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개의 처방을 가감해 병을 치료하는 통치방은 결국 임상기법을 훈련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약 처방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특히 생각해볼 방법이다. 사진ⓒAdobeStock_Kevin Oh

통치방, 안전하고 확실한 임상기법의 훈련 지침

명대(明代)의 조헌가(趙獻可)는 내경의 명문화(命文化)에 관한 의학사상에 바탕을 두고 『의관(醫貫)』이라는 책을 써서 육미환과 팔미환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청대(淸代)의 서대춘(徐大椿)은 『의관폄(醫貫砭)』이라는 책을 써서 조헌가의 『의관』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했지만 명문(命文)의 이론에 의해서 한 개의 처방으로 모든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조헌가의 일이관지(一以貫之)한 사고방식, 즉 ‘통치방(通治方)의 사용’이라는 기법이 특히 임상을 시작하는 입문자에게는 매우 유용하고 탁월한 방법이 된다.

 

▲ 통치방의 의미와 운용방법

한 개의 처방 만을 가감해서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은 쉽고 편리하지만 평생 한 개의 처방 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지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내원하는 환자 층이 한정될 것이기에 임상가들은 대부분 필요와 취향에 따라 통치방 한 개로부터 점차 다양한 처방을 구사하게 된다.

통치방 기법이 임상에 입문할 시기에 유용하게 쓰이다가 점차 한계가 나타나면서 처방 운용의 폭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은 오히려 통치방이 안전하고 확실한 임상기법의 훈련 지침 역할을 해준다는 증거이다.

어느 날 통치방으로 육미지황탕을 사용하는 의원 한 사람과 통치방으로 이진탕을 사용하는 의원 다른 한 사람이 동일한 한 환자를 두고 처방을 내렸다. 한 사람이 육미지황탕을 쓰려할 때 다른 한 사람이 이진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각각의 사람에게 처방해보라고 했더니 한 사람은 육미지황탕에 반하와 진피를, 또 다른 사람은 이진탕에 지황과 목단피를 넣었다. 두 사람의 처방은 결국 같은 내용이 되었다. 단지 시작하는 곳이 다를 뿐인 것이다. 결국 모든 통치방은 하나로 통한다는 뜻이 내포된 이야기이다.

동시에 이것은 육미지황탕 중심의 사고에 이진탕 중심의 사고를 하나 더 추가해서 이후부터는 육미지황탕 중심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진탕 중심의 생각도 함으로써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암시이다.

 

▲ 통치방 처방해설-지황류

숙지황은 한의한 방제법 상으로 혈액과 진액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중요한 본초 중 하나이다. 약리 실험에 의하면 숙지황에는 카탈폴, 만니톨 등 20종 이상의 풍부한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설사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1회에 1~2g정도로 줄여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숙지황이 들어있는 통치방인 육미지황탕 또는 사물탕은 소양인과 태음인에게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소음인과 태양인으로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숙지황 대신 하수오, 구기자, 상심자, 원육 등 소화에 지장이 없는 보혈체로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태양인과 소음이라도 소화력이 보통이면 3g 혹은 그 이하 용량으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소화불량을 일으키지 않도록 온비제(溫脾劑)인 사인을 추가해 쓰기도 한다.

숙지황은 중후(重厚)한 보혈 자윤제로서 평소에 수습(水濕)과 담음(痰飮)이 있는 사람에게는 부종과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육미지황탕이나 사물탕을 사용할 경우에는 복령, 택사, 저령, 차전자, 상백피, 목통 등을 비롯한 이수제와 향부자, 지실, 지각, 빈랑 등의 이기제를 배합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소화력이 좋은 사람으로 제하무력이나 제하함몰이 있고 정식적으로 다소 흥분하거나 긴장하는 경향이 있으면서 안색이 창백하지 않고 다소 붉은 경향이 있고 설질이 붉으면 이것은 혈열(血熱)의 증상으로 숙지황과 목단피가 배오된 육미지황탕을 사용한다.

육미자황탕에서 복령과 택사는 숙지황으로 보음 보혈할 때, 숙지황으로 인한 삼투압 상승으로 체내 수분이 지나치게 증가하지 않도록 이수(利水)하면서 혈액 조성을 안정화 시키는 기능을 한다. 산수유는 근력을 강화하고 소변 빈삭과 다한(多汗) 증상을 다스리고 산약은 기력을 도우면서 대변이 지나치게 연해지지 않게 해준다.

육미지황탕의 증상에서 족냉이 있으면 팔미지황탕을 사용한다.

소화력이 좋은 사람으로 제하에 숙지황 증이 있어도 제하부와 제주변의 복부를 눌러보았을 때 연급과 저항이 있으면 작약이 추가된 사물탕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사물탕의 당귀는 숙지황을 도와서 혈행(血行)을 이롭게 하고 신체와 수족을 따뜻하게 해주고 통변을 원활히 하며 특히 여성의 자궁 및 생리 기능을 개선시킨다.

천궁은 뇌혈관을 확장시켜서 불면, 우울 등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중풍후유증, 뇌경색 등에서 뇌기능을 보강해준다. 천궁이 사용되는 처방의 예로서 산조인탕과 속명탕, 후세방인 월국환에서 천궁의 공능을 관찰할 수 있겠다.

사물탕을 사용할 때 소화력이 약하고 대변이 무르며 기력이 약하면 사군자탕을 합방해 팔물탕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혈액 증상이 보이면 육미지황탕과 합방해 사육탕을 쓰기도 한다.

체질로 보아 육미지황탕은 소양인과 태음인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사물탕은 체질에 무관하게 쓴다.

 

▲ 황기류의 통치방

지황 처방을 사용하는 것은 혈액과 체액을 증강시켜서 면역력과 기력을 보강시키는 방법이다. 또한 황기 처방은 심장의 파워를 증진시켜서 두뇌 기능을 보강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황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처방은 보중익기탕으로 일명 ‘의왕탕(醫王湯)’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로 피로, 무기력, 우울 증상을 수반하는 다양한 병증의 통치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중익기탕은 반해백출천마탕, 귀비탕, 청심연자음의 세 가지 변화 처방을 통해 보중익기탕의 정확하고 치밀한 사용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즉 반하백출천마탕은 보중익기탕의 증으로서 수분과 담음이 많아서 현훈과 두통이 있을 때, 귀비탕은 영양부족, 영혈부족으로 인한 불면, 출혈의 증상이 있을 때, 청심연자음은 폐가 건조해서 심신(心身)의 수화교제(水火交濟)가 안 될 때 사용한다. 여기서 수화교제가 안 된다는 것은 신경증상과 함께 비뇨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장부(臟腑)로 말하자면 보중익기탕은 비와 위, 반하백출천마탕과 귀비탕은 비와 심, 청심연자음은 심, 폐, 신이라고 말할 수 있고 각각 수화의 불균형과 이에 연관된 장부론적인 병증의 위치가 다르다.

보중익기탕에 숙지황을 가해서 치중탕(治中湯)으로 사용하거나 귀비탕에 숙지황을 가해서 흑비귀탕으로 사용하면 보중익기탕과 사물탕 또는 육미지황탕과 합방한 형태가 되고 보중익기탕의 치증(治症)이 간신(肝腎)에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보중익기탕에 반하, 원육, 맥문동을 가해 사용하면 황기류 처방을 모두 사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숙지황까지 더하면 사물, 육미의 숙지황류 처방과 황기류 처방을 모두 사용하는 방법이다.

청심연자음은 태음인과 태양인에게 많이 쓰고 그 외 처방들은 체질에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다.

 

▲ 향부자류의 통치방

향부자는 본초 분류상 이기제(理氣劑) 즉 울체된 기(氣)를 다스리는 약물이다. 기울(氣鬱)로 인한 음식의 정체(停滯) 또는 혈액, 담음의 뭉침과 다양한 통증을 다스린다. 그러나 심한 허증의 울증과 통증에는 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울체(鬱滯)와 동통(疼痛)의 증상들은 근본적으로 모두 간기울결(肝氣鬱結)에 기인하고 있으며 이 약물은 간기울결을 다스리는 요약 중의 하나이다.

한의학에서 인체의 모든 소통(疏通)은 목기(木氣) 즉 간담(肝膽)의 조달(條達; 나뭇가지 같이 뻗어나감)에 의하기 때문에 정체와 결괴(結壞)는 간담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해울(解鬱)과 진통(鎭痛) 효과가 뛰어난 향부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처방은 숫자가 대단히 많다. 따라서 향부자를 포함하는 몇 몇 처방은 통치방으로 사용하기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다.

향부자를 사용할 수 있는 복진(腹診)으로는 심하부(心下部)의 안압통(按壓痛), 제부(臍部; 배꼽) 및 제하부(臍下部)의 결괴압통(結壞壓痛)인데 모두 간기울결로 인한 증상이다.

향부자를 사용할 증상인 식체, 울담, 어혈과 이로 인한 통증이 있으면서 복중(腹中)에 가스가 차거나 두통, 외감의 증상, 소변불리로 인한 부종(浮腫)의 증상이 있으면 소엽을 가해서 향소산 처방을 사용한다.

향소산에서 향부자에 진피가 배오되어 있는 것은 중후한 병사(病邪)를 향부자가 움직여서 하행(下行)시키고 이보다 경부(輕浮)한 병사는 진피를 사용해 체표 쪽으로 움직여 나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향소산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데 비해 육울탕(六鬱湯)은 향소산의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병증이 흉복(胸腹)에 어느 정도 고착되었을 때 사용한다.

만약 병증이 좀 더 견고하게 고착되었으면 삼릉, 봉출, 도인, 대황 등의 추진치신(推陳致新)의 약물을 추가해 사용한다.

향소산에 사물탕을 합방하면 향부자 사물탕, 사물탕의 숙지황을 적하수오와 백출로 바꾸면 소음인 향부자 팔물탕이 된다.

향부자팔물탕은 체질 처방으로 소음인에게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임상적으로는 약물의 치증(治症)에 맞춰 사용하면 소음인 뿐 아니라 태양인, 태음인에게도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단지 소양인에게는 고지혈증을 제외하고는 빈혈과 제하함몰에서 숙지황을 하수오로 바꾸어 사용해야 할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

강주봉 원장(샬롬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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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방의 방제 종류>

지황류의 통치방

 

소화력이 좋거나 무난하면서 제하함몰이 있고 또는 척맥이 약한 병증에 쓴다. 육미환(팔미환), 사물탕(쌍화탕, 팔물탕) 등이 대표적이며 방제의 많은 약물들 중에서 필요한 약물만 골라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천왕보심단이 있다.

황기류의 통치방

 

촌맥이 약하거나 함몰되어 있고 중기부족이나 대기하함의 병증에 쓴다. 보중익기탕, 귀비탕, 반하백출천마탕, 청심연자음 등이다.

향부자류의 통치방

 

심하에 비증이 나타나는 다양한 울증에 사용한다. 향소산(정기천향탕), 육울탕(월국환), 향부자팔물탕 등이 있다.

반하류의 통치방

 

설질(舌質)이 홍강(紅絳)하지 않고 습윤(濕潤)하면서 비강(鼻腔)과 인후부에 담음이 나타나는 다양한 병증이 쓴다. 이진탕, 반하후박탕등과 함께 방제의 많은 약물들 중에서 필요한 약물로 골라 사용하는 방법으로 오적산이 있다.

 

2 COMMENTS

  1. 서춘보는 명대 의가이고 의관폄은 서영태(서대춘) 저서인데 기사에 오기인듯 합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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