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은 우리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하는 장기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한다. 또한 혈압 조절, 적혈구 생성, 비타민 D 활성화 등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저하된 상태를 만성콩팥병(CKD)이라고 한다.
만성콩팥병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공중보건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약 7명 중 1명인 3,500만 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상당수는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의 ‘202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등도 이상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20.6%에 달해 고령층의 주요 건강 문제로 꼽힌다.
문제는 만성콩팥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콩팥 기능이 크게 감소해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흔히 ‘침묵의 병’으로 불린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고혈압은 콩팥의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반대로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혈압이 더 상승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당뇨병 역시 혈관 손상을 통해 콩팥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이 밖에도 사구체신염, 유전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장기간의 진통소염제 복용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고 신호는 거품뇨다.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섞이면 거품이 쉽게 생기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얼굴이나 다리가 붓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피로감, 식욕 저하, 피부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노화나 단순 피로로 오인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성콩팥병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티닌 수치와 사구체여과율(eGFR)을 확인하고, 소변검사로 단백뇨 여부와 콩팥 기능 저하를 평가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의 목표는 손상된 콩팥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오래 보존하는 것이다. 원인 질환을 관리하면서 혈압·혈당·단백뇨를 조절하고, 정기 검사를 통해 신기능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그럼에도 신기능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사구체여과율이 15mL/min/1.73㎡ 미만으로 떨어지면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신대체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관리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심혈관질환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심혈관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라고 조언한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물 남용을 피해야 한다. 또한 개인 상태에 따라 단백질·칼륨·인 섭취를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장내과 강동훈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진단해 꾸준히 관리하면 신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콩팥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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