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4월 1일부터 개정된 ‘중의체질 분류 및 판정(中医体质分类与判定)’ 국가표준을 시행했다. 이번 표준은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지만 권고 국가표준으로서, 임상가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던 체질 이론을 보다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 국가표준은 현대 중의체질학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왕기(王琦) 교수와 연구진의 장기간 연구를 핵심 토대로 마련됐다. 중국 전역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와 통계분석, 장기간의 임상 검증 결과가 반영됐으며, 체질 분류 기준과 평가 절차를 표준화해 임상과 연구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왕 교수는 베이징중의약대학 종신교수이자 중국공정원 원사로, 중의체질학을 독립적인 학문체계로 정립한 대표 연구자다. 그는 사람의 체질을 9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체질별 질병 발생 경향과 예방·치료 전략을 연구했으며, 현재 사용되는 체질 분류와 판정기준 확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중의체질학은 개인에게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생리·심리적 특성을 분석해 건강 경향과 질병 취약성, 치료 반응을 파악하는 학문이다. 질병이 현재 나타난 병리적 결과라면 체질은 질병 발생의 바탕이 되는 특성이며, 변증은 특정 시점의 임상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라도 체질이 다르면 증상 양상과 치료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9개 체질 유형으로 분류
국가표준은 체질을 평화질, 기허질, 양허질, 음허질, 담습질, 습열질, 어혈질, 기울질, 특이질 등 9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평화질은 신체 기능의 균형과 적응력이 비교적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 기허질은 쉽게 피로하고 기력이 부족한 경향을, 양허질은 냉증과 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 음허질은 건조감과 허열, 불면 등이 나타나기 쉽다.
담습질은 비만 경향이나 대사 기능의 불균형이 흔하며, 습열질은 염증성 질환이나 피부 트러블 등이 비교적 잘 나타나는 편이다. 어혈질은 혈액순환 저하와 통증, 멍이 잘 들거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경향을 보이며, 기울질은 정서적 억압과 스트레스, 소화기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이질은 알레르기와 천식, 면역 과민반응 등이 나타나기 쉬운 체질이다.
각 체질은 완전히 분리된 고정 유형이라기보다 특정한 건강 편향이 두드러지는 상태로 이해한다. 한 사람에게 여러 체질의 특성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으며,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에 따라 체질적 편향은 변화하거나 완화될 수 있다.
▲ 60문항 CCMQ로 평가
체질 판정에는 60문항으로 구성된 중의체질설문지(CCMQ, Constitution in Chinese Medicine Questionnaire)를 사용한다. 환자가 평소 증상과 생활 특성에 관한 문항을 약 10~15분 동안 작성하면 표준화된 점수체계에 따라 체질 경향을 평가한다.
설문은 초진이나 체질평가가 필요한 시점에 활용하며, 치료와 생활습관 변화에 따른 체질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6~12개월 후 다시 평가할 수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연계해 자동으로 점수를 산출하고 있다.
체질평가는 질병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침 치료와 한약 처방, 식이 및 생활관리 계획을 환자별로 조정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같은 불면 환자라도 음허가 중심인지 기울이 중심인지에 따라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현재의 변증과 체질평가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다.
다만 CCMQ 결과만으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병력과 현재 증상, 설진·맥진, 신체검사 결과, 변증 및 치료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한국의 사상체질과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사상의학은 사람을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으로 구분하고, 장부 기능의 상대적 강약과 체형, 신체·심리 특성, 평소 증상, 약물 반응 등을 종합해 기본 체질을 판단한다. 특히 체질별 성정과 감정의 편향이 장부 기능과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반면 중국의 9체질은 비교적 안정적인 체질 특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재의 건강 편향과 질병 취약성을 보다 세분해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허·양허·담습·습열 등 체질 특성을 바탕으로 침 치료와 한약, 식이, 운동, 생활관리 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태음인을 담습질, 소음인을 양허질처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같은 사상체질 안에서도 현재의 건강 상태와 병증에 따라 여러 중의체질 특성이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체계는 모두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의학을 지향하지만, 체질을 바라보는 이론적 배경과 진단 목적, 활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이번 국가표준 개정은 중의체질평가의 기준과 절차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임상과 연구에서 체질평가를 일관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