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도 비만과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연구하는 조직이 25년째 운영되고 있어 주목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6일 ‘사람들의 건강에 이바지하는 비만 및 고지혈증위원회의 활동’ 기사에서 1999년 12월 5일 창립된 ‘조선병원협회 비만 및 고지혈증위원회’를 소개했다.
신문은 이 협회가 “조선(북한)에서 나이와 성별, 직업과 지역별에 따르는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유병률, 위험인자에 대한 전반적인 역학조사, 비만 발생에 높은 상관성을 가지는 유전자”를 조사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식료품섭취빈도질문표(FFQ)를 작성하고 비만 치료를 위한 고려약물(한약)과 식용섬유(식이섬유) 제품을 비롯한 건강식품들을 개발 도입”했으며 TV, 출판물 등을 통해 비만 예방법을 전파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국제기구의 통계와 탈북민의 증언이 공고한 가운데 ‘영양 과잉’을 관리하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게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저개발국에선 영양실조와 영양과잉이 공존하는 현상이 흔하게 목격된다고 설명한다.
북한의료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부족에 따른 영양실조와 정크푸드 섭취에 따른 비만이 공존하는 ‘이중 부담'(Double burden) 현상이 많이 관찰된다”며 “북한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개발국일수록 균형 잡힌 식사 대신 값싸고 영양가 없는 포장 식품을 섭취하는 동시에 비만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그룹(WBG)이 지난해 5월 공동 발표한 ‘2023 아동 영양실조 추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5세 미만 아동의 발육부진 비율은 2022년 기준 전체 아동의 16.8%(28만5000명)로 추정됐다.
5세 미만 아동의 ‘과체중’ 비율은 2022년 기준 2.8%(4만7000여명)로 2012년 1.6%(2만5000여명)에 비해 늘었다.
아울러 식량난에서 자유로운 북한 고위층은 오래전부터 성인병 관리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김일성 주석 생전에도 북한 의료인력은 심혈관질환, 당뇨 등을 다루는 국제 세미나에 꾸준히 연수를 갔다고 한다.
신문에 소개된 ‘조선병원협회 비만 및 고지혈증위원회’가 설립된 1999년은 북한 주민 수십∼수백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이 끝나갈 무렵이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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