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RLS)은 다리에 불쾌한 감각이 지속되면서 움직이지 않고는 참기 어려운 충동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특히 야간에 증상이 악화돼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뚜렷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 치료법이 부족해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이 한약재 ‘작약’을 기반으로 한 처방이 하지불안증후군 증상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임상 사례로 입증된 효과…94% 환자 증상 개선
이번 연구는 경희대 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권승원·이한결 교수팀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하지불안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향적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작약이 포함된 전통 한약 처방을 적용한 결과, 15명 중 14명, 즉 94%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사용된 주요 처방은 △계지복령환 △작약감초탕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등으로, 모두 작약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처방은 한방 내에서 혈류 개선과 근육 이완, 신경 안정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조합이다.
치료 전후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그 차이는 뚜렷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 정도를 평가하는 한국형 국제 척도(K-IRLS) 점수는 치료 전 평균 23점에서 치료 후 13.9점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특히 계지복령환과 작약감초탕을 복용한 환자군에서 점수 하락폭이 두드러져, 특정 처방의 효과 가능성도 시사됐다.
작약, 신경 안정 기전 밝혀져…과학적 근거 뒷받침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작약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생리학적 기전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작약의 주요 성분인 ‘파에오니플로린(paeoniflorin)’은 중추신경계의 안정에 관여하는 아데노신 A₁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한다. 이 수용체는 불안 완화, 진정, 수면 유도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하지불안증후군의 대표 증상인 다리 불편감과 수면장애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작약은 단순한 민간요법의 범주를 넘어 현대 의학적 기전에도 부합하는 치료 가능성을 지닌 약재로, 그 효능이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부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기존 치료법 한계 넘을까…“병용 요법으로 확장성 높아”
하지불안증후군은 현재까지도 명확한 치료법이 부족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도파민 작용제나 수면유도제 같은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장기 복용 시 내성, 부작용, 반동 증상 등의 위험이 있어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 이번 연구에서 한약 기반의 치료가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연구진은 이번 처방들이 기존 약물과 병용이 가능하고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승원 교수는 “한약 처방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치료 근거를 마련한 점이 의미 있다”며, “서양의학 중심 치료에 비해 신체에 부담이 덜하면서도 장기 치료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한결 교수 역시 “작약 함유 처방 중 계지복령환과 작약감초탕은 후속 연구의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향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확장성 있는 검증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약의 효능은 오랜 임상 경험에 기반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번 연구는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근거 기반 한의학(Evidence-based Korean Medicine) 실현에 한걸음 다가선 사례로 평가된다.
물론 이번 연구는 표본 수가 적고, 무작위 배정이 아닌 후향적 차트 분석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그러나 초기 데이터로서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고, 후속 연구를 위한 출발점으로 기능하기엔 충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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