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과 경희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침 치료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인한 우울·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신경학적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두피 전침이 삼차신경 경로를 활성화해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정서 조절에 관여하는 뇌 회로를 안정화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김형준 박사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함대현·이봄비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Animal Models and Experimental Medicine에 2026년 3월 15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Scalp electroacupuncture targeting trigeminal nerve activation alleviates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induced depression and neuroinflammation in mice”다.
연구팀은 PTSD 유사 증상을 유도한 생쥐 모델에 정수리 부위의 백회혈(GV20)과 미간 부위의 인당혈(EX-HN3)에 전침(Electroacupuncture)을 적용했다. 그 결과 무기력 행동과 불안 행동이 감소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탐색 행동은 증가하는 등 우울·불안 관련 행동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특히 연구진은 전침 자극이 얼굴 감각과 통증 전달을 담당하는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을 직접 활성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험에서는 전침 자극 후 삼차신경절 주변 혈관이 확장되고, 삼차신경과 연결된 뇌 영역에서 신경 활성 표지자인 c-Fos 발현이 증가했다. 활성화된 영역에는 척수삼차신경핵(spinal trigeminal nucleus), 청반핵(locus coeruleus), 편도체(amygdala),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PTSD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스트레스·공포 회로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청반핵(LC)은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분비하는 핵심 뇌 영역으로, 불안과 각성 반응에 깊게 관여한다. 연구 결과 전침은 청반핵과 해마에서 노르에피네프린 수송체(NET) 발현을 감소시켜 스트레스 반응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전침 치료는 뇌 염증을 유발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s)을 감소시키고, 해마에서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factors)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PTSD와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경세포 손상과 신경가소성 저하를 개선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특히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 존재하는 P2X7 수용체가 핵심 조절 인자라는 점을 밝혀냈다. P2X7 수용체는 신경염증과 우울증 발병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염증 매개 경로로 알려져 있는데, 전침 자극이 이 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하면서 신경염증과 불안·우울 행동을 동시에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경험적 침 치료 효과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두피 침술이 단순한 국소 자극이 아니라 삼차신경-뇌신경핵-정서조절 회로를 연결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전 연구들에서도 두피 침 자극이 삼차신경과 뇌막, 뇌척수액 순환계와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김형준 박사는 “침 치료가 삼차신경 경로를 통해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우울·불안 증상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임상연구를 통해 침술의 신경조절 효과를 검증하고, 뇌신경계와 글림프계를 조절하는 안전한 비침습적 뇌자극 기술 개발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자료=한국한의학연구원)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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