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으로 여러 약을 먹는 환자가 무릎 통증 때문에 한의원을 찾았다. 최근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아직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 한의사는 통증만 묻고 치료를 시작하기보다 현재 복용약이 무엇인지, 검사 결과를 누가 알려주기로 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월 17일을 ‘세계 환자 안전의 날’ 주제를 ‘비감염성질환의 안전한 의료’로 정했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처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여러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거치기 쉽다. WHO는 그 과정에서 약물 오류, 놓친 검사 결과, 진료 정보의 전달 누락 등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WHO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강조한 행동은 분명하다. 자신의 증상·약·검사 결과·진료 일정을 기록하고, 의료기관을 옮기거나 퇴원할 때 치료 계획을 확인하며, 모르는 내용은 질문하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미국 병원에서 치료받는 한의원 환자에게도, 병원 진료를 받는 한의사와 그 가족에게도 적용된다.
▲ 환자가 지금 복용하는 약은?
WHO는 환자에게 자신의 건강정보를 관리하는 ‘정보 담당자’가 되라고 권한다. 증상과 검사 결과뿐 아니라 복용약과 예약 일정도 기록해두라는 뜻이다.
한의원에서는 환자에게 처방약만 물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일반의약품, 한약, 허브 제품, 건강보조제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약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약병이나 처방 목록을 가져오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오도록 안내할 수 있다. 새 약을 처방받았거나 입원한 적이 있다면 이전 목록과 달라진 점도 다시 물어봐야 한다.
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을 때도 한약과 침 치료를 포함해 현재 이용하는 치료를 알리도록 설명하자.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는 환자가 모든 의료진에게 보완의료 이용과 복용 중인 약·보조제를 알리고, 의료진 역시 이를 먼저 물어보도록 권한다. 일부 허브 제품은 의약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 검사결과 확인여부
검사를 받은 뒤 병원에서 연락이 없으면 결과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WHO는 연락이 없다고 반드시 좋은 소식은 아니라며, 환자가 검사 결과를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의원 환자가 “지난주 검사했는데 연락은 없었어요”라고 말한다면 결과를 확인했는지 물어볼 수 있다. 환자에게는 병원 환자 포털을 확인하거나 검사한 의료기관에 연락해 결과와 다음 계획을 문의하도록 안내하면 된다. 특히 퇴원 당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검사가 있다면, 누가 그 결과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알려줄지 분명해야 한다.
한의사가 병원의 검사 결과를 대신 판독하거나 치료 계획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이 기사의 취지가 아니다. 핵심은 확인되지 않은 결과가 그대로 잊히지 않도록 환자가 담당 의료진과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미국 의료연구품질청(AHRQ: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도 퇴원 계획에 검사 결과 설명과 후속 진료를 포함하도록 권고한다.
▲ 퇴원 이후의 경과(복용약, 후속진료 일정 등)
입원과 퇴원, 다른 병원으로의 의뢰는 치료 정보가 다음 의료진에게 넘어가는 시점이다. WHO는 이런 ‘진료 전환’ 때 복용약, 후속 진료 일정, 증상이 악화하면 연락할 곳을 확인하라고 권한다.
미국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와 가족은 입원 전 약 가운데 계속 먹을 약과 중단할 약, 새로 추가된 약을 구분해 물어봐야 한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검사가 있는지, 다음 진료는 언제인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연락해야 하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AHRQ 역시 환자와 가족을 퇴원 계획에 참여시키고 약물, 검사 결과, 경고 증상, 후속 진료를 함께 검토하도록 권한다.
퇴원 후 한의원을 다시 찾은 환자에게는 “입원 전과 약이 달라졌나요?”, “퇴원 지시사항을 받으셨나요?”, “다음 병원 예약은 잡혔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설명이 서로 맞지 않거나 환자가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할지 모른다면, 처방한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확인하도록 연결해야 한다.
▲ 미국에서도 확인되는 환자 안전 문제
미국의 환자 안전 자료도 이런 확인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AHRQ가 메디케어 입원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2023년 메디케어 환자의 입원 사례 중 5.2%에서 적어도 한 건의 위해사건이 확인됐다. 이는 미국의 모든 입원환자에게 적용되는 비율은 아니다. AHRQ에 따르면 2021∼2023년 집계된 위해사건에서는 약물 관련 사건, 욕창, 병원 내 감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위해사건이 확인됐다는 사실이 곧 의료진의 과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또한 환자에게 약과 검사 결과를 챙기라고 말하는 것이 안전 책임을 환자에게 넘기는 뜻도 아니다. 의료기관은 결과를 추적하고 치료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과 복용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한다. WHO는 의료진에게도 환자와 함께 결정하고,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 연속성을 확보할 것을 촉구한다.
한의사는 진료실에서 이 원칙을 간단한 질문으로 실천할 수 있다. “복용약이 바뀌었나요? 검사 결과는 확인하셨나요? 다음 병원 진료는 언제인가요?” 환자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한 뒤에는 “제가 설명한 내용을 집에서 어떻게 하실지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물어 이해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AHRQ는 환자가 자기 말로 설명해보는 방식을 의료진의 설명이 명확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소개한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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