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 통증과 관련된 생체신호를 감지하고 필요한 전기자극을 가할 수 있는 웨어러블 전자약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자극을 조절할 수 있고, 환자의 생체신호를 바탕으로 필요한 시점에 자동으로 자극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특히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향후 전침과 경혈 전기자극을 웨어러블 기술과 결합해 의료기관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통증을 관리하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팀은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이상훈 박사팀과 함께 마이크로니들 전극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무선 웨어러블 전자약 플랫폼을 개발했다.
전자약은 약물 대신 전기자극을 이용해 신경 활동을 조절하고 증상 완화를 유도하는 기술이다. 특히 만성 통증은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약물 이외의 치료법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관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존 이식형 전자약은 수술이 필요하고, 일반적인 피부 부착형 전극은 땀이나 피지, 각질 등 피부 상태에 따라 피부와 전극 사이의 저항이 달라져 일정한 전기자극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피부 장벽 통과하는 마이크로니들⋯안정적인 전기자극 전달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는 미세 바늘 형태의 ‘마이크로니들’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온도 반응형 전도성·접착성 마이크로니들에는 하이드로젤을 적용해 피부 상태가 달라져도 전류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특히 전도성 하이드로젤은 전류가 마이크로니들 끝부분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줄여 보다 균일한 전기자극을 전달하도록 돕는다.
안전성도 고려했다. 피부 온도가 화상 위험 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접착력이 감소하면서 전극이 피부에서 떨어지도록 설계해 과도한 열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도록 했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피부 부착형 전극보다 피부 상태의 영향을 줄이면서 신경에 안정적으로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증 관련 생체신호 감지⋯필요하면 스스로 전기자극
이번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마이크로니들 전극을 스마트폰 및 클라우드 기반 IoT 기술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환자가 직접 기기를 작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진이 떨어진 장소에서도 전기자극의 시간과 방식을 실시간 또는 예약 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한국과 미국처럼 장거리에서도 기기를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전기자극을 의료기관 안에서 일회성으로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환자의 일상생활과 연결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팀은 광혈류(PPG) 센서를 이용해 심박수와 심박변이도 등 심혈관계 변화를 측정하고, 통증과 관련된 스트레스 상태를 감지하면 전기자극을 자동으로 가하는 폐루프(Closed-loop) 기능도 구현했다.
즉 단순히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체신호 측정 → 상태 판단 → 전기자극 → 재측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마다 직접 기기를 작동하지 않더라도 생체신호 변화를 바탕으로 필요한 시점에 자극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통증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동물실험에서는 기존 젤 전극보다 마이크로니들 전극에서 신경 활성과 통증 완화 효과가 향상됐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예비시험에서도 원격으로 예약된 전기자극 후 피부 감각과 통증 역치의 변화를 확인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실제 만성 통증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사람 대상 연구는 소규모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기술의 작동 가능성을 확인한 초기 단계로, 실제 통증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규모의 임상시험과 장기간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한의 임상과 접점 주목
한의 임상에서는 이번 기술이 향후 전침과 경혈 전기자극 치료를 웨어러블 형태로 확장할 가능성에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전침 치료는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 경혈을 선택하고 침을 삽입한 뒤 일정 시간 전기자극을 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피부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 전극에 센서와 IoT를 결합해 전기자극을 의료기관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이러한 마이크로니들 전극 기술이 경혈 자극에 적용된다면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자극 부위와 조건을 설정하고,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정해진 자극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하면서 자극 시점과 방식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만성 요통이나 경항통, 슬관절 통증 등 반복적인 치료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통증 질환에서 이러한 접근법의 임상적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생체신호를 감지해 필요한 시점에 자동으로 자극하는 폐루프 기술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상태 변화를 기기가 감지하고, 한의사가 설정한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자극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관리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전침을 대체한다기보다 전침과 경혈자극 치료를 디지털·웨어러블 환경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경혈을 대상으로 한 치료 효과나 실제 한의 임상에서의 전침 치료 효과를 검증하지 않았다. 따라서 웨어러블 경혈자극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혈 선택과 자극 조건, 질환별 임상 효과, 반복·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의료용 웨어러블이 단순한 생체정보 측정에서 지속적인 질환 관리와 원격 모니터링, 나아가 치료적 개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통증처럼 환자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하고 반복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의료진의 치료와 환자의 일상생활을 연결하는 원격·개인 맞춤형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의료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유효성과 장기 안전성뿐 아니라 의료기기 인증, 원격 치료에 대한 제도적 기준, 환자 데이터 보호와 표준화, 의료정보시스템과의 연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정재웅 교수는 “안정적인 피부 인터페이스 기술과 IoT 기반 원격 관리 기술을 결합해 웨어러블 전자약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며 “향후 임상 검증을 거쳐 환자의 상태에 맞춰 통증을 관리하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박사는 “이번 연구가 향후 웨어러블 침 치료 기술과 융합돼 전기자극으로 경혈을 자극하는 새로운 비약물성 통증 관리 기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아직 실제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적용 이전 단계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전기자극을 환자의 일상과 연결하고, 향후 전침·경혈자극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의계에서도 주목할 만하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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