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Acupuncture Times 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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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광고                                                                                             Oct 1, 2020  Vol. 19  Hani Times
                 Acupuncture


                             한국 한의학(K-Medicine)의 이해와 임상 활용 ①


         한의학은 전체·공간·경락 중시, 중의학은 경혈자체의 주치 중시



                       의자의 호흡을 환자와 맞춰 침 치료, 환자와 함께 심신을 치료해 나가



                                                              명한 치료법이 아닐까 한다.             려면 먼저 공간 개념부터 알            또한 소화가 안 되면 일반적
                                                              ▲  한국  침법의  ‘삼의  원          아야 하는데 이를 ‘풍류도’라           으로 위만 생각하지만 한국
                                                              리’란?                        고 칭했다.                     식 침법은 폐대위비를 다 같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 사용이  제5대 태우의 환웅께서는 “묵                      이 보고 치료한다. 숨이 짧은
                                                              급속히 많아진 현대인의 각종             념(黙念)하고 청심(淸心)하며  사람이 잘 체했으므로 호흡
                                                              문제는 하체운동 부족으로 인             조식(調息)하면 보정(保精)이  이 잘되면 신진대사 작용이
                                                              한 경락 흐름이 원활치 못한 것           된다”며 “뇌파, 심파가 가라앉          활성화 되어 자연히 소화기
                                                              은 두뇌 쪽, 양경의 부하가 걸           으면 호흡이 자연히 골라지고  능이 좋아진다.
                                                              려서이기 때문에 경락 흐름을  건강해진다”고 했다.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즉 머리가 맑은 게 최우선 조                      ▲  의자의  수련을  중시하
                                                              있는데 하체 쪽으로 양경을 따            건이므로 침을 잡을 사람은 먼           는 한의학
                                                              라서 기운을 내려주어야 한다             저 머리가 맑아야 한다. 머리           한국식 침법에서는 의자가 호
                                                              한국 침법은 천인지, 음양 중  는 ‘얼굴’ 즉 ‘얼이 드나드는  흡수련을 통해 호흡이 길어야
                                                              삼의 원리로 운용된다. 경락             굴’이기 때문이다. 얼은 혼이           침을 쥐게 했다고도 한다. 의
                                                              은 3차선으로 흐르기 때문이             기에 혼은 깨어 있어야 한다.  자가 먼저 호흡법을 배우고
                                                              다 수삼음 만해도 폐,심포, 심           또한 우리나라는 공간개념이  익혀 환자의 호흡을 조율해
                                                              경이 흐르고 있다                   뛰어나 집을 지어도 먼저 울            가는 것이다.
                                                              『내경』에서 말하는 순역 개             타리를 만들지 않았고 안과 밖           또한 최소 임독맥이 소통된
                                                              념이 여기에 상응하는데 경기             이라는 한계를 크게 두지 않는  다음 1년은 옆에서 침 놓는
                                                              의 속도를 조절하는 개념이다.  기경의 세계를 추구했다. 반면  것을 보게만 했다고 한다. 이
                                                              오행의 상생상극과 강은 개념             중국은 울타리를 먼저 만들어            후 무술수련을 한 뒤 보사법
                                                              으로 천천히 완만히 가면 상             두고서 집을 지어간다.               을 배우게 된다고 했는데 자
                                                              생(순), 빠르게 급히 가면 상           한국에서는 12경락보다는 기            신의 몸을 사용할 줄 알아야
                                                              극(역)이다                      경을 더 중요시 해왔다. 기경           즉 기운을 부릴 줄 안다고 본
                                                              순경이란 목생화 화생토 하듯  을 통해 인간주변의 공간과 소                      것이다. 이 때 보할 땐 오른발
        △ 한의대에서 주로 배우는 중국식 한의 치료에 한국식 한의 치료법
        을 더한다면 환자 치료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Dollarpho-            천에서 이로, 인에서 지로 하            통하며 치료해 가는 것이기에  을 앞으로 내고 사할 땐 왼발
        toclub_jsco.
                                                              나씩 이동한 것이고 역경이란  기경을 경락의 원천이라 생각                       을 앞으로 내었다 한다.
                                                              목극토 토극수 하듯 천에서 지            해왔다. 기경은 선천원기를 다           한국의 치료는 의사가 환자
        미국에서는 한의대에서부터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다르                        로, 지에서 인으로 하나씩 건            루고 있기 때문이다.                를 치료하는 개념이 아니라
        주로 중의학에 대해 배우고  다고 할 수 있다                             너뛴 것이다                      기경을 통해 공간 에너지를 경           한의사 자신도 수련하고 환
        한의사가 돼서도 중의학적인  즉 보사법에 큰 차이가 있다                       천경이란 심소방신을 인경이란  락으로, 또 장부로 들여오고  자도 같이 좋아 진다는 상생
        관점에서의 치료를 하는 경우            고 보면 된다. 한국식은 경락           심포삼초담간을 지경이란 폐              나가는 과정의 반복으로 생명            의 개념이다. 공유한 공간 에
        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여기           보사를  중시하고  중국식은  대위비 12경락을 3개로 각각  력을 영위해 간 것이다. 공기  너지를 좋게 하여 같이 좋아
        에 한국 한의학적(이하 한의            경혈을 보사하는 것아다. 또            분류한 것인데 후면 측면 전             좋고 물 좋은 산에 가면 무리           진다는 것이다. 이는 공간을
        학) 이론 및 임상을 효율적으           한 중국식은 수기법이 발달             면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를 하지 않아도 머리가 맑아            중시하는 한국의 특징을 반영
        로 혼용해 활용할 수 있다면  되어 있다.                                                           지고 기경이 열리는 것을 느            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자 치료는 물론 나아가 한            한국의 ‘침 치료관’을 잘 보여          ▲ 기를 보는 관점                  낄 수 있다.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기 때
        의사 스스로도 몸과 마음을 치           주는 예가 바로 ‘통기침법’인           한국 침법에서 기를 보는 관             기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극            문에 내 기운이 좋으면 환자
        유하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데 사관혈(합곡, 태충)에 백           점은 승강완속에 주목한다면  혈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극혈                       도  다  함께  같이  좋아진다(
        필자는 한의대에서 학생들을  회, 인당혈이 더해진 것이다                       중국은 승강출입을 주목한다.  은 단순히 급성통증에 쓰는  진공묘유; 眞空妙有)는 개념
        수년 여간 가르치기도 하고 개           합곡혈은 인체의 양을 대표             승강완속이란 단어는 이제마  게 아니라 숨을 못 쉬면 답답                       으로 침 놓는 일은 ‘그림자를
        인 한의원을 운영한 적도 있            하고 태충혈은 모든 음을 대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에서  한 것처럼 외부로부터 기운이  향해 활을 쏜다’는 ‘사영법’이
        다. 명상과 수련에 깊은 관심           표, 경락 중 양경은 대정경에           딱 한 번 언급이 된다. 수삼음,  들어오지 못해 위급한 문제가  라 했다. 상대방 혼의 에너지
        을 갖고 있어 한국뿐 아니라  서 시작해서 간경으로 끝난다.  삼양 족삼음삼양 경락의 혼합                                생긴 것을 치료하는 혈로 이            (身外之身)를 조절한다는 뜻
        세계 곳곳의 공부 깊은 스승            이 가운데 양경의 처음인 대장           비율과 속도를 조율하며 경기             해해야 한다.                    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먼저
        님들을 찾아 몸과 마음을 단            경의 합곡으로, 음경의 마지막           를 빨리 돌려 줄려면 상극의  8개의 기경 중 혈은 12경락과  조율한 후 침을 놓는다는 것
        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인 간경을 대표하는 태충으로  원리 역경을 선택하게 된다.  연계되어 있는 음교, 양교, 음                                         이다. 예전의 어른들은 내일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 역시  마무리한다는 것으로 크게 경                      갑작스럽게 용을 쓰면 근육통             유, 양유 4개만 있다. 독립된  올 환자 수까지도 정확히 알
        마찬가지다.                     락을 한번 돌려주는 식으로 큰  이 오고 지치는 것처럼 이 같                     체계를 지닌 임, 독, 대, 충맥         았다고 하는데 “침을 잡는 것
        필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기            흐름을 잡으면 스스로 회복해            은 치료법은 환자의 경기운이  은 극혈이 없다.                             이 칼을 잡고 호랑이 앞에 서
        존의 중의학이 아닌 한국 한            가는 방식인 것이다.                쇠하여 진다는 단점이 있다.             필자가  배운  한국식  침법은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즉
        의학의 기본에서부터 실제 임            반면 중국식은 경락보다는 경            기는 천천히 움직이는 진씨 태            기경팔맥을  기본으로  경락            몸과 마음이 준비기 돼 있어
        상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체           혈주치를 중심으로 치료하기  극권처럼 완만히 천천히 돌릴                        보사  그리고  경혈로  치료해          야 기를 다루는 것이 침술이
        득했던 각종 지식 및 경험들            때문에 수기법이 발달해있다.  수록 자체 회복이 되어가고 내  간다. 경락보사는 경기의 승                                기에 의자 역시 기를 다를 줄
        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기운을 크게 돌려 치료하기보                      기가 생긴다.                     강을 주로 다루는데 보통 보            알아야 한다고 봤다.
        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의 임           다는 빨리 증상을 치료하고자  조선시대에는 경기의 소모가  사법은  경혈을  위주로  보하                                필자는 무재무능(無才無能)
        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             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겼           많았기에 사암침법은 사지말              고  사하지만  이보다는  전체          하여 30년 전에 전수받은 내
        으면 한다.                     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수의 한          단을 위주로 쓰기에 실증의  를  끌어올리고  내리는  방법                      용들을 환갑을 바라보는 이제
                                   의사가 많은 환자를 치료해야  급병위주로 쓰였다고 한다.                        을 사용한다.                    서야 조금이나마 체득되는 것
        ▲  한의학,  중의학과  어떻          하는 상황이 계속 되면서 영향                                       예를 들면 어깨가 아프다면  같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게 다를까                      을 받았을 것이다.                 ▲  한국  침술  공간적  개념          하초가 허하여 위를 받쳐주             안타까운 마음에 길을 찾는
        가장 큰 차이는 한국식 한의            한국식이든 중국식이든 그 치            으로 치료                       지 못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지름길
        학이 전체, 공간, 경락을 중           료법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           한국 한의학의 또 다른 특징             고 아래를 보하여 상기된 기를  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
        시하는 반면 중국식 한의학             해서 필요한 부분을 잘 선택            은 의자의 수련을 중시한다는  끌어내려준다. 그렇지 않으면  으면 하는 바람이다.
        은 경혈 자체의 효능을 중시            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현            점이다. 한국의 수련을 이해하            치료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홍순호 교수(사우스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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