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부족하거나 피로한 상태에서 눈 떨림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마그네슘 부족이나 스트레스,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해 영양제를 복용하거나 충분히 쉬면 좋아질 것으로 여기지만, 휴식 후에도 눈 떨림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점차 심해진다면 단순한 눈꺼풀 떨림이 아닌 반측성 안면경련(Hemifacial Spasm) 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의원에서도 눈 떨림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를 흔히 접한다. 대부분은 일시적인 안검경련이지만, 경련이 반복되거나 눈 주변에서 입가와 얼굴 전체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면 일반적인 피로나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과는 구별해 접근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안면신경장애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반측성 안면경련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미국안과학회(AAO)는 인구 10만 명당 약 8~15명에서 발생하며 50~60대에서 가장 흔하고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눈 떨림이 얼굴 전체로 번진다면 구조적 원인 의심
반측성 안면경련 환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안면신경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만9226명에서 8만5450명으로 약 23% 증가했다.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후부터 환자가 증가하는데,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이승환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 정상 위치를 벗어나거나 안면신경과 너무 가까운 혈관이 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대부분 눈 주위의 미세한 경련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볼과 입 주변으로 점차 확대되고 심하면 턱 아래 근육까지 경련이 퍼질 수 있다.
오래 지속되면 안면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안면 불편감과 함께 이명이나 청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시간이 지날수록 경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의 임상에서도 이러한 진행 양상은 중요한 감별 포인트다. 단순한 안검경련과 달리 증상이 얼굴 아래쪽으로 확대되거나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구조적인 안면신경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나
원칙적으로 반측성 안면경련의 치료는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치료를 1차 치료로 시행하고, 보툴리눔 독소(Botox) 주사를 2차 치료로 고려한다.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하는 미세혈관감압술(Microvascular Decompression)을 시행할 수 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문제가 되는 안면신경 뿌리 부위의 혈관 압박을 제거하는 수술로, 현재 반측성 안면경련의 원인을 직접 해결하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은 귀 뒤쪽을 약 5~6cm 절개한 뒤 수술 현미경을 이용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확인하고 분리한다. 이후 의료용 테플론(Teflon)을 혈관과 안면신경 사이에 삽입해 혈관이 다시 신경을 자극하지 않도록 한다.
테플론은 체내 거부반응이 거의 없는 재료로 CT나 X-ray를 통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수술 후 평가에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반측성 안면경련을 안순동(眼脣瞤動), 안검순동(眼瞼瞤動) 등의 범주에서 이해한다. 임상에서는 간풍내동(肝風內動), 간양상항(肝陽上亢), 풍담조락(風痰阻絡), 기혈양허(氣血兩虛) 등의 변증을 적용하며 환자의 전신 상태와 동반 증상을 함께 고려한다.
침 치료는 안면 근육의 긴장 완화와 기능 회복을 목표로 시행한다. 지창(ST4), 협거(ST6), 영향(ST7), 사백(ST2), 양백(GB14) 등의 국소 혈위와 함께 합곡(LI4), 태충(LR3), 풍지(GB20) 등을 변증에 따라 활용하며, 만성적인 경우에는 전침(Electroacupuncture)을 병행하기도 한다.
한약은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는 간풍을 평식하고, 만성 피로가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기혈을 보하는 등 환자의 체질과 변증에 맞춰 처방을 구성한다. 또한 후경부 근육 긴장이 심한 환자에서는 부항이나 연부조직 이완 기법을 병행해 근육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복되는 안면경련, 조기 진단과 감별 중요
수술 후 특별히 제한되는 행동은 많지 않지만, 머리를 심하게 흔들거나 강한 충격을 받으면 신경과 혈관 사이에 삽입한 테플론이 움직일 가능성이 보고된 만큼 머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이승환 교수는 “청력 소실 등의 합병증을 우려해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시행하면 청력 저하 발생률은 1% 내외로 매우 낮다”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단순한 눈 떨림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복되는 눈 떨림을 피로나 마그네슘 부족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증상의 양상과 진행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 임상에서도 눈 떨림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얼굴 아래쪽으로 경련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감별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며, 변증에 따른 침 치료와 한약 치료를 통해 안면 근육의 긴장과 전신의 기능적 불균형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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