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판매세는 내야 하나요?”
본지 독자로부터 최근 접수된 문의내용이다.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답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한인 한의계에는 오랫동안 “한약은 판매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한의원은 지금도 탕약, 환약, 공진단, 농축액 등을 판매세 없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가 캘리포니아 조세국(CDTFA) 규정과 가주조세형평국(BOE) 공개 해석례를 검토한 결과, 현행 규정은 단순히 “한약이냐 아니냐”로 과세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핵심은 해당 제품이 세법상 어떤 범주로 분류되는지에 있다.
2007년 시작된 ‘한약 비과세’ 인식
현재 업계 인식의 출발점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주한의사협회는 가주조세형평국(BOE)에 한약 판매세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관련 법률 검토가 진행됐고, 2009년에는 당시 BOE 위원이었던 미셸 박 스틸과 가주한의사협회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의계에는 “한약은 판매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당시 한의원에서 취급하던 한약은 대부분 탕약이나 환자 맞춤형 조제 한약이 중심이었다. 한국식 한의원 문화에서도 한약은 치료를 위한 처방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일반 소매 상품처럼 판매세를 별도로 부과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업계에서는 종종 “FDA에서 식품으로 보는 제품이면 판매세도 면제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BOE 공개 해석례(Annotation 245.1253)에 따르면 연방 식품 규정과 캘리포니아 판매세 규정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운영되며, FDA 분류가 곧바로 캘리포니아 판매세 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연방법상 식품으로 취급되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캘리포니아 판매세 규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핵심은 ‘한약여부’가 아니라 ‘세법상 분류’
이번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캘리포니아 세법이 ‘한약’ 자체를 별도 범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판매세 규정(Regulation 1602)은 식품(Food Product)에 대해 원칙적으로 판매세 면제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건강보조식품(Dietary Supplement) 등 특정 범주의 제품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공진단, 경옥고, 환약, 캡슐형 한약 등 전통 한약 제품이 규정상 별도 항목으로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Regulation 1602는 제품의 형태, 라벨 또는 포장에 사용된 표현, 영양 보충 목적 여부 등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BOE 및 CDTFA 해석례를 살펴보면 동일한 허브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품 형태와 라벨 문구, 제품 특성에 따라 식품 또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다르게 분류된 사례들이 존재한다.
결국 한약 판매세 문제의 핵심은 ‘한약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CDTFA가 해당 제품을 식품으로 볼 것인지, 건강보조식품으로 볼 것인지에 있다.
왜 지금 다시 논란이 되는가
한의계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한약은 판매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당시 한의원 시장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2000년대 후반 한의계와 BOE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질 때도 주된 대상은 탕약 등 전통적인 조제 한약이었다.
반면 최근 시장에는 공진단, 경옥고, 농축액, 스틱형 제품, 캡슐형 한약, 완제품 형태의 건강 관련 제품 등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특히 캡슐, 태블릿(tablet), 분말(powder), 농축액(concentrate) 등 건강보조식품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형이 한약 시장에도 확대되면서, 과거의 해석을 현재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현대화된 한약 제품은 식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현재 논쟁의 핵심은 과거의 해석이 틀렸느냐가 아니라, 당시 논의의 전제가 됐던 시장 환경이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느냐에 있다.
“한의사가 처방했으니 면세”는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한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한 한약은 의약품이므로 판매세가 면제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그러나 BOE Annotation 425.0004(1980)와 Annotation 425.0410(1991)은 한의사의 허브 처방이 일반 의사(MD)의 처방약(Prescription Medicine)과 동일한 세법상 면세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석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한의사의 처방 여부만으로 판매세 면제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판단 권한은 캘리포니아 조세국(CDTFA)에 있다.
사업주나 세무 전문가가 특정 제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실제 감사나 행정 절차에서는 CDTFA가 관련 규정과 기존 해석례를 바탕으로 판단하게 된다.
다만 이는 감사관 개인의 자의적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CDTFA는 제품의 형태, 표시 문구, 광고 내용, 판매 방식, 제품 특성 등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해당 제품이 세법상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한다. 따라서 동일한 유형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판매세보다 중요한 것은 매출 보고
한편 판매세 문제와 별개로 매출 보고 의무는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Seller’s Permit을 보유한 사업자는 판매세가 면제되는 매출이라 하더라도 총매출(Gross Sales)과 면세매출(Exempt Sales)을 구분해 CDTFA에 보고해야 한다. 판매세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매출 보고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LA 한인타운의 한 공인회계사(CPA)는 “판매세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매출 보고 자체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출 누락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세무상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 과정에서 현금 매출, 장부 기록, 재고 관리, POS 자료 등이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의외로 단순했다. “한약은 무조건 비과세”도 아니고, “한약은 모두 과세”도 아니다. 캘리포니아 세법은 한약이라는 이름 자체보다 해당 제품이 세법상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탕약 중심 시장에서 형성된 업계의 인식은, 공진단·경옥고·농축액·캡슐형 한약 등 다양한 제형이 등장한 현재 시장 환경 속에서 다시 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한의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한약 비과세’라는 통념 역시, 변화한 시장 환경 속에서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에 접어든 셈이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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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공개된 법령과 행정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심층 취재 기사이며, 특정 제품 또는 사업장의 실제 과세 여부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규정 및 해석례 California Revenue & Taxation Code §6359 · CDTFA Regulation 1602 · CDTFA Regulation 1591 · BOE Annotation 245.1253 · BOE Annotation 425.0004 · BOE Annotation 425.0410 · CDTFA Publication 27 · CDTFA Publication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