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가 한의원을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식욕부진이다. 지난 2012~2015년까지 4년간 한국의 한방병원 한방소아과를 방문한 초진 소아 환자 4,677명을 분석한 결과, 소화기계 질환이 1,432명(30.6%), 이 가운데 식욕부진이 1,035명(72.2%)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미국 한의원의 소아 환자 비율이 한국만큼 높지는 않지만 임상에서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증상이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소아 식욕부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정의와 특징
소아 식욕부진은 지속적인 식욕 저하와 음식에 대한 흥미 감소, 심한 경우 음식 섭취 거부까지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불사식(不思食), 불기식(不嗜食), 오식(惡食) 등으로 표현한다.
유아기 아동의 약 절반은 특정 음식의 색이나 질감, 냄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까다로운 식습관을 보이는 시기를 경험한다. 그러나 식욕부진이 지속돼 충분한 열량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DSM-5 기준에서는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ARFID)로 진단될 수 있다.
▲ 주요 증상
가장 큰 특징은 장기간 지속되는 식욕 감소와 식사량 감소다. 연구에 따르면 미취학 소아의 유병률은 약 14~50%, 취학 이후에는 약 7~27%로 보고된다. 특히 1~6세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며, 숟가락을 사용하거나 스스로 식사를 시작하는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 도시 지역에서 더 흔하며 간식 섭취가 많은 경우 발생률이 높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심한 경우 식사 전후 복부 팽만이나 더부룩함이 나타나고 체중 감소가 동반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면 비기질성 성장장애로 이어져 저신장이나 발달 지연, 행동 문제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영양 불균형으로 빈혈이나 면역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 한의학적 병인과 병리
한의학에서는 소아를 장부 기능이 미숙하고 비위 기능이 약한 상태로 본다. 음식 섭취가 불규칙하거나 과식, 소화가 어려운 음식 섭취로 식적이 형성되거나, 큰 병 이후 비위 기능이 약화되면서 식욕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열병 이후 음액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위의 수납 기능이 떨어져 식욕이 감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습위조, 위기불강, 비기불승 등의 병리가 형성된다.
정서적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 역시 식욕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간기범비가 발생해 식욕이 떨어질 수 있으며, 여름철 서습이 비양을 손상시키면서 식욕부진이 나타나 가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 진단과 평가
소아 식욕부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진단 도구가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Children’s Eating Behavior Questionnaire(CEBQ), Dutch Eating Behavior Questionnaire(DEBQ), Children’s Eating Behavior Inventory(CEBI) 등이 있다.
이 가운데 CEBQ는 2~9세 아동의 식습관을 평가하는 부모 설문 방식의 검사 도구로 포만감 반응, 식사 속도, 음식 반응성 등 8개 영역을 평가한다. 한국에서는 번역된 한국형 아동 섭식행동 질문지(K-CEBQ)가 사용되고 있다.
▲ 변증 및 한약 처방
위기허의 경우 음식 섭취 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피로와 복부 팽만, 묽은 변 등이 나타난다. 이때는 보비익기와 화중을 목표로 이공산, 사군자탕, 삼령백출산, 보중익기탕 등을 사용한다.
위음허는 음식 섭취량이 적고 갈증이 심하며 대변이 건조한 특징을 보인다. 이 경우 양위증액탕이나 소건중탕 등을 활용한다.
식적이 원인인 경우에는 과식 후 복부 팽만과 통증, 트림이나 변비 등이 나타난다. 이때는 건비소식법을 사용하며 보화환, 건비환 등이 처방된다.
정서적 요인이 큰 간비불화형에서는 식욕 감소와 함께 불안, 짜증, 트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조중탕이나 통사요방가미 등을 사용할 수 있다.
▲ 침∙뜸 치료
침 치료에서는 사봉혈 자락을 비롯해 족삼리, 삼음교 등이 자주 활용된다.
변증에 따라 위기허에는 비수와 위수, 위음허에는 음릉천·중완·내관, 식적에는 비수와 음릉천, 간비불화에는 비수·위수·간수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뜸 치료는 신궐, 중완, 족삼리 등에 하루 1회 시행하는 방법이 활용된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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