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病下取 下病上取, 上實下取 下實上取”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라
임상시에 간혹 침치료가 어떤 원리로 치료되는 것인지를 물어오는 환자에게 침치료의 기전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환자는 마치 비과학적인 미신처럼 막연하게 생각하며 시술받게 되어 침구치료의 효능을 제대로 경험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어서 동양의 의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예일대학 통증의학과 교수로서 의사이자 의학박사인 아서 타웁(Arthur Taub)는 1993년에 쓴 ‘Acupuncture: Nonsence with Needles’ 라는 침술의 역사와 의학적 가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글을 써서 오랫동안 수많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로부터 추천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강력한 시의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의사로서 각각의 침법이 생긴 기전이나 치료 원리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기존의 임상결과에 따른 침구효능을 교과서적으로 외워서 시술하게 된다면 본인만의 의학적인 견해를 발전시키는데 매우 한정된 시야를 갖게된다.
모든 학문에는 정확한 사유의 원리가 있어야 하고, 그 원리에 따라 고민하면 응용과 발전이 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까지 수 많은 한의사와 의학자들이 침치료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어느 정도 객관적인 규명에 가까운 내용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과학적 침구치료 원리를 설명한 내용이 서양적 학문체계에 맞추고자한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물론 현재까지 이어져 온 침구치료의 과학적 증명이 무의미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동양의 직관적 사고를 객관화시키는 과정이 다소 무리감이 있으며, 실제 한의학적 사고를 배제하면서 서양의 인식적 틀에 객관화시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氣)를 보이는 현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현실적으로는 한의학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필자가 고민한 내용을 기학(氣學)적인 설명으로 기존의 침법들의 원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현대과학의 관점보다 기학(氣學)적인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하는 근간은 동양의 직관적인 사고의 철학은 이미 실용학문으로 많이 응용되어 수천 년을 이어오면서 실증된 것인데, 그것의 실존적 증명은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같은 맥락으로 물리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그의 저서 ‘현대 물리학과 동양의 신비주의(Tao of physics : an exploration of the parallels between modern)’에서 현대물리학과 동양의 고대 사상을 비교하고 있으며, 동양 사상은 이미 오래 전에 유기적인 우주관을 정립하는 등 현대물리학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연설명하자면, 색즉시공 공즉시색(물질이 공이요, 공이 물질이다)라는 수천 년 전의 동양의 이 황당한 구절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변화가 증명이 된 것이다. 그 이외에 하나의 우주가 아니라 다중 우주라는 동양의 이론도 빅뱅이론으로 하나의 우주가 아닌 다중 우주를 증명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이론들도 과학이 발전할수록 더욱더 동양의 직관적인 철학적 우주관이 훨씬더 발전된 과학적 실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침의 원리를 서양의 인식에 맞추어 실증하는 것은 더 많은 과학의 발전이 된 뒤에 생각할 문제이고, 우리 한의사들은 기학(氣學)적 이론을 바탕으로 침구치료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면 될 것으로 본다.
침구이론의 인식접근에 가장 용이한 ‘경락조절론’부터 설명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침구치료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살펴보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 경락을 신경계로 설명하는 ‘신경학설’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중국의 저명한 침 연구학자인 북경대 신경과학연구소 한제생(韓濟生) 교수로 합곡혈(엄지와 검지 사이)에 침을 놓으면 안면신경에 변화가 생기는 반면, 이곳을 마취한 뒤 침을 놓으면 안면신경에 변화가 없다는 실험을 통해 침의 효과가 신경으로 전달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매우 좋은 시도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한가지 의문이 있다면 신경과 혈관보다 더 세밀하게 분포된 것이 경락인데, 일부로서 전체를 설명하고자 한 아쉬움이 있다. 즉 경락은 신경보다 훨씬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를 해야 침구치료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 호르몬 등의 변화를 설명하는 ‘내분비학설’도 있다: 캐나다의 포머란츠 박사는 개 실험에서 인중혈(코와 입 사이)에 침을 꽂으면 혈압, 맥박수, 혈중 산소량 등이 증가하는데, 다른 곳에 침을 놓으면 이런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침을 놓으면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 양이 침을 놓은 뒤 20분 후 최고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쥐를 통한 동물 실험에서는 쥐의 복부를 통해 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뇌로 부터 코티졸 호르몬을 많이 분비케 한 뒤 혈압을 올려서 고혈압 상태로 만든 뒤에 쥐의 팔에 고혈압의 경험혈인 혈자리를 찾아 자침과 전기침을 동시에 연결한다. 그렇게 한 뒤 쥐의 두개골 속 깊은 부위에 있는 부교감 신경이 작용하여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이 나오는지의 여부를 뇌의 한 부분인 절단된 면을 통해 그래프와 모니터로 계속 확인하게 된다.
즉 경혈부위의 미세자극에 의해서 엔돌핀같은 통증억제물질이 분비되거나 통증부위에 항원 항체을 유도하여 면역세포가 모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침치료의 효과가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실험에서의 의문점은 침구치료 효과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침을 놓고서 불과 수초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이 역시 침구효능의 일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다.
▷ 경혈론: 이 이론은 ‘경혈’의 피부는 다른 피부보다 약해서 말초신경에서 가한 통증 자극 반응이 침을 놓은 뒤에는 나타나지 않아 통증이 억제된다는 ‘전기 자장학적 연구’도 시도됐다.
이 주장에 따르면 ‘경혈(經穴)이란 전기적 저항성이 낮고 전도성은 가장 높은 점’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기학적인 설명에 근접한 내용이지만, 신경계의 미세전류로만 침구효능을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 김봉한 박사의 봉한이론: 경락이나 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연구에는 해부학, 생물학, 신경학, 세포학 등 현대 의학의 모든 지식이 총 동원됐다.
그는 인체에는 신경계, 혈관계, 림프계와 다른 제3의 순환계가 있는데, 경락을 잇는 관(봉한관)을 따라 액체(봉한액)가 흐르며, 그 속에 세포를 재생하는 ‘산알’이란 일종의 DNA 알갱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학설은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으나, 후속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연구가 가장 기학(氣學)적인 측면의 연구로서 실험의 재연성만 구현되었다면 매우 만족할 만한 연구였으나, 아쉽게도 주관적인 실험연구에 그치고 말았다.
▷ 뇌신경자극론으로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수술 직전 침을 놓았더니 수술 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통증을 덜 느꼈으며, 수술 뒤 투여한 진통제 양도 훨씬 적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는 1998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눈에 관련된 경혈에 침을 놓으면 뇌의 시각 피질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논문을 발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 박사는 그러나 몇 년후 경혈이 아닌 곳에 침을 놓아도 뇌가 똑같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98년 연구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침의 과학적 연구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서 자기 몸을 강화시키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는 정도의 설명은 가능하게 되었다.
이 같은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락’ ‘경혈’ ‘기’를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과학 모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경락이나 기의 실체를 밝히는 연구보다 침을 질병 치료에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임상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락’이든 ‘신경’이든 침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지를 규명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일 것이다.
▲ 기학(氣學)과 경락-자침하는 경혈로 기가 몰려온다.
기(氣)는 볼 수 없으나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 자침 효능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겠다. 경락은 종횡으로 그물처럼 피락까지 걸쳐져 이어져 있으나 기본 12경락을 운용할 때에는 각 경락이 하나의 선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곳의 혈점을 자극하면 그 부위로 경락의 기운이 급속하게 끌려온다. 즉 자침 시 경혈점 부위에 통증이 생기면서 붉어지는 것은 혈액이 왔다는 것을 반증하며 혈액은 기의 이끌림에 의해 오기 때문에 혈액이 몰렸다는 것은 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혈점을 중심으로 오는 기를 강하게 끌어들이게 되고 동시에 강하게 끌려오는 경락의 흐름으로 순간적인 기압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경혈점에서 나가는 기는 강하게 밀어내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자침자극은 경혈점으로 기를 당긴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와 같이 기를 끌고 미는 현상은 사지의 경혈점에서 잘 나타나며 특히 수족말단의 경혈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 상부의 병은 하부 치료
만일 식체로 위장경락이 울체 되어 위완부가 답답하거나 양명두통이 생겼다면 발의 족양명위경의 경혈을 자침하면 위장경락의 소통으로 위완부의 불편함과 양명두통이 소실된다. 상부의 병(실증)은 하부에서 치료한다는 원론에 따른 것이다.
족삼리는 물론 해계, 충양, 함곡, 내정, 여태까지 어디든 자침하면 경락의 기운이 아래로 이끌리며 경락의 유통이 촉발되어 증상이 소실된다.
물론 같은 경락이라도 경혈점의 부위에 따라 경락반응이 달라서 경기를 급하게 끌어내리느냐 완만하게 끌어내리느냐 하는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어느 혈을 자침하든 기를 끌어 내리는 작용은 일어나며 병증의 원인이 되는 경락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침을 하면 그 즉시로 증상이 소실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 표리경의 자극
아울러 양명경락의 끌어내린 경락기운을 표리경인 족태음비경에서 원활하게 받아서 복부로 기운을 올려주어야 치료효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경락의 기운을 입복시키기 위해서 하지에 존재하는 족태음경락의 경혈점을 자침하게 되면 표리경인 족양명의 기운을 받아서 끌어들이는 동시에 끌려오는 기의 압력에 의해서 복부로 기운을 밀어 올리는 추기작용을 할 수 있다.
양명경만 자침하는 것이 아니고 표리경인 태음경의 자침으로 기운을 원활하게 당기고 밀어주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원활히 돌려준 경락의 기운을 복부로 입복시키면 바다로 흘러 들어간 오폐수가 자연적인 정화작용으로 깨끗해 지듯이 우리 몸의 병기도 복부로 유통시키면 자체적인 정화작용으로 자연스레 소실된다.
만일 체질이 허약한 사람이 양명두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양명경을 내리기만 하면 약한 기운의 편중으로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수양명대장경에 곡지혈을 잡아준다. 물론 대장경락혈을 잡기 위해서 폐경락의 경혈을 하나 정도 잡아주면 더 고급치료의 혈법이 된다.
이렇게 되면 양명경락의 기운이 족양명위경의 경혈자침으로 급격히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고 양명경락의 기운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어서, 매우 부드럽게 경락의 흐름을 조절해 줄 수 있다.
▲ 경혈점 자극의 효과
경혈점의 자극은 혈점을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은 동시에 나타나지만 각 경락 안에서는 기시되는 혈들에서는 밀어내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종지되는 혈들에서는 끌어내는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족양명의 종지혈부(경락이 끝나는 혈부)인 해계, 충양, 함곡, 내정, 여태혈은 다음 경락으로 밀어주는 작용보다는 양명경락의 기운을 끌어내리는 작용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족태음의 은백, 대도, 태백, 공손, 상구혈은 표리경의 족양명위경의 경락기운을 끌어오는 작용도 있지만 족태음경락을 밀어올리는 작용이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위경락의 족부혈은 끌어내리는 동시에 표리경으로 밀어주는 작용을 하지만 끌어내리는 작용으로 양명두통을 치료하게 된다.
이와 함께 표리경인 족태음경의 족부혈은 표리경인 양명경에서 끌어오는 동시에 복부로 밀어 올리는 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내어 병기를 복부에서 정화시키는 작용이 나타난다. 복부로 활기차게 족태음경락의 기운이 입복되어야 중초의 기운이 더 원활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 사례-식체와 기의 흐름
식체로 위장부위와 가슴이 답답한 경우에 폐경락의 혈점들을 자침하면 트림이 나면서 답답한 증상이 소실된다.
이것은 폐의 경락이 중초에서 기시하기 때문에 폐경락 기의 흐름을 강하게 촉발시켜서 중초의 울체를 풀어주게 된다. 또한 족태음경과의 연장선에서 태음의 기운을 원활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즉 중초의 기운을 밖으로 강력하게 이끌어 내는 자침 행위로 돌려준다.
동씨침에서 만성위장질환을 치료하는 특효혈로 토수혈이 수태음폐경 경락의 어제혈 부위에 있는데 수태음경락에서 중초의 기운을 돌려서 위장질환을 치료하는 혈이 존재하는 이치도 설명이 가능하다.
또한 동씨혈 중에서 사화상, 사화중, 사화하 등의 족양명위경락부위의 혈들에서 생기는 청근(파란핏줄)은 만성적인 위경락의 순환장애로 생기는 경락저체현상이다. 이 부위를 자침하거나 사혈하면 족양명위경의 하행적 순환이 강화되면서 만성위장질환이 호전된다.
이와 같이 경혈점을 자침했을 때에 기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알고서 자침을 하면, 환자의 몸 안의 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때문에 기를 끌어 당길지 올릴지 천천히 또는 빨리 끌어내릴지 등은 환자의 체력과 병의 상태에 따라 자침기법을 운용하면 인체의 경락흐름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즉 기의 흐름을 알면서 시술하면 거의 훈침현상을 만들지 않고 치료할 수 있고 환자는 자침과 동시에 매우 편하고 안정된 느낌을 바로 가질 수 있다. 자침 후에 인체의 기가 알맞게 분배되는 것이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키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 상병하취(上病下取) 하병상취(下病上取), 상실하취(上實下取) 하실상취(下實上取)
자침하는 쪽으로 경락의 기운이 몰리면서 경락이 자각하여 기운을 원활히 유통시킨다는 단순한 침 자극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이 많다.
즉 상부에 병이 있으면 하부로 이끌어 치료하고 하부에 병이 있으면 상부로 이끌어 치료하는 것이 바로 침으로 기운을 유통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예를 들어 후두통이 있는 경우 곤륜을 자침해 후두부 위에 울체된 기혈이 아래로 이끌려 내려온다. 자침 순간에 이미 증상이 소실되기 시작하는 것은 자침 후 경락의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편두통이 생겼을 때는 족소양담경락의 하지부의 경혈에 자침하고 전두통이 생기면 족양명위경의 하지부위에 자침하면 될 것이다. 만일 허증의 두통이 생긴다면 ‘상실하취(上實下取) 하실상취(下實上取)’라는 치료원칙에 위배 되므로 해당경락의 상부 경락에 자침하는 것이 경락조절 치료의 원칙이다.
▲ 경락생성론의 개념과 이해
우리 몸이 12경락으로 구성된 것은 침구역사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장부배속이 되면서 이루어졌다. 실제는 태음, 소음, 궐음, 태양, 소양, 양명으로 이루어진 6경이론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상지에서 흐르는 수태음과 하지에서 흐르는 족태음은 실제로 태음기운으로 연결된 하나의 경락이다. 이에 배속된 장기가 수태음은 폐와 족태음은 비장에 배속시켰을 뿐 실제로는 상하로 태음경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수태음경의 기시혈인 ‘중부’혈의 혈명의 의미는 ‘중초의 기운이 모여있는 부서’이고 수태음경락의 시작을 중초에서 시작한다는 말과도 연계된다.
때문에 습체로 하지가 붓거나 중탁한 기운으로 무기력할 때에 수태음 경락의 혈자리를 자침하면 중탁한 족태음의 경락이 활성화되면서 활기차게 위로 정상적인 순행을 시작한다. 하부의 병을 상부에서 치료한다는 이치인 것이다.
이와 같이 경락생성론을 이해하면서 수태음경과 족태음경을 떼어내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태음경으로서 자극하는 쪽으로 기운을 이동시키면 족태음비경의 병을 수태음폐경에서 치료한다는 이치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같은 이치로 심혈관 질환의 문제로 흉만하거나 두뇌부의 혈류장애가 있는 경우 수궐음심포의 자침도 좋지만 족궐음간경을 다스려야 더 신속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소복냉으로 하복부의 혈류가 저체되어 어혈이 생기거나 자궁에 문제가 있을 때에 수태양소장경을 자침하는 것도 하복의 병을 소속경락의 상부에서 치료하는 것으로 같은 원리가 된다.
이 밖에 수태양소장경락의 유주부위인 견갑골의 통증은 족태양방광경의 자침을 통해 더 빠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자침하는 쪽으로 경락의 기운을 이끌어서 ‘상병하취(上病下取) 하병상취(下病上取), 상실하취(上實下取) 하실상취(下實上取)’ 한다는 기본이론을 이해하면 응용하기가 쉽다.
오세준 원장(밝은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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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최재윤입니다.
오원장님의 칼럼 잘 보았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드리자면 혹시 경락의 오류와 맹점을 아십니까?
이것을 모르고 경락과 장부귀결 및 경혈에 대한 자극을 하기 때문에 정확한 효능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현대적으로 기(氣)에 대한 정의를 한다면 무엇일까요? 이것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어떤 글자가 맞을까요?
과거 동서양의 교류가 없을 때, 동양에서 ‘기(氣)’라고 하면 그 의미를 다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현대는 이러한 동양사상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氣)’를 말하면 이해불가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서 타웁(Arthur Taub)이라는 사람이 맹렬히 비판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비판에는 일리가 있으며 타당성이 높은 지적입니다. 거기에 과학적 사고를 가진 의사로서 지적질을 한다면 그 신뢰도는 일반인에게는 절대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한의사로서 한의학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그들의 비판을 한번쯤은 통렬히 받아들이고 깊이 성찰을 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한의사나 외국의 한의사나 모두 같습니다.
그나마 저 우매한 중국인들은 경락을 신경이라고 권위 있는 학자가 주장을 하고 나서고 있는 입장으로 중의학은 그 비판에서 살짝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멍청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인데, 과거 저의 제자가 북경대에 연수를 하였을 때 한제생(韓濟生)이 똑같이 합곡에 대한 실험으로 경락은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반론으로 잘못됨을 인지시킨 사례가 있었습니다. 즉 지구혈과 승산혈로 변비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가지고 반론을 제기했었습니다.
아무튼 ‘기(氣)’를 중심으로 침술에 대한 주장을 하시려면 먼저 그 ‘기(氣)’에 대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무조건 현대과학을 무시하고 동양의 전통적인 것에 따르라고 한다면, 또 다시 질문이 들어갑니다. 그럼 한의학은 과학인가요? 철학인가요? 만약 철학이라면 철학을 가지고 인체를 다룬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서양과학자들은 자기들의 과학적 틀에 동양의 사상과 철학을 쑤셔 넣으려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 반면 동양학자들은 발전을 시키는 커녕 오히려 그 안에서 조상이 물려준 유물만 파먹고 있습니다. 생각을 해봅시다. 동양의학의 역사가 몇 년입니까?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기원전 3000년부터 시작됩니다. 그 오랜 세월 지나면서 동양의학은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은 완료된 학문이 되었습니다. 즉 경락, 경혈, 오장육부 등의 정의와 귀결 및 장상론적 생리학은 이미 완료된 학문입니다. 음양오행이라는 논리 모두 완료된 동양철학이자 과학입니다. 지나다 들러 다는 댓글이라 길게 글이 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심도있는 연구로 발전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한의대생입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그 질환에 왜 그런 경혈들을 취혈하는지 그 원리를 알지 못했는데, 원장님 글 덕분에 개안이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네, 댓글 감사합니다. 오세준 원장님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