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고 호흡마저 답답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일어설 때 수시로 어지럽거나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반복해서 겪기도 한다. 나아가 밤에는 피곤한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충분히 쉬어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심장, 위, 뇌 등의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자율신경계의 기능적 불균형과 관련된 상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박동과 호흡, 혈압, 체온, 소화, 수면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경계다. 크게 활동 및 긴장에 관여하는 교감신경과 휴식·회복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두 신경계는 어느 한쪽이 단순히 ‘좋고 나쁜’ 관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활성도가 달라지면서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과도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장기간의 과로, 감염 후 체력 저하, 호르몬 변화 등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조절 능력이 흔들릴 수 있다. 쉬고 있는 상황에서도 두근거림이나 발한, 불면, 소화불량, 어지럼, 손발의 냉감, 피로감 등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일반적인 검사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심전도나 내시경, 영상검사 등에서 구조적 질환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환자의 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증상을 곧바로 자율신경 문제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특히 일어설 때 반복적으로 어지럽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환자라면 누운 상태와 일어선 상태에서 혈압과 맥박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증상의 양상에 따라 기립성 저혈압이나 기립성 빈맥 등 체위 변화와 관련된 순환 조절 이상을 감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율신경 상태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때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심박변이도(HRV) 검사다. 심장은 일정한 간격으로 기계처럼 뛰는 것이 아니라 박동 사이의 간격이 미세하게 변하는데, 이러한 변화를 분석해 심장에 대한 자율신경 조절 상태를 살펴본다.
다만 HRV 검사 결과만으로 ‘교감신경이 과도하다’거나 ‘부교감신경이 약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측정값은 연령이나 호흡, 수면, 운동, 카페인, 약물, 측정 시간과 자세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HRV는 환자의 증상과 병력, 활력징후, 수면 및 생활습관 등을 함께 살펴보는 보조적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같은 두근거림도 환자마다 다르게 살펴야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환자를 하나의 증상명만으로 치료하기보다 수면, 소화, 대변과 소변, 식욕, 피로, 냉·열감, 발한, 정서적 긴장, 설·맥 등의 소견을 함께 확인해 전체적인 패턴을 파악하는 접근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두근거림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악화되고 가슴 답답함이나 소화불량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어지럼이나 식욕저하가 동반되는 환자가 있다. 또 얼굴의 열감이나 불면, 초조함이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는 ‘두근거림=하나의 처방’과 같은 방식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시작되고 무엇과 함께 악화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침과 한약 역시 이러한 변증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기존 질환 및 복용 약물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침 치료를 고려할 때도 두근거림이나 불면과 같은 주증상뿐 아니라 경항부 긴장, 소화기 증상, 피로도, 수면 상태 등 동반 증상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 한약 처방 역시 증상 하나보다 환자의 전체적인 증후와 체력 상태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실에서 생활 리듬까지 함께 살펴야
일상생활 관리 역시 중요하다. 자율신경계는 수면과 활동, 식사 등 생활 리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나 과도한 음주를 줄이고 아침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도 좋다.
몸이 지쳐 있는 환자라면 처음부터 강도 높은 운동을 권하기보다 가볍게 걷는 것부터 시작해 상태에 따라 활동량을 점차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천천히 호흡하고 내쉬는 시간을 길게 하는 호흡법 역시 일부 환자에서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상에서는 증상일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이 발생한 시간, 당시 자세와 활동, 식사 여부, 카페인 섭취, 수면시간, 스트레스 상황 등을 기록하면 환자 자신도 증상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고 진료 시에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율신경 문제’로 단정하기 전 감별진단 중요
다만 두근거림이나 어지럼, 지속적인 피로가 있다고 해서 이를 모두 자율신경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빈혈, 저혈당, 부정맥, 수면무호흡증, 불안·우울장애뿐 아니라 복용 중인 약물이나 카페인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흉통이나 실신, 운동 중 발생하는 심한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새롭게 발생한 지속적인 부정맥, 신경학적 이상 등이 동반된다면 자율신경 문제로 접근하기 전에 적절한 의학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증상은 몸의 여러 부분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한 가지 증상만 떼어내어 보기보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지, 자세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수면과 식사·스트레스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편감이 오래 지속된다면 단순히 ‘신경성’이라는 말로 넘기기보다 위험한 질환을 먼저 배제하고 환자의 증상 패턴과 자율신경 조절, 생활 리듬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적절한 치료 방향을 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최성훈 기자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