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치료가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의 장기적인 척추 수술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리디스크는 돌출된 추간판이 신경을 압박해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증상이 심하거나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추간판절제술이나 척추유합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에서는 수술 후 재수술이 필요한 사례와 통증이 지속되는 이른바 ‘수술 후 통증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돼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한약 치료와 허리디스크 환자의 장기적인 요추 수술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논문이 SCI(E)급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IF=4.8)’에 게재됐다고 최근 밝혔다.
6,669명 추적 분석…수술 위험 최대 40% 낮아
이에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이윤재 부소장 연구팀은 2016~2017년 허리디스크로 처음 내원한 환자 6,669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후향적(real-world)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처방 한약을 30일 이상 복용한 ‘한약군’과 30일 미만 복용한 ‘대조군’으로 나눈 뒤, 초진 후 1년 시점부터 2021년 7월까지 실제 요추 수술 시행 여부를 비교했다.
연령, 성별, 동반질환, 통증 정도 등 주요 교란 요인을 보정한 결과, 한약군의 요추 수술 위험비(HR)는 0.71로 나타났다. 이는 한약을 30일 이상 복용한 환자에서 장기적인 수술 위험이 약 29% 낮은 것으로 분석됐음을 의미한다.
추가적인 민감도 분석에서도 결과는 일관됐다. 의료 이용 빈도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분석에서는 수술 위험비가 0.60까지 낮아져 최대 40%의 수술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한약이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디스크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보호 효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관찰연구 한계…처방 한약 종류는 공개되지 않아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실제 진료 현장의 데이터를 활용한 관찰연구인 만큼, 한약 치료가 수술을 직접 예방한다고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수술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며, 향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처방명과 약재 구성이 연구 데이터에서 제거돼 어떤 한약을 사용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는 개별 처방의 효과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한약 복용 기간(30일 이상 또는 미만)에 따른 장기적인 수술 위험을 분석했다.
이윤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부소장은 “실제 임상 데이터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결합해 한약 치료의 장기적인 예방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며 “앞으로도 한약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일반적으로 어떻게 한약 처방하나
허리디스크의 한의학적 치료는 MRI 소견만으로 처방을 결정하지 않고 통증의 양상, 급성·만성 여부, 체질, 근육 긴장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변증(辨證)’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급성으로 허리를 삐끗한 뒤 심한 통증과 근육 경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오적산 계열이 많이 활용되며, 만성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 허리 근력이 약한 환자에게는 독활기생탕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방사통이나 혈액순환 장애가 동반된 경우에는 활락탕 계열을, 허리와 무릎이 약하거나 퇴행성 변화가 두드러지는 환자에게는 우슬탕이나 보신(補腎) 계열 처방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임상에서는 고전 처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보다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맞춰 약재를 더하거나 빼는 ‘가감 처방’이 일반적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허리디스크 관련 임상연구에서는 독활기생탕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활용된 대표적인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자료=자생한방병원)
진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