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치료는 수천 년 동안 경험과 숙련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같은 제삽법이나 염전법이라도 시술자의 손기술에 따라 힘과 속도, 회전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 객관적인 비교와 표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연구진이 침 시술 과정의 물리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스마트 침’ 기반 정량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프리프린트(preprint) 논문으로 공개됐으며, 현재 IEEE 학술지 게재를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침 술기를 ‘데이터’로 바꾸다
연구진이 개발한 핵심 장치는 ‘FAVD-Acusensor’라 불리는 센서 기반 침 계측 장치다.
이 장치는 힘 센서(Force Sensor)와 관성측정장치(IMU)를 침 손잡이와 침체(needle body) 사이에 결합하고, 외부 광학카메라를 함께 활용해 침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측정하기 어려웠던 ▲제삽 시 힘 ▲가속도 ▲속도 ▲변위 ▲염전 시 각속도 ▲회전각 등 6가지 핵심 물리량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들 데이터를 활용해 제삽과 염전 등 기본 침 술기를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 자체를 측정 못했다’는 기존 한계는?
지금까지 침 술기 정량화 연구는 크게 힘 센서, 영상 인식, 손동작 장갑(IMU 글러브) 등을 이용해 진행돼 왔다.
그러나 대부분은 손의 움직임이나 일부 힘만 측정할 수 있었을 뿐, 실제 침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직접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제삽 과정에서 중요한 속도(velocity)와 변위(displacement)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는 침 자체에 센서를 결합하고 영상 정보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영상과 IMU를 결합해 변위 오차 약 10분의 1로 줄여
연구진은 IMU만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누적 오차를 줄이기 위해 카메라 영상을 함께 활용했다.
침이 실제로 움직이는 구간과 멈춰 있는 구간을 영상으로 구분한 뒤, 움직이는 구간에서만 속도와 변위를 계산하는 ‘분할 적분(Segmented Integration)’ 기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변위 측정 오차(RMSE)는 IMU 신호만 이용한 기존 방식의 11.9㎜에서 1.2㎜로 크게 감소했다. 힘 측정의 비선형 오차도 0.45% 수준으로 나타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네 가지 기본 침 술기 객관적 분석
연구진은 중국중의과학원 침구병원과 수도의과대학교 부속 베이징중의병원 소속 침구의사 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는 20년 이상 경력자 3명, 10년 이상 경력자 1명, 10년 미만 경력자 1명으로 구성됐으며, 실험은 실제 환자가 아닌 신선한 돼지고기 조직(fresh pork)을 이용해 수행됐다. 각 시술자는 기본 침 술기별로 5분간 데이터를 수집했다.
분석 대상은 ▲제삽 보법(LTRF) ▲제삽 사법(LTRD) ▲염전 보법(TRRF) ▲염전 사법(TRRD) 등 네 가지 기본 술기였다.
분석 결과 각 술기는 힘의 크기와 가속도, 속도, 회전속도 등의 파형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보였으며, 연구진은 이를 통해 경험에 의존해 설명되던 침 술기를 정량적으로 구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침구 교육·표준화·침술 로봇으로 활용 기대
연구진은 이번 시스템이 단순한 계측 장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선 침구 교육에서는 숙련자의 술기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기록해 교육과 평가에 활용할 수 있으며, 연구 분야에서는 시술 조건을 정량적으로 기록해 연구 재현성과 표준화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향후 침술 로봇(acupuncture robotic systems)의 자침 경로 최적화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실제 임상 검증 과제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가 아닌 돼지고기 조직을 이용한 실험이며, 연구 결과 역시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preprint) 단계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에서는 제삽 보법·사법과 염전 보법·사법 등 네 가지 기본 술기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비법(飛法)이나 진전법(震顫法) 등 사용 빈도가 낮은 특수 수기법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회전 토크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 각속도를 이용해 회전 동작을 분석한 만큼, 향후 보다 정밀한 회전력 측정과 다양한 수기법을 포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센서가 달린 침’을 개발했다는 데 있지 않다. 침 치료의 핵심인 술기를 힘과 속도, 변위, 회전각 등 객관적인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숙련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전수되던 침 술기를 수치화할 수 있다면, 향후 침구 교육과 연구 표준화는 물론 침술 로봇 개발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은 초기 검증 단계인 만큼 실제 임상 환경에서 동일한 성능을 입증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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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Peng Tian, Kang Yu, Tianyun Jiang, Yuqi Wang, Haiying Zhang, Hao Yang, Yunfeng Wang, Jun Zhang, Shuo Gao, Junhong Gao. “Force-IMU Fusion-Based Sensing Acupuncture Needle and Quantitative Analysis System for Acupuncture Manipulations.” arXiv preprint arXiv:2507.04821v1, July 7, 2025. (현재 IEEE 학술지 심사 진행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