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드라이니들링(Dry Needling)을 허용하는 캘리포니아 법안 AB 2497이 지난 4월 21일 Assembly Business and Professions Committee를 찬성 10표, 반대 8표로 통과하면서 현지 한의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이 예상보다 빠르게 입법 절차를 밟자 가주 한국 한의계도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가주 한의계는 5월 7일 비상대책 공동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가주한의사협회 조본환 부회장·김민균 부회장·소피아 리 총무, 이미란 원장, 동국대 LA 스테판 서 학장, 재미한의사협회 데이비드 리 회장, AAAMA 조세희 회장, AIMI 마이클 리 회장 등이 참석했다.
가주한의사협회로 열렸던 이 회의에서는 특히 법안에 포함된 드라이니들링(Dry Needling) 확대 조항을 두고 한의계는 “사실상 침 치료 허용”이라며 총력 저지에 나선 분위기다. 최근 열린 캘리포니아 한의계 회의에서는 “지금 막지 못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위기감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드라이니들링 아닌 침 시술”… 한의계 강한 반발
현재 한의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드라이니들링 확대 조항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민균 부화장은 “PT 측이 기존 ‘Dry Needling’ 대신 ‘Tissue Penetration’, ‘Neuromuscular Treatment’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법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에 대해 한의계는 용어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침 시술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본환 회장은 “지난해 드라이니들링으로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딪히자 이름만 바꿔 다시 가져온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통증 치료와 워커스컴(Workers’ Compensation) 시장에서 환자 유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제기됐다.
AB 2497에는 드라이니들링 외에도 비마약성 진통제 처방 권한 확대, 초음파 직접 시행 및 판독, 의사 감독 없는 단독 진료 확대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스코프(scope) 확대가 아니라 의료 직역 체계 자체를 바꾸는 문제란 의미이다.
AB 2497, 현재 어디까지 왔나… 남은 입법 절차는?
AB 2497은 지난 2월 가주 하원(Assembly)에 공식 발의된 이후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법안은 물리치료사(PT)의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며, 드라이니들링(Dry Needling)을 포함한 침습 행위 허용 조항 등이 포함돼 한의계 반발을 불러왔다.
법안은 지난 4월 21일 캘리포니아 하원 산하 Assembly Business and Professions Committee 심의를 거쳐 찬성 10표, 반대 8표로 통과됐다. 이 단계는 의료 직역 및 면허 관련 법안을 처음 심사하는 핵심 위원회 절차로, 한의계 내부에서는 당초 위원회 단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안이 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현재는 Assembly Appropriations Committee(세출위원회) 단계에 올라가 있다. 세출위원회는 법안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주정부 재정 부담, 행정 비용, 규제 운영 비용 등을 검토하는 절차다.
특히 이 단계에서 재정 부담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법안은 ‘Suspense File’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사실상 심사가 중단되거나 폐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재 한의계가 세출위원회를 최대 분수령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AB 2497이 세출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이후 절차는 캘리포니아 하원 전체 표결(Assembly Floor Vote)→캘리포니아 상원(Senate) 이관→Senate Business and Professions Committee 심의→Senate Appropriations Committee 심의→상원 전체 표결(Senate Floor Vote)→주지사(Governor) 서명 단계를 거치게 된다.
아직 하원에서 결정나지 않은 지금이 바로 이 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해 저지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한의계에서는 AB 2497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환자 안전 문제 가장 심각”… 로비·정치 대응 총력
현재 한의계는 환자 안전 문제를 가장 핵심적인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회의에서는 PT들의 침습 시술 교육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참석자들은 “짧은 certification 과정만으로 침습 시술을 수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기흉, 감염, 신경 손상, 응급상황 대응 문제 등을 우려했다.
그러나 한의계는 “침은 단순히 바늘을 찌르는 기술이 아니라 체계적인 의학 교육과 임상 훈련이 필요한 의료행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타주 사례도 언급됐는데, 드라이니들링 허용 이후 한의원 수입 감소와 통증 환자 이탈 현상이 나타났으며 한의대 지원 감소까지 이어졌다는 사례와 PT 클리닉에서 드라이니들링까지 제공되면 침 치료 환자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됐다.
조본환 회장은 “현재 로비스트 운영, 의원 접촉, petition 운동 등을 통해 법안 저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정치는 결국 로비 영향력이 크다”며 의원 접촉과 조직적 대응 필요성도 강조됐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한의사 수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현지 한의계는 AB 2497의 결과가 단순 지역 현안을 넘어 미국 전체 한의계 지형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회 및 단체, 한의대 등은 물론 한의사 공동의 공익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는 만큼 이젠 한의사 개개인의 반대행동이 적극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