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오랫동안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고 장을 안정시키는 약재로 쓰여 온 ‘육두구(肉豆蔻, nutmeg)’가 최근 현대 과학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육두구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로, 주로 비장·위·대장 경락에 작용한다. 《본초강목》 등 전통 문헌에서도 설사, 복통, 구토, 식욕부진, 팽만감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록돼 있으며, 특히 한사(寒邪)를 흩어내고 소화를 돕는 효능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만성 설사, 위장 허약으로 인한 소화장애에 활용돼 왔다.
■ 암 환자 면역력 회복 가능성을 확인
최근 연구 결과는 전통적 효능을 현대적으로 뒷받침한다. 한국 연구진이 향신료로 쓰이는 육두구에서 암 환자 면역력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은 동서암센터 유화승 교수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최종순 박사 연구팀과 육두구 추출물에서 항암 보조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Functional Food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리그난 강화 육두구 추출물(LNX)’을 고령 생쥐에 5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은 줄었지만 ‘Bifidobacterium’, ‘Blautia’, ‘Acetatifactor muris’ 등 건강한 노화와 관련된 유익균은 증가한 반면 ‘Turicibacter sanguinis’ 등 노화와 연관된 해로운 균주는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Bifidobacterium’과 ‘Blautia’는 장수 노인군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균주로, 항암 치료 과정에서 면역력 회복과 치료 반응률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인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고, 암 환자 맞춤형 보조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의·한 협진 진료 현장에서 ▲항암제 부작용 완화 ▲치료 효과 증진 ▲삶의 질 개선 등 실질적 치료 지원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유화승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약 소재가 장내미생물 조절을 통해 면역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임상을 통해 암 환자들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보조제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2018년 미국 ACS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육두구 성분인 myrislignan이 간 손상을 억제하고, 노화 및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동물 실험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연구에서는 육두구의 항산화·항염 작용, 소화 개선, 진정 및 항우울 효과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 부작용 및 주의점
다만 육두구에 포함된 myristicin 성분은 고용량 섭취 시 환각, 오심, 구토, 빠른 심박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음식 조리에 쓰이는 소량은 안전하지만, 한약 처방이나 건강 보조 목적 사용 시에는 전문가의 진단과 복용 지침이 필요하다. 특히 임신부나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는 주의가 요구된다.
전통적으로 소화기 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된 육두구가 현대 과학을 통해 장내 미생물 조절과 항암 보조치료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인체 임상시험과 후속 연구가 이어진다면, 육두구는 단순한 향신료를 넘어 한의학적·현대의학적 치료의 접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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