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진이 뇌 영상 기술을 활용한 임상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만성요통 환자의 뇌 구조를 변화시켜 증상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 KIOM, 이하 한의학연)은 임상의학부 김형준 박사와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침 치료가 만성요통 환자의 뇌 일차감각영역(primary sensory area) 변화를 유발해 둔해진 허리의 감각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뇌 영상학 분야 권위지인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최근 게재됐다.
- 해당 연구는 미국 하버드의대 마르티노스 바이오메디컬 이미징 센터*에서 비탈리 내퍼도(Vitaly Napadow)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마르티노스 바이오메디컬 이미징센터(Athinoula A. Martinos Center for Biomedical Imaging)는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산하에 1999년 설립된 세계적인 뇌영상 및 의료영상 분야 연구기관
한의학연은 한방 병·의원 등 임상현장에서 만성통증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여온 침 치료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그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손목터널증후군 질환에 침 치료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힌 기존 연구의 후속으로 진행돼 만성요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상시험에는 78명의 만성요통 환자가 참가해 침 치료를 실시한 진짜 침* 치료군 18명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60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연구팀은 침 치료 효능을 정확히 확인하고자 대조군을 다시 37명의 가짜 침** 치료군과 진짜 침 및 가짜 침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23명의 일반 치료군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 * 진짜 침 치료: 요양관, 신수, 위중, 태계 및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허리 부위 2∼3개의 혈자리에 추가로 침 치료를 시행
- ** 가짜 침 치료: 통과하지 않는 가짜 침으로 피부에 약한 자극을 주거나, 레이저침을 사용한다고 알린 뒤 전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 피부에 아무 자극을 주지 않는 플라시보 치료. 연구대상자들에게는 모두 효과가 좋은 침술중 하나라고 안내
연구팀은 4주간 총 6회에 침 치료를 실시했으며 치료 전후 전체 피험자 대상으로 허리부위 촉각예민도를 측정하는 2점식별검사*를 수행했다.
- * 2점식별검사: 컴퍼스나 버니어캘리퍼스 등 도구를 이용해 피부 두 군데를 동시에 자극한 후 피험자가 느낄 수 있는 두 지점 사이의 가장 짧은 거리를 측정하는 검사. 감각예민도를 측정할 때 사용
검사 결과, 진짜 침 치료를 진행한 실험군은 치료 전보다 촉각예민도가 약 18.5%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짜 침 치료군 및 일반치료군은 촉각예민도가 약 4.9% 둔감해진 것으로 나타나 진짜 침 치료만 만성요통으로 인해 둔감해진 허리부위 감각을 회복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동일 실험을 통증과 상관없는 손가락에서 시행한 결과 치료 전후 2점식별검사 값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으며 진짜 침 치료군과 대조군 간의 차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연구팀은 MRI를 활용해 침 치료 시 만성요통 환자의 뇌 구조 변화를 확인했다. 먼저 fMRI를 이용해 허리 자극 시 뇌의 일차감각피질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이하 허리영역)을 획정한 연구팀은, T1 강조영상*을 통해 허리 감각이 둔해질수록 허리영역의 회백질 부피가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 * T1 강조영상: 대뇌 회백질의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MRI 영상기법
4주 6회의 치료 후 피험자의 뇌 구조를 관찰한 결과, 진짜 침 치료군만 허리감각이 회복되면서 허리영역의 회백질 부피가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확산텐서영상(DTI)*를 이용해 만성요통 환자의 뇌백질 구조를 살펴본 결과, 진짜 침 치료 후에만 허리감각이 회복되면서 허리영역 뇌백질 구조 이상이 함께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 DTI): 대뇌 백질의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 기법 중 하나.
나아가 피험자를 대상으로 통증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불편감을 조사*한 결과, 대조군의 불편감이 4.6% 감소한데 반해 진짜 침 치료군은 11.0% 감소해 진짜 침 치료군에서만 유의미한 개선 결과가 나타났다.
- * PROMIS-29, pain interference: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불편감을 주는지 평가하는데 널리 사용되는 설문조사법
연구책임자 김형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객관적 지표로 나타내기 어려웠던 침 치료 효능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계기”라며 “향후 섬유근육통 및 신경병증성 통증 등 다빈도 통증 치료기전 관련 연구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요사업(KSN2013240) 및 보건복지부 한의국제협력연구사업(HI17C2212)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자료=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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