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正氣)의 허약여부와 육음(六淫)의 종류에 따라 변증해야
추운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감기. 최근에는 COVID-19과 독감 시즌과 맞물려 감기 유사증상만 있어도 집밖 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감기치료는 한의사에게는 환자들에게 한약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COVID-19이 지속되면서 증상발현 후 여러 증상을 한약이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환자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감기진료에 대해 이번기회에 알아 두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호에서는 지난 2021년 한국한의약진흥원이 발간한 ‘감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중심으로 감기에 대해 알아본다.
▲ 감기의 정의
감기는 비강, 인두, 후두 등 상기도의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급성 비인두염, 상기도감염과 혼용하여 사용된다. 한의학에서 감기는 감모(感冒)의 범주에 속한다.
증상으로 기침, 인후통, 콧물, 코막힘, 재채기, 발열 등을 보이는데 주로 비인두 자극 및 콧물이 주증상이며 발열이나 전신증상은 미미한 경우가 많다. 대개 7~10일 사이에 소실되지만 몇몇 증상은 3주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virus)는 200종 이상이며 리노바이러스(rhinovirus)가 가장 흔하다.
감염경로는 바이러스 입자가 기침, 재채기를 통해 비말로 전파되거나, 분비물에 오염된 주변 환경으로부터 손이나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거나, 공기내 부유하는 감염성 입자를 통해 전파된다. 타액에서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려워 구강을 통한 감기의 전염은 적다.
▲ 감기의 한의학적 관점
한의학에서 감기는 감모(感冒)의 범주에 속한다. 감모(感冒)의 감(感)은 감수(感受), 모(冒)는 촉모(觸冒) 혹 역범(逆犯)의 뜻으로 기후변화, 한난실상(寒暖失常), 저항력감소, 풍사침습(風邪侵襲)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외감(外感)의 일종이다.
주리소송 위기불고(腠理疏鬆 衛氣不固, 저항력 감소함)하여 시기지사(時氣之邪)가 허(虛)한 틈을 타서 침입함으로써 오한(惡寒), 발열(發熱) 등 위증(衛證)이 나타난다. 임상에서 감모는 폐계의 증상보다는 정기(正氣)의 허약과 육음(六淫)의 종류에 따라 풍한, 풍열, 협습, 협서, 기허, 혈허, 음허, 양허로 나누어 변증하고 치료한다.
▲ 한의학적 진단 및 평가
(1) 진단: 일반적으로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특이 진단은 필요 없으며, 다음과 같은 전형적인 임상 징후로 진단한다.
- 2~4일의 잠복기
- 콧물, 재채기, 코막힘, 인후통, 기침
- 피로감 및 근육통이 동반
- 전신 증상은 대체로 경미하고 발열은 없거나 경도
- 인두의 작열감이나 연하통이 있더라도 인두 자체는 가벼운 발적만 나타남
- 증상 시작1~3일 후 맑은 콧물이 탁한 콧물로 변하고 코막힘이 발생
(2) 변증: 감기는 인체의 위기(衛氣)의 저하와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의하여 발생되는 질환으로 정기(正氣)의 허약과 육음(六淫)의 종류에 따라 풍한, 풍열, 협습, 협서, 기허, 혈허, 음허, 양허로 나누어 변증한다.
<감기의 변증유형별 증상>
변증유형 |
증상 |
풍한(風寒) |
오한, 발열은 심하지 않음, 재채기, 맑은 콧물, 인후 소양감, 기침, 무한(無汗), 설태박백(舌苔薄白), 맥부긴(脈浮緊). |
풍열(風熱) |
더운 것을 싫어하고 오한은 심하지 않음, 한출(汗出), 입이 마르고 갈증도 약간 있음, 목이 아프고 기침, 탁한 콧물과 끈적끈적한 가래, 사지의 통증, 태백혹미황(苔白或微黃), 맥부긴(脈浮緊). |
협습(挾濕) |
발열은 심하지 않고 땀이 남, 두통, 관절이 시리고 아픔, 가슴과 배가 그득하고 답답하며 토할 것 같음, 가래가 많음, 대변이 무름, 설태백니(舌苔白膩), 맥유완(脈濡緩). |
협서(挾暑) |
발열, 한출(汗出), 심번(心煩), 입이 마름, 가슴이 답답하고 토할 것 같음, 설사, 설태황니(舌苔黃膩), 맥유삭(脈濡數). |
기허(氣虛) |
오한, 발열, 두통, 콧막힘, 가래 백색, 권태무력, 기운이 없고 말하기를 싫어함, 설태담백(舌苔淡白), 맥부무력(脈浮無力). |
혈허(血虛) |
두통, 발열, 오한은 심하지 않음, 무한(無汗), 안색에 윤택함이 없음, 입술과 손톱에 혈색이 없음, 두근거림, 설태담백(舌苔淡白), 맥세혹부이무력(脈細或浮而無力). |
음허(陰虛) |
두통, 발열, 바람과 찬 기운을 싫어함, 무한혹미한(無汗或微汗), 어지러움, 심번(心煩), 입과 목이 마름, 손발바닥에서 열이 남, 마른기침, 설질홍(舌質紅), 맥세삭(脈細數). |
양허(陽虛) |
발열은 심하지 않고 오한은 비교적 심함, 두통, 신통, 무한(無汗), 안색이 하얗고 목소리가 작음, 몸이 차가움, 설태담백(舌苔淡白), 맥침무력(脈沈無力). |
(3) 평가도구: 적합한 바이오마커(biomarker)가 없어 임상효과의 평가는 증상의 변화로 판단한다.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평가도구로는 ‘위스컨신 상기도감염조사(Wisconsin Upper Respiratory Symptom Survey 21)’이 있다.
(4) 유사질환: 급성 인두염, 급성 후두염, 급성 기관지염, 급성폐쇄성후두염(croup),
세기관지염, 알레르기성 비염, 혈관운동성 비염 등과 감별이 필요하다.
<감기 유사질환과의 감별증상 및 진단>
감별증상 |
진단 |
인후통(咽喉痛)이 심하고, 인후부종, 쉰목소리, 콧물과 기침이 없거나 약함. |
인두염, 후두염 |
기침이 주증상, 수주 지속됨, 전흉부 작열감. |
급성 기관지염 |
부비동 혼탁, 후비루, 두통, 광대뼈 주위 압통. |
부비동염 |
‘개가 짖는 듯한’ 기침, 쌕쌕 거리는 소리, 쉰 목소리. |
크룹(croup) |
콧물, 코막힘, 재채기 위주, 알레르기 확인, 만성 양상. |
알레르기 비염, 혈관운동성 비염 |
▲ 치료
소풍산표(疎風散表)함으로써 선폐(宣肺)를 위주로 하고 풍한(風寒)에는 신온해표(辛溫解表)하며 풍열(風熱)에는 신량해표(辛凉解表)한다. 감염된 사기(邪氣)의 경중이 다르고 개인마다 소질(素質)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병증과 소질에 적합하게 방제(方劑)를 사용해야 한다.
▷풍한형: 풍한형 감기에 사용하는 방제는 형방패독산, 행소탕, 삼소음, 갈근탕, 구미강활탕,
소청룡탕 등이다.
형방패독산은 온역 및 대두온(오슬오슬 추우면서 열이 높고 얼굴과 볼이 벌겋게 부어 머리가 커지거나 목안이 부어 아프며 심하면 목이 부어 굵어지는 것이 특징으로 귀가 먹고 헛소리를 할 수 있다)에 사용한다.
행소탕은 풍한에 상하여 생긴 해수, 담성에, 삼소음은 풍한에 상하여 생긴 두통, 발열, 해수 및 칠정으로 인한 담성, 삼소음은 두통, 발열, 해수 및 칠정으로 인한 담성, 흉만, 조열에 사용한다.
또한 갈근탕은 태양병으로 항배강수수, 무한오풍하거나 혹 태양병으로 무한하며 소변이 적은 경우, 구미강활탕은 사시에 상관없이 두통, 관절통과 함께 발열, 오한하며 무한, 맥부긴 소청룡탕은 표증이 있고 심하에 수기가 있을 때 각각 사용한다.
▷풍열형: 풍열감기로 발열, 미오풍한(微惡風寒), 땀이 없거나 소량, 두통, 구갈, 해수, 인통에 은교산을 사용하고 풍온초기 해수 신열불심(身熱不甚), 구미갈(口微渴)증에 상국음을, 증한장열이 심하고 두통 구급이 상한 4~5일처럼 심한 경우 연교패독산을 각각 사용한다.
또한 열사(熱邪)가 폐에 머물러 발열, 해수기천, 구갈 증상은 마행감석탕, 소풍청열, 비연에는 형개연교탕을 각각 사용해 치료한다.
▷협서형: 서사(暑邪)가 침범해 발열, 미오한, 무한, 두통, 심번, 구갈 증상이 있는 감기는 신가향유음으로 치료한다.
▷기허형: 익기화담, 소풍해표가 필요한 경우 삼소음가감방을 사용하고 소양병으로 한열이 왕래하고 흉협이 고만하며, 식욕이 없고 심번희구하며 구고, 인건, 목현하는 증상이 보이는 감기에는 소시호탕을 쓴다.
▷음허 및 양허형: 음허형 감기에는 가감위유탕을 양허형 감기에는 팔미환가감방 또는 마황부자세신탕을 사용한다.
가감위유탕을 쓸 환자의 증상은 평소 음허한데 풍온이 침범하여 두통신열, 이오풍한, 땀이 없거나 있더라도 소량으로 흘리는 환자에 사용한다.
팔미환가감방을 사용할 환자는 명문화부족으로 양허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감기에 걸린 환자에게 마황부자세신탕은 소음병 초기로 발열, 맥침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각각 처방해 치료한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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