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못 자는 불면증(insomnia)과 낮에 각성 유지가 어려운 기면증(narcolepsy)은 마주 보는 거울처럼 정반대의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불면증과 기면증의 뿌리는 같다.
히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신경 펩타이드(neuropeptide)의 발현 수위에 따라 진행 방향이 달라질 뿐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뇌(시상하부)에 히포크레틴이 너무 많고, 기면증 환자는 너무 적다.
히포크레틴은 우울증,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의 정신 질환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히포크레틴은 진작에 수면 장애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캐나다에선 2018년 히포크레틴의 작용을 억제하는 불면증 치료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뇌 신경세포(뉴런)의 히포크레틴 수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이런 관련 지식의 부재는 히포크레틴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됐다.
마침내 특정 유형의 마이크로 RNA(miR)가 인간의 히포크레틴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아 수면의 질과 양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마이크로 RNA가 수면 조절에 관여한다는 게 입증된 건 처음이다.
마이크로 RNA는 20∼25개의 뉴클레오펩타이드로 구성된 비 암호 조절 RNA 분자를 말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인간의 수면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순서가 깨지면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면증 환자가 낮에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건 이 수면 단계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히포크레틴이 수면 단계의 순서가 지켜지는 데도 관여한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몇 년 전부터 뇌 신경세포의 히포크레틴 제어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인간의 히포크레틴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RNA로 원래는 miR-137, miR-637, miR-654-5p 등 3개 유형을 지목했다.
그러다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낮에 심한 졸음을 유발하는 miR-137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miR-137이 다른 부위보다 뇌에서 많이 관찰되는 것도 특이했다.
이 마이크로 RNA는 또 척추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잘 보존돼 생쥐의 히포크레틴 유전자도 제어 표적으로 삼았다.
실제로 miR-137을 억제하면 히포크레틴 발현 수위가 높아져 각성 상태가 연장됐다.
연구팀이 면역계로 눈길을 돌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병에 걸렸을 때 피로를 느낀다.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침입해 면역계에 비상이 걸리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면역계가 바빠지면 히포크레틴 수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런 추론도 사실로 입증됐다.
히포크레틴 수위 변화에 관여하는 건 인터류킨 13(IL -13)이었다.
이 신호전달 물질은 miR-137의 작용을 상향조절해 히포크레틴 수위를 낮췄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IL -13이 어떻게 이런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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