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비탕은 비위기허의 증을 치료하는 보중익기탕에 산조인, 용안육, 원지를 추가해 만든 처방이고 추가된 세 가지 약물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불면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용안육은 대보기혈(大補氣血)의 효능이 있다. 이는 과육으로서 영혈(營血), 즉 영양을 공급하기에 안신제와 풍부한 영양소를 포함한 보중익기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귀비탕의 약리와 적용방법에 대해 살펴보겠다.
▲ 원전 내용
治脾經失血主少寐 發熱盜汗 或思慮傷脾 不能攝血 以致妄行 或健忘怔忡 驚悸不寐 或 心脾傷痛 喜臥少食 或憂思傷脾 血虛發熱 或肢體作痛 大便不調 或經候不准 晡熱內熱 或瘰癧流注 不能消散潰斂(「萬病回春」)
비장 경락에서 혈액이 소모돼 잠을 잘 못 자고 열이 나며 야간에 땀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혹은 많은 생각으로 인해서 비가 상하고 혈액이 통섭되지 못하기 때문에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해서 출혈이 있거나 건망증과 가슴 두근거림과 놀램과 불면이 생기거나 근심으로 비가 상해서 혈 부족이 생기고 열이 나거나 여성 생리가 불규칙하고 해질 무렵에 열이 나거나 나력(瘰癧))이 생겼다가 이후에 곪(=潰)은 후에 수렴이 잘 안 되는 증상들을 치료한다.
▲ 구성 약재의 특징
▷군제: 황기∙용안육. 황기는 보중 익기 효과가 있고 일체의 기쇠혈허증을 치료하므로 기혈이 부족한 사람의 기력을 회복하고 많은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줄여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숙면을 도우며 불면과 공황장애를 개선한다.
기허증이 생기면 생각과 근심이 많아지고 때문에 증상이 좀 더 심해지는데 황기가 바로 이것을 치료한다. 단지 신체에 열기가 많은 체질이고 맥박이 약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두통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용안육은 보혈제이지만 익심비(益心脾), 보기혈(補氣血)과 보영혈(補營血), 안신(安神)하기에 허로(虛勞), 실면(失眠), 건망, 경계(驚悸), 정충(怔忡)을 치료한다.
▷신제: 인삼∙백출∙당귀. 인삼과 백출은 익기제로 황기를 보좌하고 당귀는 보혈제로 용안육을 돕는다. 복령, 산조인, 원지는 정신을 안정시키고 목향은 이기제로서 심복(心腹)의 일체 기증을 다스리고 흉격을 열어줘 모두 좌제(佐劑)가 된다. 감초는 익기 하고 화중(和中)하며 다른 약물들의 여러 기능을 조화하고, 생강과 대조는 건비(健脾)하고 화위(和胃)하며 좌사제(佐使劑) 역할을 한다.
요약해본다면 황기, 인삼, 백출은 익기하고 당귀와 용안육은 보혈하고 용안육은 이에 더해 영혈을 돕고 산조인은 평간이기(平肝理氣)하고 목향은 행기개울(行氣開鬱)한다.
때문에 귀비탕은 기혈 부족은 물론 기혈과 영혈의 울체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들인 불면, 건망, 심계, 출혈 증상들을 모두 함께 치료할 수 있다.
▷진단: 빈혈이 있거나 창백하거나 누르스름한 안색이 있고 복부 근육이 대체로 부드럽다. 복진 하면, 심하부 또는 배꼽 주위에 동계가 있고 맥은 가늘고 약하다.
▲ 처방의 적용증
▷기혈 부족으로 인한 불면, 건망, 우울증. 심동계, 신경쇠약, 호흡곤란, 백혈병, 유정(遺精), 나력 등.
▷코피, 토혈, 치질 출혈, 여성의 월경불순, 자궁출혈 등으로서 기와 혈액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증상.
일본의 유명한 의사인 오츠카 케이세츠(大塚敬節)는 저서 『한방치료의 실제』에서 자초(紫草)를 첨가한 귀비탕이 백혈병 어린이 환자의 미성숙 세포를 파괴하는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 타 처방과의 감별법
▷산조인탕: 귀비탕의 불면증은 심비의 기혈 부족 때문이기에 환자 안색이 위황(萎黃)하거나 창백하지만 산조인탕 불면증은 담허(膽虛) 때문이어서 안색 변화가 별로 없다.
▷치자시탕: 이 처방의 불면증은 흉중번열(胸中煩熱), 신열(身熱), 수족번열 등으로 나타나는 삼초의 기분(氣分)의 열증 때문으로 허증이 아니고 실증이다(停滯).
▷온담탕: 이 처방의 불면은 담음 때문으로 복진 시 대부분 위내정수(胃內停水)와 복명성(腹鳴聲)이 나타난다. 온담탕에서는 귀비탕 보다 신경증상이 좀 더 강해서 잘 놀라고 두려워하고 식은땀이나 진땀 증상도 있다.
▷황토탕, 온청음, 황련해독탕: 귀비탕의 대장 출혈, 자궁 출혈, 토혈 등은 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다. 만일 출혈 증상이 심하거나 쉽게 회복이 잘 안 되고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황토탕, 온청음, 황련해독탕 등을 고려하거나 귀비탕과 이 처방들을 결합해 사용한다.
강주봉 원장(샬롬한의원)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