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에서 추진 중인 AB 2497 법안을 둘러싸고 한의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특히 침(needle) 시술을 포함한 침습적 행위를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한의계에서는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회 내 비즈니스 및 전문인위원회(Business and Professions Committee)는 지난 4월 21일 오전 새크라멘토에서 청문회를 열고 AB 2497 법안을 공식 심의하면서, 해당 법안이 입법 절차의 핵심 관문에 진입했다.
이번 단계는 법안 통과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정책위원회 심사로, 향후 수정·보류·통과 여부에 따라 입법 방향이 결정되는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아직 하원 본회의와 상원 심사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통과까지는 상당한 과정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법안의 골격이 사실상 확정된다는 점에서 한의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한의사협회 및 단체들은 적극적인 반대 캠페인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침 시술 허용” 핵심 쟁점…한의계 강력 반발
AB 2497의 핵심은 물리치료사에게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침을 이용한 조직 침습, 즉 드라이 니들링(dry needling)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인체에 침을 삽입하는 행위는 명백한 침술(acupuncture)”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침 치료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락·경혈 이론과 해부학, 임상 경험이 결합된 전문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단기간 교육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한의사들은 수천 시간 이상의 교육과 임상훈련을 통해 면허를 취득하는 반면, 물리치료사의 드라이 니들링 교육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접근성 확대” 주장에…“안전성·전문성 훼손” 반박
물리치료계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는 “접근성 확대가 곧 안전성과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반박한다. 침 시술은 단순한 근육 자극이 아닌 전신적 생리 조절을 포함하는 치료로, 이를 기계적 시술로 축소하는 것은 환자 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침 치료를 특정 직역의 전문 의료행위가 아닌 일반적 물리치료 기법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료행위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합의학 흐름 속 ‘왜곡된 확장’ 우려
최근 미국에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와 미국 국립보완통학의학센터(NCCIH: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등을 중심으로 통합의학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계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침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며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AB 2497은 통합의학의 취지와 달리, 각 직역의 전문성을 존중하기보다 의료행위를 단순 기능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협진과 역할 분담이 아닌, 직역 간 경계 해체를 통한 영역 침범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의계 직격탄…“침 치료 정체성 위기”
AB 2497이 통과될 경우 미국 한의 임상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근골격계 통증 환자군을 중심으로 침 치료 수요가 물리치료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향후 보험 적용 구조 변화에 따라 한의 진료의 경제적 기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침 치료의 정의와 정체성 약화’가 우려된다.
한의계 관계자는 “침 치료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로 인식되는 순간, 한의사의 전문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주 넘어 전국 확산 가능성…선제 대응 필요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최대 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번 법안의 결과는 타 주 입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부 주에서는 이미 드라이 니들링을 허용하고 있어, AB 2497이 통과될 경우 유사 법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한의계는 물론 국내 한의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AB 2497 논란은 단순한 직역 갈등을 넘어 ‘침은 고도의 전문 의료행위인가, 아니면 누구나 시행 가능한 기술’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법안이 추진될 경우,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저하 문제는 물론, 전통의학의 전문성과 가치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의계는 “침 치료의 본질과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재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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