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한약이 더 이상 ‘보약’ 중심이 아닌 허리·목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 치료 중심으로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방 의료기관의 첩약 처방 10건 중 6~7건이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제8차 한약소비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한방의료기관과 한약 조제·판매처 3122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2024년 한 해 동안의 한약 처방·조제 현황과 한방의료 이용 실태를 분석했다. 조사에는 한방병원 326곳, 한의원 1509곳, 한의사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종합병원 400곳, 약국 571곳, 한약방 316곳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한약은 ‘보약’보다는 실제 질환 치료 목적의 사용 비중이 훨씬 높았다. 한방병원에서 처방된 첩약의 84.7%는 질환 치료 목적이었고 건강증진·미용 목적은 13.9%였다. 한의원 역시 질환 치료 목적이 77.3%로 가장 많았으며 건강증진·미용 목적은 21.1%로 집계됐다.
특히 첩약 처방이 가장 집중된 분야는 근골격계 질환이었다. 한방병원에서는 전체 첩약 처방의 75.5%, 한의원에서는 61.1%가 근골격계 질환 치료 목적이었다. 보건복지부는 허리 통증, 목 통증, 근육통, 관절 질환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진료와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통증 질환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약 제형 가운데서는 ‘탕제’ 선호 현상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한방병원의 93.4%, 한의원의 93.3%, 한약방의 96.1%가 가장 선호하는 형태로 탕제를 꼽았다. 의료기관들은 그 이유로 ‘빠른 효과’를 가장 많이 들었다. 환자 체질과 증상에 맞춘 개별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탕전실 운영 방식에서는 공동이용탕전실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의원의 경우 공동이용탕전실만 이용한다는 응답이 43.7%로 가장 높았고, 자체 탕전만 이용은 42.7%, 두 방식을 병행한다는 응답은 13.5%였다. 한방병원은 공동탕전만 이용 33.4%, 자체탕전만 이용 34.8%, 병행 이용 31.8%로 나타났다.
이는 한약 조제 과정의 표준화와 위생·안전 관리 중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원외탕전실 인증제도를 운영 중인데, 조사에서는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인증제도 인지도는 높은 반면 요양병원과 종합병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수요 조사에서는 모든 기관 유형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한방병원의 경우 건강보험 확대 요구가 56.0%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의과와 의과 간 원활한 협진 필요’가 23.2%로 뒤를 이었다. 한의원은 한방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약국·한약방은 한약재 안전성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첩약 건강보험은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일부 질환에 한해 시범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방 의료기관들은 근골격계 질환까지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한약 소비의 상당 부분이 통증·근골격계 치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건강보험 확대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형진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건강보험 확대 요구와 한약 소비 실태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한의약 서비스의 접근성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자료=한국 보건복지부)
진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