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발목염좌를 외상으로 인해 기혈이 정체된 어혈(瘀血) 병증으로 이해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타박과 염좌 이후 발생하는 동통과 종창을 어혈로 설명하고 있으며, 치료 원칙으로 활혈거어(活血祛瘀)를 제시한다. 즉, 단순히 통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 부위의 혈류를 개선하고 조직 회복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활혈거어 처방의 대표가 바로 당귀수산(當歸鬚散)이다.
당귀수산은 『의학입문』과 『동의보감』에 수록된 처방으로 당귀·작약·홍화·도인·소목·향부자·오약·계피·감초 등으로 구성된다. 전통적으로 외상 후 어혈성 통증, 타박상, 반상출혈, 골절 후 통증, 염좌 등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처방 가운데 하나이며, 현재도 한의 임상에서 발목염좌와 교통사고 후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빈번하게 활용된다.
급성 외측 발목염좌(Acute Lateral Ankle Sprain, ALAS)는 스포츠의학 분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근골격계 손상이다. 흔히 ‘발목을 접질렸다’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한 인대 손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임상적 부담이 적지 않다.
미국 Journal of Athletic Training에 게재된 Herzog 등의 역학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200만 건 이상의 발목 염좌가 발생하며, 응급실에서만 연간 약 100만 명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스포츠 손상의 약 20~4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손상 가운데 하나이며, 농구·축구·배구·미식축구처럼 점프와 방향 전환이 많은 종목에서 특히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문제는 발목 염좌의 상당수가 ‘완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Herzog 등과 Gribble 등의 연구에서는 급성 발목염좌 환자의 20~40%가 만성 발목불안정성(Chronic Ankle Instability, CAI)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CAI는 반복적인 발목 접질림과 통증뿐 아니라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 저하, 신경근 조절장애, 균형감각 저하를 동반하며 장기적으로는 외상 후 퇴행성관절염(Post-traumatic Osteoarthritis) 발생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스포츠의학회와 미국물리치료협회(APTA)는 발목염좌를 단순히 ‘염증을 가라앉히는 질환’이 아니라 조기 기능 회복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JOSPT) 임상진료지침은 초기 보호와 적절한 부하(Optimal Loading), 관절운동 회복, 균형훈련, 신경근 재교육을 포함한 적극적인 재활을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PEACE & LOVE 원칙이 국제 스포츠의학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약물치료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통증 감소에는 효과적이지만 인대 치유 자체를 촉진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초기 염증반응이 인대 재생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과도한 염증 억제가 조직 치유에 반드시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장기간 복용 시 위장관 출혈, 심혈관계 위험 증가, 신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스포츠의학 분야에서는 조직 치유를 촉진하면서 기능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통합의학적 접근(Integrative Medicin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기초연구에서도 전통적인 활혈거어 효능이 현대 의학적 기전으로 하나둘 규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발표된 Scoping Review에서는 지금까지 발표된 당귀수산 연구를 종합한 결과 NF-κB 억제, Nrf2 활성화, TNF-α와 IL-6 감소를 통한 항염증·항산화 효과와 혈관 보호, 신경세포 보호 및 조직 회복 촉진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 머물렀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고품질 임상시험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Kim 등 연구진은 급성 외측 발목염좌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Randomized), 이중맹검(Double-blind), 위약 대조(Placebo-controlled) 임상시험을 수행해 당귀수산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고, 이는 현재까지 발표된 당귀수산 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임상 근거로 평가받고 있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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