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한의사의 주사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반면, 콜로라도와 네바다, 뉴멕시코 등 일부 주에서는 별도의 교육이나 자격 요건 아래 일정 범위의 주사요법이 허용된다. 따라서 미국 한의사는 자신이 진료하는 주의 관련 법규와 면허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약침을 사용할 수 없는 한의사에게도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참고할 부분이 있다. 소염제통약침이 작약·감초·현호색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각 본초의 진통·항염 작용과 배합 원리를 탕약 처방을 검토할 때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약과 감초의 배합은 근육의 경련과 통증에 활용해 온 작약감초탕과 연결되며, 현호색 역시 통증 치료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본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 본초를 약침제제로 사용했을 때의 실험 결과인 만큼, 이를 탕약이나 다른 제형으로 사용했을 때 동일한 NLRP3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 임상에서는 이번 연구를 특정 약침제제를 그대로 대체하는 근거라기보다, 통증과 염증을 치료할 때 작약·감초·현호색의 배합과 관련 처방을 이해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공동 제1저자인 박연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염제통약침의 항염 효과뿐 아니라 NLRP3 인플라마좀에 작용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방병원의 약침 임상 경험과 의과대학의 면역학 연구 역량을 결합한 융합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소염제통약침의 유효성분과 구체적인 작용 표적을 추가로 밝히고, 다양한 질환 모델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 및 적정 투여 농도를 검증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Soyeom-Jetong mixture attenuates NLRP3 inflammasome-mediated inflammation’)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자료=강동경희대한방병원)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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