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비만을 체형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비만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증상이 아니라 질환이다.
물론 뚱뚱한 체형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나 숨찬 증상, 관절통 등을 유발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심장질환, 뇌졸중, 암, 제2형 당뇨병 등 각종 심각한 질환들의 원인으로 작용해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질환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만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지방조직에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정의한 바 있다.
발생 기전과 관련해서는 만성적으로 섭취하는 영양분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어 여분의 에너지가 체지방의 형태로 축적되는 현상으로 즉, 섭취한 음식량에 비해 활동량이 부족할 때 생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면 비만이라고 생각하지만 비만이 아니더라도 근육이 많아서 체중이 많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한데 비교적 정확하게 체지방률을 예측할 수 있는 게 체질량지수다.
대한비만학회에서는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23 이상을 ‘비만전단계’,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했고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자는 90㎝ 이상, 여자는 85㎝ 이상을 복부비만으로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는 주로 혈관 동맥경화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에 의한 것으로 대표적인 예로 뇌졸중, 그리고 심근 경색증이나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들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담석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생리불순, 다낭성 난소 증후군, 불임증, 우울증, 퇴행성 관절염, 통풍과 관련이 있다.
또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각종 암이 생길 위험성도 증가시킨다.
비만 환자들이 의지만으로 체중을 감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비만을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탓으로 생각해 모든 책임을 개인의 의지나 잘못된 습관 문제로만 돌리는 것도 옳지 않다.
최근 쌍둥이 연구를 통해 체질량지수를 결정하는데 유전적 요인이 40~70% 정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외에 △장내 미생물 △위장관과 신경계 간의 상호 작용 △스트레스나 기분에 따른 식욕과 대사의 조절 △연령에 따른 기초대사량 감소 등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작용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의 적절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비만 치료의 기본은 생활습관의 변화다. 일상생활에서의 활동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식이조절 및 운동을 규칙적이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방법만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약물요법을 추가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뇨제나 설사 유도제 같은 것을 비만 치료제로 착각하고 복용해서 체내 수분만 빼내거나, 성분도 모르는 약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비만도 질환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입증된 비만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니코틴 중독, 알코올 중독처럼 과식, 폭식, 야식 등도 일종의 중독이다. 이럴 땐 과다한 식탐을 적당한 식욕으로 조절시켜 주는 식욕억제제가 있는데 약 2년 동안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심각한 부작용 없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비만 치료의 목적은 흔히 말하는 ‘몸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만과 연관된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단기간 치료하고 중단하지 않는 것처럼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2~3kg 정도의 실현 가능한 체중 감량의 목표를 설정해 실천하고 이후 여러 단계에 걸쳐 체중을 서서히 감량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만은 이제 여러 가지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총 11개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자신의 체중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체중 관리가 오직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였다.
비만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조절되기 어렵고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합병증들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세밀한 진찰과 평가, 그리고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