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약 처방인 도홍사물탕(桃紅四物湯, Dohong-Samultang)이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성과는 오랜 기간 부인과 질환과 어혈(瘀血) 치료에 널리 활용돼 온 도홍사물탕의 효능을 현대 과학적 방법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도홍사물탕, 전통적으로 활용돼 온 대표 어혈 처방
도홍사물탕은 기본 처방인 사물탕(四物湯)에 도인(桃仁)과 홍화(紅花)를 가미한 처방이다. 고대 의서에서는 혈허(血虛)와 혈어(血瘀)를 동시에 치료하는 대표적 방제로 기록되어 있으며, 여성 질환·산후 회복·월경불순 등에 흔히 응용돼 왔다.
특히 혈류 개선과 자궁 내 어혈 제거에 강점을 보여 전통적으로 “혈부(血府)를 소통시키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 원광대 한의대, 세포 실험 통해 신경염증 억제 규명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서시원 학생(본과 4학년)과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대한본초학회지, 2025년 제40권 제3호)에서 도홍사물탕이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BV2 cell)에 염증 유발 물질(LPS)을 처리한 뒤 도홍사물탕 추출물을 투여했다. 그 결과, 염증 매개 효소인 iNOS, COX-2 발현이 억제됐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IL-1β, IL-6 발현이 감소했으며 염증 신호 경로 중 JNK 경로가 선택적으로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홍사물탕이 뇌 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신경세포 손상과 뇌 기능 저하를 예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학부생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제1저자로 참여한 서시원 학생은 “전통 방제의 효능을 현대 과학적 방법으로 규명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국제학술지에도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 임상적 함의와 향후 전망
도홍사물탕의 신경염증 억제 효과는 치매, 파킨슨병, 신경병성 통증, 우울증 등 다양한 뇌신경 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 수준의 in vitro 실험에 국한돼 있어, 동물 실험과 인체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한의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두고 “혈부활혈(活血祛瘀) 처방이 전통적인 부인과 영역을 넘어 신경정신과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연구가 축적된다면 도홍사물탕은 단순한 전통 처방을 넘어, 현대적 뇌신경 질환 치료의 후보 한약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자료=원광대 한의대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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