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보험이 좋은 보험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개인의 환경과 경험, 진료 형태에 따라 ‘좋은 보험’의 기준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프랙티스 보험, 즉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을 선택할 때만큼은 가격보다 ‘보장의 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특히 변호사 비용이 보장 한도를 잠식하는 구조인지, 가주한의사위원회(CAB: California Acupuncture Board)의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 비용이 제공되는지, 그리고 가입자의 동의 없이 보험사가 임의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조항이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약관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 예기치 못한 소송으로부터 커리어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 ‘의료손해배상개혁법(MICRA: Medical Injury Compensation Reform Act)’이란?
말프랙티스 보험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제도가 바로 의료손해배상개혁법(MICRA: Medical Injury Compensation Reform Act)이다.
MICRA는 1975년 캘리포니아에서 의료 소송 증가로 보험료가 급등하자 의료 시스템을 보호하고 보험료를 안정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말프랙티스 보험료는 뉴욕이나 플로리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해 왔다.
MICRA는 통증, 정신적 고통, 감정적 피해 등 금액 산정이 어려운 비경제적 손해에만 상한을 두고 있으며, 치료비·재활비·임금 손실과 같은 경제적 손해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환자가 장기간 노동을 하지 못하거나 고액 치료비가 쟁점이 될 경우 배상 규모는 크게 커질 수 있다.
더욱이 2023년부터 가주 의회법안(AB 35) 시행으로 비경제적 손해 상한은 매년 자동 인상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사망 사건은 2023년 50만 달러에서 시작해 매년 5만 달러씩 상승해 최대 100만 달러까지 늘어나며, 비사망 사건 역시 2023년 35만 달러에서 출발해 2033년에는 75만 달러에 이르게 된다. 또한 사건 유형에 따라 의료인, 의료기관, 비연계 범주로 나뉘어 복수 상한이 적용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도 주의할 대목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보장 한도 숫자(예: 100만/300만 달러, 200만/400만 달러)만 보고 보험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변호사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 비용이 보장 한도 내에서 차감되는 구조인지(침식형), 아니면 한도 외에서 별도로 지급되는 구조인지(추가형)에 따라 실제 보호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장 한도가 100만 달러인 보험이라도 변호사 비용이 보장 한도 안에서 차감되는 구조라면 장기간 소송으로 수십만 달러의 방어 비용이 발생할 경우 실제 피해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배상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반면 변호사 비용을 보장 한도 외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보험은 동일한 보장 한도라도 가입자를 보호하는 수준이 훨씬 높다.
또한 말프랙티스 보험은 크게 사고 발생 기준 보험(Occurrence Policy)과 청구 제기 기준 보험(Claims-made Policy)으로 구분된다.
사고 발생 기준 보험은 보험기간 중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소송이 수년 뒤 제기되더라도 당시 가입했던 보험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청구 제기 기준 보험은 보험이 유지되는 기간에 청구가 접수되어야 보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은퇴하거나 보험사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거 진료와 관련한 소송에 대비해 연장 신고 보장(Tail Coverage) 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차이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부터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한의사 면허 방어’의 현실
의료 분쟁은 금전적 배상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쟁 사실이 가주한의사위원회(CAB: California Acupuncture Board)에 전달되는 순간 한의사는 별도의 면허 방어(License Defense) 절차에 직면하게 된다.
가주 비즈니스 및 전문직법(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제801조에 따르면 보험사가 한의사의 과실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과 관련해 3,000달러 이상의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30일 이내 이를 가주한의사위원회(CAB)에 보고해야 한다. 보험사가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기 위해 지급한 합의금이라 하더라도 기준 금액을 넘으면 자동으로 보드에 보고된다.
또한 환자나 환자 측 변호사가 직접 가주한의사위원회(CAB: California Acupuncture Board)에 고발을 접수하거나, 재판·중재를 통해 과실이 인정된 경우에도 보드는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더라도 보드는 공공 안전 보호를 이유로 별도의 면허 조사를 강행할 권한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거나 합의로 사건이 종결됐더라도 면허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민사소송은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하는 절차인 반면, 가주한의사위원회(CAB)의 조사는 면허 유지와 공공 안전을 위한 행정 절차로 별개로 진행된다. 따라서 민사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보드가 독자적으로 조사와 징계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면허 방어(License Defense) 혜택이 중요하지만, 실제로 제공되는 보장 금액은 초기 대응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이 장기화될 경우 수만 달러에 이르는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며, 해당 혜택을 충분히 상향 조정할 수 있는 보험사도 많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 ‘끝까지 갈 권리’ 보장 여부
보험 선택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는 합의 동의권(Consent to Settle)이다.
일부 보험사는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가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합의를 종용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추가 손해를 가입자에게 부담시키는 이른바 해머조항(Hammer Clause)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10만 달러 수준의 합의를 권유했지만 가입자가 자신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하고 재판을 선택했고, 이후 최종 배상액이 50만 달러로 늘어난 경우를 가정해 보자. 해머조항이 있는 보험에서는 보험사가 최초 제안했던 합의금 이후 증가한 손해액이나 소송 비용의 일부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 가입자의 동의 없이는 합의를 진행하지 않는 보험이라면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방어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보다도 이러한 약관을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합의 동의권이 얼마나 폭넓게 보장되는지, 해머조항이 포함돼 있는지, 포함돼 있다면 어느 범위까지 적용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말프랙티스 보험은 단순히 보험료가 저렴하거나 보장 한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비용 지급 방식, 면허 방어(License Defense) 보장 규모, 합의 동의권(Consent to Settle), 연장 신고 보장(Tail Coverage) 제공 여부 등 약관의 세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인의 전문성과 면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전문가들은 예기치 못한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보험료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실제 분쟁 과정에서 의료인을 얼마나 끝까지 보호해 줄 수 있는 ‘보장의 질’이라며, 가입 전 약관을 충분히 검토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위험관리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말프랙티스 보험 문의 email. insurance4acu@gmail.com CA P&C License 44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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