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탕가미는 한의학에서 위장 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곽향정기산’을 기반으로 환자의 증상에 맞춰 약재를 추가한 처방이다. 연구팀은 기존 임상 경험에서 보고돼 온 장운동 조절 및 설사 억제 효과를 현대 임상시험 방식으로 검증하고자 했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경험하는 대표적인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다. 특히 설사형 IBS 환자는 반복적인 복통과 갑작스러운 설사, 배변 긴급감 등으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기존 치료제로 사용되는 지사제나 장운동 조절제는 증상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장기 복용 시 부작용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김형준·최유진 박사와 경희대학교 김진성·하나연 교수 공동연구팀은 설사형 과민대장증후군(IBS-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한약 처방인 ‘곽정탕가미(Modified Gwakjeongtang)’가 위약 대비 유의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국제 진단 기준인 ‘로마 기준 IV(Rome IV)’를 충족하는 성인 설사형 IBS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곽정탕가미 과립 또는 위약을 4주 동안 하루 3회 복용했다.
연구 결과, 곽정탕가미 복용군의 전반적 증상 개선률은 55.2%로 나타났다. 이는 위약군의 26.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연구팀은 단순한 통증 감소만으로 치료 효과를 판단하지 않았다. 복통 강도가 30% 이상 감소하고, 브리스톨 대변 척도(Bristol Stool Scale)가 정상 범위에 도달한 상태를 전체 치료 기간의 절반 이상 유지한 경우에만 ‘증상 개선’으로 판정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엄격한 기준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 기간 동안 약물과 직접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IBS 환자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치료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임상시험을 계기로 장-뇌축(Gut-Brain Axis) 관련 질환 치료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AI 기반 분석 기술을 활용해 IBS와 같은 난치성 장 질환에 적용 가능한 신규 한약 조합도 발굴했다고 밝혔다.
김형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곽정탕가미의 증상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파일럿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속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근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Efficacy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 (modified Gwakjeongtang) for diarrhea-predominant irritable bowel syndrome: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이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 ‘장뇌축 관련 질환 개선을 위한 바이오의약소재 개발 및 기전 규명(KSN222501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자료=한국 한의학연구원)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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