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진료비를 현금보다는 보험으로 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빌링 하는 한의원들의 수 역시 증가추세다. 하지만 아무리 정성껏 치료를 해도 ASH(American Specialty Health)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은 수년째 $41에, MNR까지 해야 하는 점은 많은 한의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ASH 임원 4명이 한인 커뮤니티 한의사들과 소통하기 위해 LA 한인타운 한의사랑(AAAA; Asian American Acupuncture Association, 회장 아이작 김)강의실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한의사랑 회원들이 지난 3년간 ‘ASH 진료수가’를 펼친 결과다. 한의사랑 회원들은 매월 별도 모임을 통해 ASH 진료수가 인상 및 MNR의 간소화, 이 밖에 한의사가 보험빌링을 하면서 부당하게 겪었던 일들을 취합해 ASH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ASH가 한인 커뮤니티 한의사들을 방문해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이번 회의가 성사됐다.
이날 방문한 임원은 의료서비스를 총괄하는 더들라스 메츠(Douglas Metz DC) 부사장, MNR 담당 진아(Jin Ah) 임상서비스 질 평가 매니저, 저스틴 그린(Justine Greene, MD) 수석의료 이사, 운영 담당 재클린 파커(Jaclyn Parker) 수석부사장 등이었고 다수의 한인 한의사들도 함께 참석해 질의 응답을 이어갔다.
이날 한의사랑측은 간단한 참석 인원의 소개와 함께ASH를 상대로 △지난 25년간 진료수가는 1달러의 인상밖에 없었던 점 △ 진료수가에 대한 일괄 지급방식 중지 △초진 및 재진 등에 대한 비용 인정 △MNR 제도 수정 및 폐기 △진료 유닛 별로 일반 PPO 보험과 유사하게 진료수가 인정 △각종 Police 변경시 간단 명확하게 환자 및 의료인에 전달할 것 등에 대한 내용을 밝혔다.
이에 대해 더글라스 메츠 부사장은 “1987에 시작한 ASH는 현재 6,000만명의 미국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155,000명의 의료인력을 전국적으로 관리한다. 가주에서는 약 3,000명의 한의사가 ASH 네트워크 프로바이더 계약관계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츠 부사장은 또한 한의사랑이 밝힌 내용을 잘 안다면서도 “오늘은 관련 현안에 대한 첫 미팅이니 앞으로 더욱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의견을 달라”며 “오늘 언급된 이야기들은 회사로 돌아가 당담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문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꺼리는 눈치였다.
메츠 부사장은 이에 덧붙여 “일괄 진료수가 지불방식(Bundle)은 현재 CMS 와 의료보험업체가 나아가는 방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ASH가 어떤 치료를 하든 하루 최대 진료비를 $41이상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재 의료보험 업계의 추세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베트남 출신 한의사는 “텍사스 등지에서 ASH가 한의사에게 연락해 진료수가를 1회에 75달러 인정해줄 테니 네트워크에 가입하라”면서 “가주에서 지속적으로 $41 수가를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메츠 부사장은 “가주와 텍사스주 기름 가격이 다르고 시장상황이 다르며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받아 쳤다.
한편 콜센터 운영과 관련한 내용도 논의됐다. 또 다른 참석자는 “콜센터 직원에게 전화하는데 개인적으로 최대 한시간반까지 걸린 적이 있다”며 “콜센터 직원이 환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서 환자가 이를 근거로 한의원에서 실제 수가가 인정되지 않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등 현장에서 문제점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재클린 수석부사장은 “현재 콜센터직원이 전화 받는 시간(typical answer time)은 30초인데 최대 60초안에 받는 것이 목표이며 잘 지켜지고 있지만 앞으로 콜센터 직원이 전화 받는 시간을 좀더 주의 깊게 보고 필요하면 교육할 것”이라 답변했다.
계속해 콜센터 직원 교육과 관련한 한의사들이 불만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환자가 ASH에 전화해 한의원에서 부항이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는 콜센터 직원의 얘기를 듣고 환자가 한의사에게 해당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한의사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콜센터 직원이 새로 바뀐 정책을 환자에게 잘못 설명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해당 지적에 대해 ASH측은 “앞으로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특히 많은 한의사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MNR을 PPO 플랜을 가진 환자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참석자의 지적에 ASH측 참석자들은 의아하다는 표정 뿐 별다른 직접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회의 말미에 메츠 부사장은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오늘 같은 미팅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한의사랑 회장이 지신들의 ASH 한의사 자문위원회인 PAHAC에 참석해 활동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 덧붙였다.
PAHAC(Professional Affairs Healthcare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2020년도부터 시작된 단체로 각 주의 한의사협회, 단체의 대표 및 개인 한의사 등으로 구성되며 한의진료 등 현안을 논의한다. 또한 이 단체는 ASH의 임상정책, 프로토콜 등 임상과 관련한 각 현안에 대한 의견 및 권고안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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