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유독 짧고 수면의 질도 낮은 편이다.
25일 대한수면학회 등에 따르면 필립스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1만3천 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수면 조사를 시행한 결과, 세계인의 55%가 수면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한국인은 이런 응답 비율이 41%에 그쳤다.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균 수면시간의 경우 한국인이 평일 6.7시간, 주말 7.4시간으로 세계인 평균(평일 6.9 시간, 주말 7.7 시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평일에 부족한 수면을 주말에 보충하는 경향이 관찰됐지만, 이마저도 세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일주일 내내 바쁜 삶을 사는 한국인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조사 결과라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평일에 적정 수면시간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주말에라도 수면을 보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 같은 주말 수면 보충이 질병 예방과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간학 연보'(Annals of Hepatology)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08∼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만1천138명의 수면시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말 보충 수면을 통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으로 유지하는 경우 7시간 미만에 견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생길 위험이 최대 22%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관찰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5% 넘게 쌓인 상태를 말한다. 평소 음주, 약물, 간염 등의 원인이 없는데도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영양 섭취가 과도해지면서 남은 영양분이 간에 중성지방으로 쌓여 발병하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주말 수면 보충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여성(34%)이 남성(28%)보다 더 컸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수면시간 부족이 만성적인 대사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기존 연구에서도 확인됐던 부분”이라며 “수면시간 부족 같은 부적절한 수면 습관이 뇌의 자율신경계 활동뿐만 아니라 신체의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미쳐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데, 주말 수면 보충이 이를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당뇨병, 대사증후군과 비만'(Diabetes, Metabolic Syndrome and Obesity)에도 20세 이상 성인 1천453명을 분석한 결과, 주말 수면 보충 시간이 1∼2시간인 그룹에서 대사증후군이 45% 감소하는 효과가 관찰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다만 수면 보충 시간이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은 연령대, 수면시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39세, 40∼65세 그룹에서는 1시간 이상의 주말 수면 보충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66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주말에 2시간 이상으로 너무 많이 잠을 자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4배가량 높아졌다.
연구팀은 “주말에 수면을 보충해주면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지고 염증 수치는 낮아지면서 식욕과 자율신경계 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고령층에서는 수면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나이가 대사증후군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쳐 수면 보충으로 그 위험도를 상쇄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말 수면 보충이 우울증 위험을 줄인다는 분석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수면 의학'(Sleep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550명을 분석한 결과, 주말 수면 보충 시간이 1∼2시간인 사람은 수면 보충이 전혀 없는 사람에 견줘 우울증 위험이 50% 가까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경향 역시 주말 수면 보충 시간이 2시간을 넘어서면 효과가 반감됐다.
충남대 약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 1만766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주말 수면 보충을 한 사람에게서 체내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낮은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 호에 발표했다.
이런 효과는 주중과 주말의 수면 시간 차이가 2시간 이내에서만 확인됐다. 주중과 주말에 잠드는 시간의 차이가 너무 불규칙하거나 주말에 3시간 이상 더 많이 자는 경우에는 오히려 높은 염증 지표와 연관성이 컸다.
논문 교신저자인 충남대 약대 양보람 교수는 “주말 보충 수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주중, 주말 간 수면 습관에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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