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영역까지 넘봐∙이젠 한의사들이 뭉쳐 권익 보호해야
메릴랜드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로부터 최근 물리치료사들의 드라이니들 사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제보전화를 해왔다. 그는 빨리 ICD-11이 시행되면 그나마 물리치료사들의 활동이 제한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전했다.
물리치료사들은 그간 드라이니들을 각 주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 노력에 비하면 한의사들의 저지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드라이 니들 합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미국물리치료사협회(APTA; American Physical Therapy Associ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에서 드라이 니들을 합법화하는 주의 수는 지난 2020년 기준, 모두 35개주였고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는 7개주였다.
또한 아직 드라이 니들의 물리치료사의 사용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은 주의 수는 모두 9개주나 된다. 결국 드라이 니들을 불법으로 정한 주의 수보다 많은 수가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꼴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주년을 맞아 미국 각 주별 물리치료사들의 드라이니들 합법화 여부는 물론 한의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미국 물리치료사의 수는 한의사의 10배 정도로 많다. 물리치료사의 관리 및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물리치료사협회(APTA, American Physical Therapy Association)의 지난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면허를 갖고 있는 물리치료사는 31만2,716명, 어시스트 인원은 12만7,750명이다. 반면 한의사의 수는 3만5,000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각 주별, 언어권별로 별도 협회가 활동하고 있는 한의업계와 달리 이들은 협회로 똘똘 뭉쳐 강력한 로비 및 지원활동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굳건히 하는 추세다.
더구나 미국에 한의가 들어오게 된 계기가 1972년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한의 치료를 접하게 된 이후인 반면 물리치료는 1910년 영국에서 교육받은 매리 맥밀리언이 미국에 와서 정식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고 1924년엔 APTA가 설립됐다. 그만큼 자신들의 권익을 확장해온 역사가 더 길다는 얘기다.
<미국 각 주별 물리치료사의 드라이니들 합법 여부>
합법인 주 (35개주) |
앨라배마, 알래스카, 애리조나, 아칸사스, 콜로라도, 델라웨어, 조지아, 아이다호, 일리노이, 인디아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메인, 메릴랜드, 미시시피, 네브라스카, 네바다, 뉴햄프셔, 뉴멕시코, 노스캐롤라이나, 노스다코다, 오하이오, 로드아일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유타, 버몬, 버지니아, 워싱턴DC,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
불법인 주 (7개주) |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하와이, 뉴저지, 뉴욕, 오래곤, 워싱턴 |
별도 거론 없는 주 (9개주) |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미시건, 미네소타, 미주리, 오클라호마,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
▲ 각 주별 드라이 니들 현황
드라이 니들 합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APTA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드라이 니들을 합법화하는 주(지난 2020년 기준)는 모두 35개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는 7개주, 아직 드라이 니들의 물리치료사의 사용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은 주의 수는 모두 9개주이다.
결국 드라이 니들을 불법으로 정한 주들보다 더 많은 주들이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21년 뉴저지주에서 물리치료사들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법안에 대한 표결이 있어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아직 드라이 니들의 사용은 불발로 끝났지만 아직도 여러 주에서 관련 법안 및 합법화 운동이 꾸준하게 전개되고 있다.
▲ 불법 규정한 주도 마음 놓기 어려워
대표적으로 물리치료사들의 드라이 니들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주의 경우 물리치료사들의 드라이 니들의 사용을 완벽하게 강제하지 못한다.
물론 가주한의사위원회(CAB)는 드라이 니들은 결국 한의사의 진료범위에 속하는 진료법으로 물리치료사들의 드라이 니들 사용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CAB가 가주물리치료사위원회(PTBC)에 압력을 넣어 드라이 니들을 사용하는 물리치료사에게 제재조처를 가하도록 압력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CAB의 드라이 니들에 대한 입장은 현실적으로 물리치료사들이 한의사의 진료범위를 넘는 진료를 해도 이를 규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뉴저지주에서도 물리치료사들은 별다른 제재없이 드라이 니들 진료를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드라이 니들’, ‘뉴저지주’라는 검색어로 구글에 검색하면 여러 개의 클리닉에서 드라이 니들을 사용한 진료를 하고 있을 뿐 더러 드라이 니들을 홍보 중이다.
드라이 니들을 하는 한의원도 있지만 물리치료 및 카이로프랙틱 클리닉도 검색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대부분 한의사를 고용하거나 같이 일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의 경우, 한의사, 카이로프랙터, 물리치료사가 같은 클리닉에서 일하는 방식의 클리닉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 주에서 드라이 니들의 합법화 여부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보인다.
▲ 드라이니들, 보험 수혜까지
이미 많은 가주내 많은 한의사들의 경우, 자신의 환자가 자신의 의사 등으로부터 드라이 니들 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며 한의원에 이에 대한 내용을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또한 환자로부터 직접 진료현장에서 드라이 니들 진료를 해 달라는 요구까지도 있다.
특히 한의원을 찾는 환자 중 해안가에 위치한 부촌의 환자의를 주로 보는 한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서 드라이 니들 관련 문의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워커스컴펜세이션(워컴) 환자를 보는 한의사로 메드리스크(MedRisk)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신청서에도 버젓이 드라이 니들 서비스를 하는지를 묻는 문항이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욱 많은 환자를 만족시켜야 하겠지만 현행 법으로 불법인 주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 신청서에 이 같은 질문을 넣는다는 것은 실제로는 한의사들이 인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드라이 니들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드라이 니들 넘어 부항까지 넘봐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일찌감치 드라이 니들을 합법화한 메릴랜드주에서는 최근 물리치료사 위원회의 홈페이지에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부항요법을 물리치료사가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공식 질문이 있었다.
해당 물리치료사는 자신이 부항요법과 관련한 한의사가 진행하는 보수교육을 들었고 심지어 한의사는 습부항 관련 교육까지 했다며 자신이 보기에 해당 근육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부항으로 음압(negative pressure)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여 자신들이 이 치료법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절대 습부항을 사용하거나 화상의 위험이 없는 펌프를 사용한 부항요법을 할 경우, 이 행위가 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위원회의 공식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해당 위원회는 부항요법의 사용을 물리치료사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심지어 건부항 및 습부항 역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게다가 APTA 협회 홈페이지에는 현행 CMS(Center of Medicaid and Medicare Services)에서 드라이 니들에 대한 수가를 인정하지 않지만 적당한 코드를 사용하면 드라이 니들을 사용해도 CMS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회원들에게만 공유하고 있다. 또한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유료 가입자인 경우, 드라이 니들을 한 뒤에 CMS에 어떤 방식으로 청구하면 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한의원 경기가 안 좋은 요즘, 이런 상황이 더욱 확산되고 커지면 한의사들이 설 곳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제는 한의사들이 힘을 모아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때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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