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삼(沙蔘, Adenophorae Radix)은 예로부터 폐를 보하고 진액을 보충하는 약재로, 건조로 인한 해수나 인후 건조 등에 활용돼 온 대표적인 윤폐(潤肺) 한약재다. 주로 맥문동, 길경 등과 배합돼 호흡기 질환 처방에 사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면역 조절과 항염 작용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보고되면서 그 활용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주로 호흡기계 질환에 사용돼 온 사삼이 최근 골절 치유와 관련된 작용 기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참잘함한방병원 연구팀과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오명숙 교수 연구팀은 사삼의 골재생 효과와 관련된 분자 기전을 규명한 연구를 SCI급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트워크 약리학과 세포·동물실험을 결합한 융합 연구로, 사삼의 골 재생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0종 한약재 중 선별…사삼 최종 후보 도출
연구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과 서울 지역혁신체계(RISE) 사업의 지원을 받아, 총 60종의 한약재를 대상으로 선행 연구, 특허, 시장성(가격·수급) 등을 종합 분석했다. 이 과정을 통해 11종의 후보 약재를 1차 선별했으며, 이후 두 단계의 세포실험을 통해 골대사 관련 효과를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파골세포 억제와 조골세포 활성에 모두 관여하는 특성을 보인 사삼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동물실험서 골형성 유전자 발현 증가 확인
생쥐 대퇴골 골절 모델을 활용한 동물실험에서는 사삼 추출물을 단기(7일) 및 장기(5주)로 나누어 투여하고 그 효과를 분석했다.
단기 투여 결과, 골형성 관련 핵심 전사인자인 Runx2와 골기질 단백질인 오스테오칼신(OCN)의 발현이 대조군 대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골절 초기 단계에서 조골세포 활성화와의 연관 가능성을 시사한다.
장기 투여 실험에서는 40mg/kg 및 200mg/kg 용량으로 5주간 투여 후 마이크로 CT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골밀도(BMD) 증가 및 골량 회복과 관련된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됐으며, 일부 골 미세구조 지표에서도 개선 양상이 확인됐다.
조골·골재형성 관련 유전자 변화 규명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도 사삼의 작용 기전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조골세포 활성과 관련된 주요 마커인 ALP(p<0.01), OCN(p<0.05), Runx2(p<0.05), OSX(p<0.05), COL2a1 등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특히 TRAP 발현 증가(p<0.01)는 골흡수 및 골형성이 반복되는 골 리모델링 과정과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이는 사삼이 단순히 골형성 촉진뿐 아니라 골대사 전반의 균형 조절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네트워크 약리학과 분자 도킹 분석을 통해 사삼의 작용 기전을 추가적으로 규명했다. 주요 활성 성분으로는 β-시토스테롤과 사이클로아르테놀 아세테이트 등이 도출됐으며, 이들 성분이 HIF1A, PTGS2(COX-2), PPARG 등 주요 유전자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들 유전자는 각각 혈관 신생, 염증 반응 조절,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핵심 인자로, 골절 치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HIF1A는 저산소 환경에서 혈관 신생을 촉진해 골 재생을 돕는 주요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윤유석 참잘함한방병원 병원장은 “사전 실험 단계부터 사삼이 골재생 관련 다양한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며 “이번 연구는 전통 한약재의 골절 치료 보조제로서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기초 자료”라고 밝혔다.
이상호 병원장 역시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실제 환자 적용 가능성과 치료 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골절 치료는 주로 금속 고정 등 기계적 방법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지연유합(delayed union)이나 불유합(non-union)으로 진행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골재생을 촉진할 수 있는 생물학적·약물학적 접근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강골단 등 한의 복합처방의 주요 구성 약재인 사삼의 기초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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