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한의원 외래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환자 대부분은 “피곤해서 그렇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며 진통제로 버티다가 증상이 반복되면 한의원을 찾는다. 실제로 우리가 임상에서 만나는 두통의 대부분은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과 같은 일차성 두통이지만, 같은 두통이라도 발생 기전은 환자마다 다르며 치료 접근 역시 달라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장시간 컴퓨터 작업과 스마트폰 사용,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일상화되면서 경부 근육의 긴장과 자세 이상이 동반된 복합성 두통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통증을 억제하는 치료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차성 두통 감별이 우선!
그러나 반복되는 두통이라고 해서 모두 기능성 질환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한의 임상에서도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위험한 이차성 두통을 감별하는 것이다.
갑자기 벼락이 치듯 시작되는 극심한 두통, 50세 이후 처음 발생한 두통,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두통, 발열과 경부강직을 동반하는 경우, 편측 마비나 언어장애, 의식 변화, 시야장애 등이 나타난다면 뇌출혈이나 뇌혈관질환, 중추신경계 감염 등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환자는 즉시 영상검사와 신경과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히 의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와 같은 위험 신호가 배제되었다면 이제부터는 환자의 두통이 어떤 병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두통을 불통즉통(不通則痛), 즉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통증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하나의 병인보다 여러 병기가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흔히 접하는 유형은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간양상항형이다. 이러한 환자는 측두부의 박동성 통증과 함께 안면홍조, 눈의 충혈, 불면, 초조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위 기능이 저하되어 담탁이 형성된 환자는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은 느낌과 함께 소화불량, 메스꺼움, 집중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장시간의 컴퓨터 작업이나 반복적인 경부 긴장 이후에는 어혈이 경락을 막아 일정 부위만 지속적으로 아프거나 압통이 뚜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만성 피로와 수면 부족이 지속된 환자에서는 기혈이 부족해 오후로 갈수록 두통이 심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기혈양허형이 적지 않다.
변증에 따른 맞춤 치료가 재발 줄인다
임상에서 가장 흔한 긴장형 두통은 후두하근(Suboccipital muscles), 승모근, 견갑거근, 흉쇄유돌근의 지속적인 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거북목이나 일자목 같은 자세 이상이 더해지면 상부 경추의 기능 제한과 근막통증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환자에서는 풍지(GB20), 천주(BL10), 풍부(GV16), 백회(GV20), 합곡(LI4), 태충(LR3) 등을 중심으로 변증에 맞는 혈위를 선택하며, 필요에 따라 견정(GB21), 견중수(SI15), 압통점(Ashi point)을 함께 치료하면 경부 근육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근긴장이 심하거나 만성화된 경우에는 전침(Electroacupuncture)을 병행하여 근육 이완과 통증 조절 효과를 높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편두통은 긴장형 두통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삼차신경혈관계의 활성화와 CGRP 분비 증가가 중요한 병태생리로 알려져 있지만, 한의학적으로는 간양상항, 간풍, 담탁, 혈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편두통 환자는 발작 시의 통증 치료도 중요하지만, 임상에서는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예방 치료가 더욱 중요하다. 백회(GV20), 태양(EX-HN5), 솔곡(GB8), 풍지(GB20), 합곡(LI4), 태충(LR3) 등을 중심으로 변증에 따라 혈위를 구성하고, 환자의 생활습관과 유발 요인을 함께 관리할 때 치료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한약 치료 역시 단순히 통증을 줄이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환자의 체질과 병기를 조절하는 데 목적이 있다.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면 간양을 안정시키고,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면 비위 기능을 회복시키며, 만성 피로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기혈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처방을 구성한다. 동일한 편두통이라도 환자의 병기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 치료와 함께 부항이나 연부조직 이완 기법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경추와 견갑대의 근긴장이 심한 환자에서는 근막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소 순환을 개선함으로써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경추의 기능적 제한이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적절한 수기치료를 통해 관절 가동성과 자세를 개선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환자 교육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면 두통은 반복되기 쉽다. 일정한 수면시간 유지,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분 섭취, 과도한 카페인 제한, 장시간 컴퓨터 작업 시 자세 교정과 목·어깨 스트레칭,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은 치료와 함께 반드시 지도해야 할 부분이다. 편두통 환자라면 수면 부족이나 특정 음식,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등 개인별 유발 요인을 기록하는 두통 일지(headache diary)를 활용하는 것도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반복되는 두통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한의 임상에서는 먼저 위험한 이차성 두통을 감별하고, 이후에는 변증을 기반으로 침 치료와 한약, 부항 및 수기치료, 생활습관 교정을 유기적으로 병행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통증만 줄이는 치료를 넘어 재발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두통 치료에서 한의학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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