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한의사들이 동씨침의 대표 혈자리인 영골(靈骨), 대백(大白), 정근(正筋), 정종(正宗)을 조합해 목과 어깨, 허리, 다리 통증을 치료하는 임상적 접근법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논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Summer Acupuncture 소속 Tingting Zhu, Chengbo Zhen가 작성했다.
연구진은 영골(22.05), 대백(22.04), 정근(77.01), 정종(77.02)을 핵심 혈자리로 선정하고, 도마침법과 거자법을 활용한 배혈 원리 및 경추 통증, 오십견, 요통, 좌골신경통 등에 대한 임상 적용법을 정리했다.
특히 척추관협착증 수술 후 심한 요통과 하지 통증이 지속된 75세 여성 환자에게 이들 혈자리를 중심으로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10회 치료 후 통증 점수가 8점에서 1점으로 감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영골·대백과 정근·정종, 두 쌍의 도마침 조합
이번 연구의 핵심은 손등에 위치한 영골·대백과 종아리 뒤쪽에 위치한 정근·정종을 각각 하나의 혈자리 조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영골과 대백은 제1·2중수골 사이에 위치하며, 연구진은 이 두 혈자리를 척추 전반의 통증을 조절하는 주요 배혈로 설명했다. 영골은 제2중수골 요측 부근의 근위부에 위치하며 요천추 부위와 연관된다. 대백은 같은 중수골 부위에서 상대적으로 원위부에 위치하며 경추와 흉추 부위에 대응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정근과 정종은 아킬레스건을 따라 배열된다. 정근은 종골 상연에서 3.5촌 위에 위치하고, 정종은 정근에서 2촌 위에 위치한다. 연구진은 정근이 요천추, 정종이 흉요추 부위에 대응한다고 설명하면서 두 혈자리를 함께 사용하면 척추 및 하지 통증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배혈은 동씨침의 도마침법(倒馬針法)에 근거한다. 도마침법은 동일한 경락이나 해부학적 영역에 두세 개의 침을 일정한 간격으로 자침해 치료 작용을 높이고자 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영골·대백과 정근·정종을 각각 소도마(小倒馬) 조합으로 구성하고, 상지와 하지의 혈자리를 함께 사용해 통증 부위에 대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장부별통(臟腑別通) 이론에 따라 영골·대백은 대장과 간의 관계를, 정근·정종은 방광과 폐의 관계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편측 통증-반대쪽 취혈, 경추 통증/오십견/요통에 따른 배혈
이번 논문에서 임상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편측성 통증에 대한 반대쪽 취혈이다. 연구진은 거자법(巨刺法)에 따라 통증이 있는 부위의 반대쪽 영골·대백·정근·정종을 선택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오른쪽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있다면 왼쪽 영골·대백·정근·정종을 취혈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반대쪽 경락을 자극함으로써 환측의 기혈 순환을 조절한다는 전통적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네 혈자리를 공통적인 핵심 처방으로 사용하면서 통증 부위와 동반 증상에 따라 국소 혈자리를 추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① 경추 통증 및 경추증: 경추 통증에는 반대쪽 영골·대백·정근·정종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양측 풍지(GB20), 천주(BL10), 완골(GB12), 경추 협척혈(EX-B2)을 병행한다. 어깨 통증이나 승모근 긴장이 동반되면 견정(GB21), 견중수(SI15), 견료(TE14), 견우(LI15)를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위부 혈자리와 경항부 국소 혈자리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② 오십견 및 견관절 운동 제한: 오십견에는 반대쪽 영골·대백·정근·정종에 신관(77.18)을 추가하고, 보조 혈자리로 반대쪽 족천금(77.24), 족오금(77.25)과 환측 조구(ST38)를 활용한다. 특히 연구진은 동기침법(動氣針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기침법은 침을 유침한 상태에서 환자가 통증 부위를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오십견 환자의 경우 침을 유침한 상태에서 어깨를 천천히 굴곡, 외전, 신전, 내회전시키고, 통증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범위에서 관절가동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침 자극과 능동적 움직임을 병행하면 근육 긴장 완화와 관절 운동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료 기간에 어깨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벽 짚고 팔 올리기 등의 재활운동을 지속하도록 권고했다.
③ 요통, 좌골신경통 및 척추관협착증: 요추 추간판탈출증, 좌골신경통, 척추관협착증, 만성 요부 근육통에는 반대쪽 영골·대백·정근·정종과 양측 지변(BL54), 환도(GB30)를 기본 처방으로 제시했다. 보조 혈자리로는 신수(BL23), 기해수(BL24), 대장수(BL25), 관원수(BL26), 요안(EX-B7), 거료(GB29)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특히 지변, 환도, 거료 등의 국소 혈자리를 함께 사용해 요부와 하지의 통증 및 저림 증상을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논문에서는 이들 혈자리에 심부 자침을 적용하는 술기도 소개했지만, 심부 자침이나 강한 방사감각 유도가 반드시 더 좋은 치료 결과를 가져온다는 비교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실제 적용 시에는 신경과 혈관의 해부학적 위치 및 환자 상태를 고려한 안전한 자침이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 수술 후 환자, 10회 치료로 통증 87.5% 감소
연구진은 네 혈자리 조합의 임상 활용 사례로 75세 여성 환자의 치료 과정을 소개했다. 이 환자는 2025년 10월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서 요추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에도 심한 요통과 양측 하지 통증, 저림 증상이 지속됐다. 특히 오른쪽 하지 증상이 심했으며, 통증으로 인해 수면과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환자는 트라마돌과 디클로페낙을 복용했지만 통증 조절이 충분하지 않았다. 치료 전 통증 시각상사척도(VAS)는 10점 만점에 8점이었고, 허리 통증으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오스웨스트리 장애지수(ODI)는 78%였다.
연구진은 왼쪽 영골·대백·정근·정종을 중심으로 양측 지변, 환도 및 요부 배수혈 등을 병행했다. 치료는 격일로 시행했으며, 1회 유침 시간은 30분, 총 10회를 한 치료 과정으로 구성했다.
그 결과 3회 치료 후 통증 점수는 8점에서 5.5점으로 감소했고, 7회 치료 후에는 3.5점, 10회 치료 후에는 1점까지 낮아졌다. 최초 통증 점수와 비교하면 87.5% 감소한 것이다. 요추 관절가동범위도 개선됐다. 전방 굴곡은 20도에서 60도로, 신전은 10도에서 20도로 증가했다. 좌측 측굴은 15도에서 28도, 우측 측굴은 10도에서 25도로 확대됐다.
ODI 역시 치료 전 78%에서 치료 후 22%로 낮아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환자는 치료 후 독립적인 보행이 가능해졌고, 수면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도 개선됐다. 이와 함께 진통제 사용량도 줄었다. 치료 전 하루 두 차례 100mg씩 복용하던 트라마돌은 3회 치료 후 감량됐으며, 7회 치료 후 중단됐다. 10회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모든 진통제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 기간에 보고된 이상반응은 없었으며, 연구진은 6개월 추적 관찰에서도 진통 효과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환자는 네 혈자리 외에도 여러 국소 혈자리에 침 치료를 받았고 수술 후 회복 과정과 약물 사용 변화가 함께 진행됐다.
임상에서 주목할 점은 배혈 조합과 치료 경과 평가
이번 연구는 동씨침을 활용하는 한의사들에게 몇 가지 임상적 참고점을 제시한다.
첫째, 영골·대백과 정근·정종을 두 쌍의 도마침으로 구성해 목·어깨·허리·다리 통증에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배혈 방식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둘째, 편측성 통증에 거자법을 적용하고, 통증 부위와 동반 증상에 따라 국소 혈자리를 추가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셋째, 오십견처럼 관절가동범위 제한이 동반되는 경우 동기침법을 활용해 침 치료와 능동적인 움직임을 결합하는 접근법을 소개했다.
넷째, 치료 효과를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감소뿐 아니라 관절가동범위, 장애지수, 진통제 사용량,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한의사들의 임상에서는 통증 점수와 기능 변화, 약물 사용량을 함께 기록하는 것이 치료 경과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과 결론에서 네 혈자리 조합의 전체 치료 유효율이 8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동씨침의 특정 혈자리 조합이 임상 경험을 토대로 활용 가능한 배혈 원리와 치료 과정을 정리 및 설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만성통증과 오피오이드 진통제 사용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동씨침을 포함한 비약물적 통증 관리법의 역할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 논문은 지난 6월 《아시아태평양임상의학연구저널(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Medical Research)》에 발표됐다. (자료: Zhu T, Zhen C. Clinical Experience in Treating Neck, Shoulder, Waist and Leg Pain via the Combination of Linggu, Dabai, Zhengjin and Zhengzong Points: A Clinical Study on the Four-Point Core Combination Based on Tung’s Extra Points Theory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Opioid Abuse Crisis. 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Medical Research. 2026;2(3). Published June 15, 2026. DOI: 10.62177/apjcmr.v2i3.1489)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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