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전통의학 글로벌 전략 2025~2034’는 근거에 기반한 전통의학을 보건의료체계에 통합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미국 한의원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좋아졌다”는 말에서 ‘통증 8→4’처럼 수치화된 치료결과로, 고령환자 증가에 따른 진료환경 변화와 협진, 메디케어 제도 변화 가능성까지 준비 과제가 늘고 있다. ‘
또한 전통의학을 근거와 안전성 위에서 보건의료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책 문구는 여기까지만 알면 된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다음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 때, 나는 지금과 다르게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이다.
인공지능(AI) 활용 차트 작성’도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2030년 이후에도 경쟁력 있는 한의원이 되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향후 한의원의 진료환경을 바꿀 5가지 변화를 짚어봤다.
▲ 증상만으로 침 치료?
72세 환자가 무릎 통증으로 내원했다. 통증 부위와 강도만 확인하고 바로 침을 놓는다면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
항응고제나 아스피린 복용 중이라면 출혈·멍 위험을,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으로 감각이 저하돼 있다면 침 자극이나 이상감각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최근 낙상 경험과 보행상태, 다른 의료기관에서 같은 부위 치료를 받고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만성질환을 한의사가 직접 관리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침을 보다 안전하게 놓기 위해 알아야 할 환자정보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임상 체크: 초진표에 복용약, 최근 낙상, 병행치료, 기능상태 확인 항목이 있는지 살펴본다.
▲ “좋아졌어요” 대신 숫자로
차트에 ‘Patient reports improvement’라고만 적혀 있다면 6개월 뒤 보험사나 다른 의료진이 이 기록만으로 환자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Low back pain 8/10 → 4/10’, ‘Standing tolerance 10분 → 30분’처럼, 허리통증은 서 있거나 걷는 시간, 어깨통증은 옷 입기·팔 올리기, 두통은 주당 발생 횟수 등 환자에게 중요한 기능지표 하나를 정해 같은 기준으로 추적하면 된다.
통증척도만 기록하는 것보다 통증과 기능 변화를 함께 남기면 치료경과를 훨씬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보험청구는 물론 다른 의료진에게 치료 반응을 설명할 때도 유용하다.
▷임상 체크: 통증척도 옆에 환자의 일상생활 변화를 보여줄 ‘기능지표 한 줄’을 추가한다.
▲ 내 SOAP, 다른 의료진도 이해할까
‘Patient better. Continue acupuncture.’ 이 한 줄만으로는 환자 상태가 어떻게 변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다른 의료진이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S: 허리통증 6/10→3/10, 서 있는 시간 증가, O: 요추부 압통 및 움직임 제한 감소, A: 증상 및 기능 호전, P: 주 1회 치료, 4주 후 재평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정도만 기록해도 상태와 변화, 평가, 향후 계획이 훨씬 명확해진다. 협진이 늘어날수록 “다른 의료진이 내 차트만 읽어도 치료경과를 이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임상 체크: 최근 SOAP 노트 한 장을 골라 상태→치료 반응→평가→계획이 명확하게 읽히는지 확인한다.
▲ 메디케어, 지금부터 대비!
현재 메디케어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만성 요통에 대해 90일간 최대 12회의 침 치료를 보장하고, 호전 시 8회를 추가해 연간 최대 20회까지 인정한다. 다만 면허 한의사가 독립적인 메디케어 제공자로 직접 지급받는 구조는 아니다.
이를 바꾸려는 ‘노인을 위한 침 치료법'(H.R.1667)이 발의됐지만 아직 법률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메디케어가 곧 개방된다는 전제로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르다. 다만 고령환자가 느는 상황에서 보장범위와 제공자 지위 변화는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이 확정되면 진료기록과 청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임상 체크: 고령환자가 많은 한의원이라면 메디케어의 현행 침 치료 보장범위와 제공자 요건부터 정확히 파악한다.
▲ AI 활용, 더 현명하게!
한의사가 먼저 체감할 AI는 환자를 대신 진단하는 시스템보다 대화를 정리하고 SOAP 노트 초안을 작성하는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편리함과 의료기록의 책임은 별개다. AI가 좌우 부위를 바꿔 기록하거나 하지 않은 말·시술을 추가했는데 그대로 서명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AI 기록을 쓴다면 녹음에 적절한 동의를 받았는가, 환자정보를 처리하기에 적절한 서비스인가, AI가 만든 기록을 직접 검토·수정했는가를 체크한다. AI는 차팅 시간을 줄여주지만 최종 임상판단과 기록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임상 체크: AI 사용 시 녹음 동의·환자정보 보호·최종 검토 절차가 실제 업무과정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다.
▲ 변화는 ‘오늘의 차트’부터!
침을 정확하게 놓는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그 능력을 어떻게 기록하고, 치료결과로 보여주고, 다른 의료진과 공유하느냐다.
거창한 투자도 필요 없다. 초진표에 복용약·낙상 확인 항목을 추가하고, 통증척도 옆에 기능지표 한 줄을 더하고, 다른 의료진도 이해할 수 있는 SOAP 노트를 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2030년 이후에도 경쟁력 있는 한의원이 되기 위한 준비는 새 장비가 아니라, 오늘 만난 환자를 얼마나 안전하게 진료하고 정확하게 기록하며 명확하게 공유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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