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소화불량은 검사상 ‘이상 없음’이라는 말을 듣지만, 환자의 일상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조기만복, 상복부 통증, 식후 팽만감, 반복되는 더부룩함. 약을 바꿔도, 생활을 조절해도 완전한 해결은 쉽지 않다.
그런데 만약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라도, 체질에 따라 정반대의 식이요법을 적용하고 모두 호전된다면?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성하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임정태 교수 연구팀은 강남신광한의원 최연국 원장(사단법인 8체질의학회 이사)과 함께 8체질 침치료와 8체질 식이요법이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는 증례 보고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Frontiers in Medicine(Family Medicine and Primary Care, IF 3.0)에 2025년 7월 23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금음(金陰), 토양(土陽), 수음(水陰) 체질에 해당하는 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모두 장기간 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을 앓아온 사례다.
연구팀은 8체질 맥진으로 체질을 판정하고 체질별 침처방을 적용하며 8체질 섭생법에 따른 맞춤 식이요법을 병행했다. 효과 평가는 환자자가보고도구(PRO)인 **NDI-K(Nepean Dyspepsia Index-Korean version)**와 **FD-QoL(Functional Dyspepsia-Quality of Life)**을 활용해 치료 전, 2주, 4주 시점에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3례 모두에서 증상 점수와 삶의 질 점수가 현저히 개선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수음 체질과 토양 체질 환자에게 서로 상반된 식이요법을 적용했음에도 각각 유의한 호전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동일 질환이라도 병태 이해와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의학이 강조하는 정밀의학은 개인의 유전적·환경적·생활습관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 치료를 의미한다.
8체질의학 역시 맥진을 통해 개인의 체질적 특성을 구분하고, 침과 식이를 달리 적용한다는 점에서 개별화 치료 모델에 가깝다.
이번 증례 보고는 소수 사례이지만, 체질에 따른 상반된 식이요법이 각각 효과를 낸 결과를 통해 한의학적 체질 분류가 단순 이론이 아닌 치료 반응 차이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특히 식이요법 순응도와 증상 변화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치료 효과가 침 자극만이 아니라, 체질에 맞춘 생활 관리와 결합될 때 극대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공개성’이다. 연구팀은 8체질 맥진법, 8체질 침치료법(동영상 포함), 체질별 침처방, 8체질 섭생법 등을 논문 부록에 상세히 수록했다. 이는 학술지 웹사이트 및 PUBMED를 통해 자유롭게 열람 가능하다.
그동안 체질의학은 ‘임상 경험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치료 프로토콜을 공개함으로써 재현 가능성과 국제적 검증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연이 2016년부터 추진해온 ‘코어(KOR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코어 프로젝트는 한방 병의원 단위의 임상 증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표준화된 평가 도구를 적용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는 사업이다.
즉, 현장의 진료 경험을 학술적 근거로 연결하는 ‘근거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증례 보고는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다기관 전향 연구나 무작위 대조연구로 확장된다면 체질 기반 치료의 과학적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기능성소화불량은 구조적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 목표가 모호해지기 쉽다. 하지만 환자의 삶의 질 저하는 분명하다. 이번 연구는 체질에 따른 침·식이 병행 치료가 증상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3례 증례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대조군이 없고 표본 수가 적다. 장기 추적 데이터도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질문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같은 진단명 아래 서로 다른 환자들. 그 차이를 ‘체질’이라는 언어로 설명하고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는 시도는, 한의학 고유의 강점을 현대 연구 틀 안에서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기능성소화불량 치료의 미래가 약물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체질·생활·침치료를 결합한 통합적 모델로 확장될 수 있을지 후속 연구가 답할 차례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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