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손떨림이나 몸이 느려지는 운동 증상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환자의 약 40~85%가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은 아직 제한적이다.
미국에는 현재 약 110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으며 2030년에는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우도 환자가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 동반 통증 동물모델에서 약침의 진통 효과와 작용기전을 규명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고성규) 김노수 박사 연구팀은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박상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파킨슨병 동반 통증 동물모델에서 약침의 진통 효과와 작용기전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약침은 경혈에 한약 추출물이나 약물을 소량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한국 한의 의료기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약침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 침 치료는 대부분의 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약침은 콜로라도, 플로리다, 뉴멕시코, 메릴랜드, 네바다, 워싱턴 등 등 일부 주에서만 해당 주가 정한 면허와 추가 교육 등 필수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양릉천 약침 치료 후 통증 역치 최대 2배 향상
연구팀은 파킨슨병 통증 생쥐 모델의 양릉천(GB34) 경혈에 SU어혈 약침을 주사해 효과를 분석했다. 양릉천은 종아리 바깥쪽에 위치한 경혈로, 한의학에서는 운동기능 개선과 통증 조절에 활용돼 온 대표적인 혈자리다.
실험 결과 파킨슨병 동물은 작은 물리적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통증 과민 상태를 보였지만, 양릉천에 SU어혈 약침을 주사한 군에서는 통증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필요한 통증 역치가 대조군보다 최대 약 2배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약침 치료 후 통증 민감도가 유의하게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SU어혈 약침을 경혈이 아닌 다른 부위에 주사했을 때는 뚜렷한 진통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경혈 자극의 중요성도 함께 확인됐다.
통증 전달 억제·도파민 신경 보호 기전 확인
연구팀은 뇌와 척수 조직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확인했다.
약침 치료군에서는 척수의 통증 신호와 관련된 지표가 감소했으며, 파킨슨병에서 손상되는 도파민 신경과 신경 보호 관련 지표도 일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B1과 PPARγ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했을 때 약침의 진통 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해, 약침이 이들 분자 경로를 통해 통증을 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CB1은 신경계에서 통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수용체이며, PPARγ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김노수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는 “파킨슨병 환자의 통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비운동 증상”이라며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연관 통증에서 한의 약침의 진통 효과와 분자생물학적 작용기전을 동물모델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약침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임상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통증 관리 및 통합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Pain Research and Management(IF 3.0) 2026년 5월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SU-Eohyeol Pharmacopuncture Ameliorates Parkinson’s Disease–Associated Pain via the CB1 and PPARγ Pathways in an MPTP-Induced Mouse Model’이며, 제1저자는 김정임 연구원, 교신저자는 김노수 박사와 박상민 교수다. (자료=한국한의학연구원)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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